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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완종 리스트’ 증거 능력 인정한 이완구 유죄 판결

중앙일보 2016.01.30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죄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재·보궐 선거를 준비하고 있던 2013년 4월 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로 찾아온 성 전 회장에게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 전 총리는 “만약 성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는 “성 전 회장이 배신과 분노의 감정으로 피고인을 모함하고자 허위 진술을 했을 수도 있어 보인다”면서도 “각종 진술과 증거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돈을 전달받았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된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의 판결은 지난해 4월 성 전 회장이 자살을 하면서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첫 재판으로 주목을 받았다.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자살을 한 상황에서 금품 수수 혐의를 입증할 자료의 증거 능력을 놓고 법리적 공방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수성가한 기업인이 국회의원까지 하고, 명예를 중시했던 사람임을 고려할 때 자살 직전에 허위로 말했을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성 전 회장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숨지기 직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메모에 대해서도 “직접 작성해 몸에 품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금품 공여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비록 1심 재판부의 판단이지만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언론사 기자와 통화한 내용 등에 비추어 금품을 전달한 대상자로 지목된 8명의 명단이 담긴 쪽지는 사실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부산시장(서병수 시장으로 추정), 이완구 국무총리 등 8명의 이름이 적시돼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언론 취재 등을 통해 직간접 증거가 드러난 이 전 총리와 홍준표 지사 등 2명만 기소했다. 나머지 6명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검찰 수사가 부실했거나 수사팀의 능력이 모자랐거나 수사 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법원이 간접적으로 질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이완구 당시 총리의 ‘사정(司正) 선언’ 발언과 함께 수사가 시작된 포스코 등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가혹한 수사를 한 검찰이 권력자 주변 인사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각종 핑계를 대며 얼버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한 셈이다. “성완종 리스트는 사실일 것”이라는 항간의 믿음과 함께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고도 정부가 법과 정의를 공정하게 적용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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