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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는 고칠 수 없는 중병…제재 효과 있다면 왜 해결 안 됐나”

중앙일보 2016.01.30 01:11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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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미국과 중국은 힘을 8할 이상 쓰지 않는다. 한국이 온몸을 던지지 않으면 핵 협상은 굴러갈 수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사진 오상민 기자]

와이셔츠 차림으로 모니터를 쳐다보다 고개를 들었다. 언제 봐도 군인 같은 강한 인상이다. 송민순(68) 전 외교통상부 장관.

[김진국이 만난 사람]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실에서 만나자마자 그는 ‘희망적 전제’가 문제라며 먼저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북한이 붕괴할 거라는 근거 없는 희망 때문에 정책 결정을 그르친다는 것이다.

또 “북한 핵 문제는 중병이고 고칠 수 없다. 그러니 안고 가자”며 진통제만 처방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절체절명의 사활적 위기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3~4번 기회가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합의, 2012년 2·29합의를 열거하며 배경을 설명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주변국에 치여야 합니다. 핵 문제 나왔다고 하면 미국 말 들어야 하고, 중국 말 들어야 하고, 일본 말 들어야 합니다.”

그는 또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유라시아 구상도 되고, 동북아협력구상도 되고, 철도도 연결된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은 현상 유지만 바란다며 목이 마른 건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거무스레하고, 각진 얼굴, 단호한 말투. 젊은 외교관 시절부터 ‘커널(colonel·대령) 송’으로 불렸다. 그래선지 1975년 외무고시 9회로 외교관이 된 이후 안보과장과 북미국장 등 통일·안보 관련 업무를 많이 맡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고, 그 뒤 18대 국회의원도 했다. 안보과장 시절 이상옥 당시 외무차관을 수행해 일본에 갔더니 일본 외교관들이 “한국은 외무차관도 경호원과 같이 다니느냐”고 물었다는 일화도 스스로 소개했다.

송 총장은 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2005년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을 함께 만들어낸 크리스토퍼 힐 미국 측 대표와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의 회고록도 읽어봤다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으로 포기했다.

 “우리는 미국의 압박으로 중단했습니다. 미국의 압박이 왜 먹혔습니까. 경제와 안보에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그 압박이 안 먹히고 있는 겁니다.”

 - 왜 그런가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북한은 중국이 자기를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압니다. 몇 차례 과정을 거치면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대신 확실히 자기 체제 안정과 경제 지원을 확보해야겠다는 판단이 선 겁니다.”

 - 그래서 우리도 핵무장 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우리가 핵무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핵 무장하자고 주장하는 사람 외에는 다 압니다.”

 그는 경멸하듯이 내뱉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5자회담 언급에 대해서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정말 답답해서 그냥 나온 말이지, 정책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해서 말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 북핵은 합의와 파기를 반복합니다. 첫 합의인 94년 제네바 합의는 왜 깨졌습니까.

 “김일성이 사망한 직후죠. 그 합의에는 북한이 10년 이상 못 갈 거라는 미국의 판단이 깔려 있었습니다. 중유 좀 주고, 지원하고 있으면 북한이 붕괴돼 해결될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북한은 반대로 ‘미국이 관계 정상화하고, 제재 해제를 할 것이다. 경수로도 줄 것이다’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양측이 모두 값을 많이 받은 겁니다. 오버솔드(oversold·과매도)죠.”

 - 기대가 빗나간 건가요?

 “관계 정상화를 한다든지 경수로에 들어가는 핵심 핵 기술을 주려면 미국 상원의 비준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북한의 인권이나 체제 문제가 걸립니다. 시간도 걸리죠. 그런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전임 클린턴 대통령이 합의한 것은 모두 잘라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네바 합의가 핵심 희생물 중 하나가 된 거죠.”

 - 결국 북한은 받기만 하고 핵 개발을 계속해 사기라고 비난 받는 것 아닌가요.

 “서로가 속았다고 하죠.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네바 합의 때 우리는 다 지켰다. 시험용 원자로 폐쇄하고, 경수로 하려고 했던 것도, 자체 발전하려는 것도 다 중지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건 제재와 압박밖에 없더라.’ 미국은 ‘같은 말을 두 번, 세 번 하지 않는다. 이미 값을 치렀는데 왜 또 치러야 하느냐’고 합니다. 건널 수 없는 불신의 벽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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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19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6자회담 대표들이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악수를 나누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상 당시 직책). [중앙포토]

 - 2005년 9·19 합의에 참여하셨는데.

