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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20시간 쓴소리 “선제 대응 안 하면 미증유 어려움”

중앙일보 2016.01.30 01:40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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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 회장

“지금의 어려움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재점검하고 혁신하라”.

LG 계열사 CEO 40여 명 전략회의
“더 이상 못 미뤄…혁신하라” 주문
한화 “유통·레저 3조4000억 투자”
롯데 “소프트 파워로 위기 돌파”

 구본무(71) LG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40여 명을 모아놓고 이렇게 다그쳤다. 27, 28일 이틀간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다.

 LG그룹은 매년 초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사업방향을 논의한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20시간 동안 진행된 마라톤 회의에서 구 회장은 “글로벌 경영 환경과 경쟁 양상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절박함을 가지고 선제 대응하지 않는다면 미증유의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산업과 시장의 흐름에 맞게 우리의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울 정도로 쓴소리가 연신 쏟아졌다”며 “긴장감과 비장함이 감도는 분위기에서 CEO들이 시장 선도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재계 4위 LG그룹의 수장이 쓴소리를 쏟아낼 정도로 기업들 사이에 경영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수출이 꺾인 데다 내수는 살아날 기미가 없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대(0.6%)에 머문 것은 이런 경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한화그룹 사장단 회의에서도 위기감이 드러났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경영실적을 분석하고 올해 사업계획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한화는 올해 3대 주요 과제로 ▶주력사업군에서 글로벌 1등 경쟁력 확보 ▶성과 부진한 사업군의 내실화 ▶재무구조를 강화해 리스크에 선제 대응할 것을 꼽았다.

 한화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 여건이 악화할 것이라는 예측, 1등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전략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3조4000억원을 투자해 유통·레저 분야의 시설을 확충하고 대졸 신입 1000명을 포함해 모두 51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위기 징후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앞으로 3년의 변화는 과거 3년의 추세만 봐서는 예측할 수 없으니 최소한 10년 정도 장기적인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며 “소프트 파워(soft power)와 개방성으로 위기를 돌파하자”고 강조했다.

이재현(56)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CJ그룹은 이미 공식적인 경영위기를 선언했다. 내부에선 ‘포스트 이재현’을 언급하며 지배구조 개편 얘기도 나온다.

창사 47년 만엔 첫 적자를 기록한 포스코는 ‘혁신 포스코 2.0’이란 경영 쇄신안을 앞세워 위기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건설장비 공장이 일부 가동을 멈추면서 초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재계에는 ‘되는 산업이 없다’는 말이 돌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글로벌 경쟁의 파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기업인과 정부, 노동계가 하나가 되어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희·박성민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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