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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바뀌는 세계 경제지도 | 美 기업, 저부가 사업 팔고 혁신 또 혁신] 창조적 파괴로 이룬 ‘왕의 귀환’

온라인 중앙일보 2016.01.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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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 스마트 제조, 신사업 ... 개척으로 부활의 변주곡

리쇼어링, 스마트 제조, 그리고 신사업 개척.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이끈 3가지 키워드다. 한때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미국을 등지고 중국, 멕시코, 인도 등지로 떠났던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복귀하고 있다. 리쇼어링(reshoring)이다. 다음은 기존 제조업의 변신이다. 첨단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 기술의 옷을 입고 기존의 굴뚝 제조업이 스마트하게 거듭나고 있다. 2004년 IBM이 PC사업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한 것이나, 최근 GE가 100년 넘게 보유했던 가전사업부를 하이얼에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경쟁력이 다한 사업은 과감히 털어 버리고 새롭게 스마트화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의도다. 마지막으로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획기적인 신사업 개척이다. 애플·구글·테슬라·페이스북 등 미국의 혁신 기업들은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 새로운 도전과 탐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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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식에서부터 제조업 부활을 강조했다. / 사진:중앙포토


미국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 딜로이트 글로벌과 미국경쟁력위원회에서 공동 조사해 발표한 ‘국제 제조업 경쟁력 지수(2016 Global Manufacturing Competitiveness Index)’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 제조업 경쟁력 순위에서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결과는 각국 제조업에 종사하는 500명 이상의 최고경영자와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특기할 점은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지수는 2010년 4위에서, 2013년 3위, 그리고 2015년 2위로 꾸준히 높아져 왔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인 2005~2008년과 이후인 2010~2013년 미국의 누적 고정자산 투자액을 비교해 보면, 민간부문 총투자액은 -9.1%로 금융위기 이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한 반면 제조업은 9% 증가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제조 업체의 2010~2013년 R&D 누적 투자액은 2005~2008년 대비 18.8%의 증가율을 보였다. 정부의 R&D 예산도 2010~2014년에 2004~2008년의 누적 투자액 대비 10.4%나 증가했다. 특히 정부의 14개 R&D 부문 중에서도 산업 제품 및 제조공정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생산기술 R&D 예산은 43.3%로 급증했다.

글로벌 경쟁력 1위로 부활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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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업의 부활에는 어떤 배경이 있는 걸까. ‘국제 제조업 경쟁력 지수’ 응답자들에 따르면 가장 먼저 우수한 인력과 비용상의 우위, 노동생산성과 공급사슬 측면의 이점, 그리고 기업하기에 좋은 법과 제도가 미국의 경쟁력을 높인 요인으로 꼽혔다. 그 외에도 잘 갖춰진 사회 인프라, 우월한 교육 시스템, 친기업적인 경제·무역·금융·조세제도와 혁신정책, 그리고 저렴한 에너지 조건 등이 미국을 기업하기에 좋은 나라로 만든 요인으로 언급됐다.

1990~2000년대 미국 제조 업체들은 사업다각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 고임금 체계로 인한 경쟁력 저하 상황에 직면했다. 자연스레 경제의 주도권을 1990년대 금융, 2000년대 정보기술(IT) 및 바이오산업에 내줘야 했다. 미국의 제조 업체들은 고임금과 각종 규제를 피해 중국, 멕시코 등으로 제조시설의 해외 이전(offshoring)을 확대했다. 제조업의 공동화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1990년대에 15~16%에서 2001년엔 13.9%로 내려갔고, 2009년에는 12%로 추락했다.

