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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전쟁에 휘말린 사람들

중앙일보 2016.01.30 00:31 종합 22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한나 지음

공경희 옮김, 인빅투스
768쪽, 1만6500원


2차 대전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니 우리가 아는 ‘전장(戰場)의 천사’ 나이팅게일과는 직접 관련은 없다. 하지만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죽고 죽이는 남성들의 파란만장한 영웅담을 다룬 작품이 아니다. 정작 무대에 오른 이는 자매다.

2차 대전 한복판으로 빨려들어간 둘의 앞날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은 예견된 일.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자매를 사실상 방치했다. 둘은 스타일이 영 딴판이다. 온순한 언니 비안느가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고 딸을 낳고 시골집에서 산다면, 반항적인 둘째 이사벨은 자유 프랑스를 위해 지하 저항운동에 투신하고 사랑도 찾는다.

 얼핏 보면 운명을 개척해가는 둘째와 고통을 인내하는 첫째처럼 보인다. 하지만 얄궂은 사연에 휘말리는 건 첫째 비안느다.

남편이 전선으로 향하고, 독일군이 프랑스로 침공하는 와중에 비안느의 집은 독일군 대위의 숙소로 전락한다. 전쟁 포로가 된 남편의 생사를 모른 채 비안느는 굶주림에 시달리며 겨울을, 그것도 적군과 함께 먹고 자야 할 처지다. 그런데 난데없는 애틋한 감정이라니.

그뿐인가. 딸을 지키기 위해서 비안느는 친한 친구의 이름을 유대인 명단에 올린다. 또다시 쳐들어온 독일군은 비안느를 유린하고, 그 결과로 아이가 생겨난다. 그 아이는 과연 키워야 되는가, 버려야 되는가.

 책의 서두엔 이런 글이 실려있다. ‘사랑에 빠지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게 되고, 전쟁에 휘말리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극단적 상황에서 인간이 무엇을 택하는지 책은 세밀하고 설득력 있게 포착한다. 섣불리 예단하기보단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절절함이 배어 있다. 궁극적으론 전쟁을 바라보는 남성의 대결 시각과는 다른, 여성의 포용과 헌신성이 눈에 띈다.

역사성과 휴머니즘, 멜로와 가족애를 버무리는 작가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700쪽이 훌쩍 넘는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속도감 있는 문체 덕에 빠르게 읽힌다는 점 또한 미덕이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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