 “2005년 9월 19일 합의하고 바로 다음날인 9월 20일 미국 재무부가 북한이 거래하는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을 제재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에 합의를 이행할 진의가 없다면서 이행계획 합의를 못하겠다는 겁니다.”

 - 그때 효과가 있었으니 ‘금융제재를 더 강화하자,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하자’는 사람도 있습니다.

 “효과가 있었으면 핵 문제가 해결됐어야 하는데 왜 안 됐습니까. 우리가 풀어서? 풀기 전에 21개월이란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미국 재무부가 금융 제재하면 핵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과욕을 부렸습니다. 국무부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중국이 뒷문을 열어놓고 있어서.”

 - 결국 중국이 문제네요.

 “중국이 문을 딱 닫아주면 될 겁니다. 그런데 중국이 그렇게 하겠습니까. 핵을 가진 북한과 미국이 통제하는 한반도,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느 것을 하겠습니까. 당연히 핵을 가진 북한입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점령했죠. 미국이나 유럽이 가서 전쟁했습니까? 쿠바 미사일 사태 때 미국이 어떻게든 철수시켰습니다. 한국전쟁 때 미군이 압록강까지 갔는데 왜 통일 못했습니까. 공통점이 뭡니까. 강대국은 턱밑에 적대세력이 자리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국전쟁 때엔 중국은 그렇게 강대국도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진짜 강대국이 됐습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의한 한반도 통일… 바람직하죠. 우리가 바라는 이상이지. 그런데 왜 자꾸 현실로 받아들이려 합니까.”

 - 북한이 협상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라도 압박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죠. 유엔에서 4차 핵실험 제재 결의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협상을 통한 해결 수단으로 제재를 하느냐, 아니면 제재 자체로 해결할 수 있느냐. 이게 시각의 차이입니다. 북한 대외경제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겠다는데 어떻게 제재로 해결합니까.”

 - 정권이 자주 바뀐다는 것도 협상에서 참 불리합니다.

 “북한은 정권과 체제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한대의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제일 집요합니다. 미국은 선거 때마다 영향을 받습니다. 한국은 이 문제를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로 봅니다. 국내정치 프리즘에서 5년마다 이걸 선거에서 쓴다 말입니다. 미국·중국보다 작은 나라인 한국이 북한만큼 집요하게 생존 문제로 보지도 않고, 5년마다 정책을 바꿔나가니 이 문제를 끌고 갈 힘이 없는 겁니다.”

 - 이 상황을 풀 방법이 없다는 건가요?

 “답답하지만 협상입니다. 나는 ‘3S’라고 봐요. 전략적 인내라는 방치 전략에서 핵이 가파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걸 속도를 줄여야(slow down) 해요. 바로 세울 순 없어요. 그리고 적당한 시간에 정지(stop)시켜야 합니다. 그 다음에 해법(solution)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합니다.”

 - 그동안 6자회담 무용론이 얼마나 쏟아졌습니까.

 “자기가 다녀왔던 다리를 자르려면 새 다리를 세워놓고 잘라야 하잖아요. 무조건 자르기만 하면 됩니까. 북한은 돌아온다고 해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최소한 6자회담이 계속되는 한 핵실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중국이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김진국 대기자 kim.jinkook@joongang.co.kr
정리=안효성 기자
강지민(경희대 언론정보) 대학생 인턴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S Box] “군사·기술적으로 북 미사일 요격 못해…사드 도입할 이유 없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가 나오자 송민순 총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선제타격한다면 모르지만 지금 한반도 같은 환경에서 북한의 핵이 날아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는 “북한의 스커드C미사일과 노동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 그걸 막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는 게 사드 배치론자들의 주장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연필을 든 손으로 공중에 그림을 그려 가며 열심히 설명했다.

“사드는 지상 50~150㎞ 사이 대역을 커버하는 장치입니다. 그 밑은 패트리엇이 담당하죠.” 스커드C가 내려올 때 지상 50~150㎞에서 머무는 시간이 1분30초, 노동미사일은 2분30초. 그런데 1분30초~2분30초 사이에 미사일을 탐지해서 요격하는 시스템은 아직 아무도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드를 배치하려면 먼저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한 가지는 군사적으로 효용이 있는가, 다른 한 가지는 외교·안보적으로 중국하고 척을 질 거냐. 사람들이 자꾸 중국이 반대해서 안 된다고 하는데 그건 이유가 안 됩니다. 중국이 반대하더라도 북한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다면 우리가 주권적으로 판단하는 겁니다. 문제는 군사적·기술적 기능이 안 되는 겁니다. 미국 사람들도 그걸 알아요.”

그는 “사드를 가져오는 것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이라며 “효능도 없는 기능을 위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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