이렇듯 제조업 위축이 지속됐지만 미국 정부는 별다른 정책수단을 꺼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의 주도권이 제조에서 서비스로 옮겨가는 것은 산업발전 궤도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이러한 판도를 단번에 뒤집었다. 제조업 기반이 약했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위기에 취약했던 반면, 독일과 일본 등 제조업 강국은 큰 충격없이 금융위기에 견디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식에서부터 제조업 부활을 강조했다.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경제 위기에 빠진 미국을 선조들이 물려준 덕목으로 헤쳐나가자”고 역설했다. 금융 및 서비스산업 중심의 미국 경제를 다시 제조업 경쟁력이 강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1년 후인 2010년 1월 국정연설에서는 “5년 안에 수출을 배로 늘리겠다. 새로 일자리 200만 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나온 게 ‘선진 제조업 파트너십(AMP)’ 정책이다. AMP는 2012년 16개의 권장 대책을 내놓으며 국가 네트워크 제조업 혁신 연구소 설립을 계획했다. 이 연구소는 제조업의 지역 허브 역할을 담당하게 돼 미국 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 내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의 제조업 강화 정책은 2014년 ‘미국 제조업 재활성화 법’이 발효되면서 법제화를 마무리했다. 향후 10년 내 45개의 민간 및 국책 연구소를 설립해 미국의 미래 제조업을 이끌어갈 3차원(D) 프린팅, 디지털 제조 및 디자인, 경량금속 제조, 광역 반도체, 첨단 화합물 제조, 통합 광학기술, 클린 에너지 등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6년 회계연도에 6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사용할 계획이다.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시대가 다시 왔다’는 데 모두 공감한다. 미국의 힘은 단순히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힘에서 나오지 않는다. 셰일가스가 가져다 주는 에너지 이점만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미국 정부 정책의 유연성과 연속성, 그리고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에 맞게 체질을 변화시키며, 미래 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혁신적 신산업 개발에 매진하는 제조 업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슘페터가 말한 것처럼 지금 미국 제조 업체들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스스로를 파괴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리쇼어링으로 미 제조업 권토중래: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알리는 첫 번째 시그널은 미국을 떠났던 제조 업체들의 본국 귀환이다. 생산비용을 줄이고자 중국과 동남아 등 저임금 국가로 떠났던 제조 업체들이 해외 공장을 닫고 미국으로 돌아오거나 미국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를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오프쇼어링(offshoring)’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리쇼어링(reshoring)’이라고 부른다. 한 때 유행했던 ‘백쇼어링(backshoring)’이 주로 해외 현지의 비합리적인 제도나 관행 때문에 발생했던 것이라면, 리쇼어링은 본국의 경영 환경이 더 좋아졌기 때문에 회귀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오프쇼어링이 각광을 받았던 이유는 국제물류 비용의 감소로 세계 여러 국가(특히 저비용 국가)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을 형성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내 노동 비용이 감소하고 셰일가스 덕에 에너지 비용까지 하락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로 침체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고자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고 강력한 제조업 지원 정책을 폈다.

2011년 12월 포드는 멕시코 트럭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2012년 캐터필라는 일본 대지진으로 부각된 지리적 리스크 극복을 위해 일본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고, 굴착기 생산설비를 텍사스주에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GE는 중국과 멕시코에 있는 세탁기, 냉장고, 히터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년에는 월풀이 세탁기 생산설비 중 일부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옮겼고, 다우케미칼이 미국에 화학제품 생산공장을 신설했다. 애플은 중국(폭스콘)에서 생산하던 스마트폰 부품을 미국 내 신설 공장에서 만들기로 결정했다. 2014년에 GM은 차세대 캐딜락 SRX 크로스오버 SUV 생산설비를 멕시코에서 테네시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리쇼어링과 그에 따른 미국 제조업의 부활은 단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노동·에너지·금융 비용을 줄이고 내수경기 회복을 촉진한 미국 정부의 일관된 노력의 결과물이도 하다. 리쇼어링으로 미국 내 투자가 확대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이는 다시 안정적 수요 기반인 중산층을 늘려 내수시장이 살아나면서 경기가 회복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리쇼어링은 세계 제조업 지형도를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대량 생산에서 시장접근성에 기반한 근거리 생산으로 바꾼다는 중요한 의미도 지니고 있다.

미국 내 비영리기구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Reshoring Initiative)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리쇼어링은 주로 중국(135건), 멕시코(20건), 인도(11건) 등지로부터 발생했다. 주된 이유는 미국 내 숙련된 노동력(87건), 이미지·브랜드 제고 효과(80건),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79건), 자동화·기술·3D프린팅에 대한 접근 기회(57건), 저렴한 미국 에너지 가격(49건) 순으로 나타났다. AT커니에서 조사한 리쇼어링의 10가지 이유도 배달 시간 단축, 총소유비용 개선, 품질 개선, 운송비 절감, 노동비용 절감, 고객대응 개선, 이미지·브랜드 제고, 생산성 제고, 혁신·제품 차별화, 재고 개선 등으로 유사했다.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03년에는 제조업 일자리 15만 개가 미국 밖으로 나갔고, 리쇼어링과 FDI(외국인직접투자)로 생겨난 일자리는 1만2000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4년에는 오프쇼어링으로 일자리 3만~5만 개가 줄어든 반면 리쇼어링으로 일자리 6만 개가 생겨났다. 리쇼어링 업종으로는 운송·전기기기 및 가전, 컴퓨터 및 전자제품, 기계류, 섬유류 등의 업체가 51%였으며, 이들이 늘어난 일자리의 80%를 차지했다.

리쇼어링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BCG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17%가 리쇼어링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2012년 응답의 2.5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신규 생산설비를 어디에 짓겠느냐는 물음에도 미국 31%, 중국 20%로 나타났다. 불과 2년 전 설문에서 미국 26%, 중국 30%로 응답한 것과는 딴판이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스마트 제조: 올해 다보스포럼(1월 20~23일)의 주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였다. 4차 산업혁명은 기계와 사람, 인터넷을 연결해 시장상황에 따라 생산체계를 유연하게 운영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공장 내 모든 설비를 관리해 최상의 생산 효율을 달성하는 제조업의 패러다임 진화를 일컫는다. 모든 제조 공장이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스마트 팩토리는 단일 공장에서 다양한 맞춤형 제품을 소량씩 생산할 수 있으며, 기존보다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불량률이 낮아지는 등의 효과가 있다.

스마트 팩토리 구현을 위해서는 다양한 설비와 센서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과 이를 통해 수집한 방대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다루는 빅데이터 분석이 필수다. 두 분야 모두 첨단 정보통신(IT)의 최강 경쟁력을 보유한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제조업 부활정책과 맞물려 미국 기업들은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분야의 기술 우위를 적극 활용해 세계 스마트 제조 혁명을 주도하고 제조업의 새로운 플랫폼을 장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GE와 테슬라를 살펴보자.

‘물건 잘 만들기’ 넘어 ‘똑똑한 공장’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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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최근 100년 넘게 보유했던 가전사업부를 하이얼에 매각했다. / 사진:중앙포토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2015년 9월 한 컨퍼런스에서 ‘GE는 2020년까지 세계 톱10 소프트웨어 기업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IT기업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을 담당했던 하렐 코데시(Harel Kodesh)를 GE 소프트웨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 제조업의 상징과도 같은 GE가 제조업을 떠나 IT 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는 중국 하이얼에 54억 달러 규모로 가전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중점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GE는 여전히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조업의 플랫폼을 구축해 미래 제조업의 ‘큰 판’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물건 만들기를 잘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잘 만들 수 있는 공장을 만들어주겠다는 이야기다.

GE는 지난 2012년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 비전을 제시한 후 적극적으로 IoT 기술을 수용하면서 ‘생각하는 공장(Brilliant Factories)’이라는 이름으로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우선 수백 개의 생산시설을 IoT 기술로 연결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엔지니어링 팀에서 제품을 설계하면 이를 바로 생산시설과 연결하고, 파트너와 서비스 운영부서까지 연결을 확대해 나갔다. 이런 실시간 연결만으로도 불필요한 시행착오와 대기 시간을 줄여 생산 효율이 1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다양한 제품을 한 공장에서 생산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례로 인도에 위치한 멀티모달 공장은 GE의 4개 사업부문을 구성하는 제품을 한 곳에서 생산한다. 제트엔진을 만들고 기관차 기술을 개발하며, 풍력터빈을 조립하고 수처리장치를 제조하는 식이다. 시장에서 수요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하면서도 품질 수준과 운영 효율은 최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GE는 자사의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제조기업들에게 ‘생각하는 공장’ 플랫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산업별로 특화된 IoT 클라우드 서비스인 ‘프레딕스(Predix)’가 그것이다. GE의 기계설비를 사용하는 공장에서 설비 가동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개선안을 제공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미 볼보와 프록터앤갬블,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에서 계획휴지시간(planned down time)을 줄이고 유류비를 절감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 바 있다.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또 다른 대표주자는 전기차 제조 업체인 테슬라다.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테슬라는 사실 IT 산업과 전통 제조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2003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전기차 전문 기업으로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도 테슬라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다임러는 테슬라의 배터리 팩을, 독일 메르세데스는 테슬라의 파워트레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제조뿐 아니라 전력 공급 시스템과 배터리 생산, 전력 충전 등 전기차 산업의 전체 가치사슬을 모두 내재화한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2014년 6월에는 전기차 업계의 핵심 진입장벽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관리기술(BMS)을 포함한 모든 기술 특허를 대중에 공개했다. IP노믹스에 따르면 테슬라가 보유한 특허 203개 중 135개가 BMS와 관련된 기술이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먼저 전기차 시장 및 관련 산업의 규모 자체를 키울 수 있다. 진입장벽을 낮추어 많은 후발주자가 전기차를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기술 발전도, 그리고 시장 성장도 더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두 번째 의미는 전기차 제조, 배터리 관리, 충전 인프라 등 모든 가치 사슬에 걸쳐 테슬라의 기술이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 특허를 활용해 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업체들은 후속 사업에서도 테슬라 기술을 기반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크다.

플랫폼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네트워크 효과로 안정적 지위 구축이 용이하다.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미래 제조업의 플랫폼을 장악하려는 미국 기업의 행보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미래 제조업 선점: 미국은 현재의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것을 넘어 앞으로 인류의 삶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뒤바꿀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요즘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용품이 된 PC와 인터넷, 스마트폰도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미국 기업이 만들었다. 새로운 경험과 선물을 가져다 줄 미래 제조업을 구현하기 위해 미국은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플랫폼 선점으로 ‘파이 키우기’와 ‘글로벌 표준화’ 달성

먼저 소규모 연구·개발(R&D)에 정부 지원을 집중해 수많은 벤처가 탄생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R&D 자금은 비상장 중소기업이나 대학,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집중적으로 지원된다. 또한 초기 시제품 출시에서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거쳐야만 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극복할 수 있도록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프로그램에 연방정부 예산의 3%를 배정한다.

미국의 선거자금 감시단체인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실리콘밸리 기업이 연방선거에 후원한 금액은 총 1억 7200만 달러로 오일&가스, 보험산업의 뒤를 이어 3위 규모이다. 영향력이 크다 보니 정치인들은 선거철마다 미국 내 첨단 벤처에 대한 갖가지 지원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미국 스타트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는 뛰어난 인재와 돈이 몰리며 기술혁신을 가속화하는 선순환의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 실리콘밸리 인근에 위치한 스탠퍼드대와 MIT는 창의적 기업가를 낳는 산실이다. 스탠퍼드대는 구글에서 보여지듯 인터넷·모바일 분야에서, MIT는 클린에너지와 전기전자 관련 분야에서 미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유니콘(Unicorn)’이라 하는데,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유니콘 기업은 약 100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회가 많은 만큼 투자도 활성화되어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벤처캐피털 외에도 최근에는 킥스타터(Kickstarter), 인디고고(Indigogo) 등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다양한 형태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자금, 인력이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보장된 실리콘밸리에서는 미래 먹거리로 어떤 산업이 태동하고 있을까?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소프트웨어 융합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부상하며 제조업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플랫폼인 앤젤리스트(Angelist)에 따르면 2010년 100개 미만에 불과했던 융합 스타트업 개수가 2015년에는 약 3500개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IoT와 웨어러블, 센서 기술 등의 소프트웨어와 액션 카메라라는 하드웨어를 결합한 고프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프로는 글로벌 액션 카메라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며 2014년 6월에 나스닥에 상장했다. 2014년에 페이스북이 23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오큘러스(Oculus)도 센서와 가상현실 기술의 소프트웨어에 헤드셋이라는 하드웨어를 결합한 융합 스타트업이다.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의 융합형 혁신

미국의 미래 제조업 선점 노력은 이들 스타트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통 제조업의 ‘공장’ 방식을 뿌리부터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3D 프린팅 관련 기술도 이미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2015년 TED 컨퍼런스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한 교수가 액체 상태에서 연속적으로 3차원 물체를 만드는 3D 프린팅 기술을 공개했다. KT 미래기술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이 기술이 제대로 상용화되면 기존의 3D 프린터 대비 약 25~100배가량 빠른 속도로 조형물을 제작하는 게 가능하다. 이 기술은 기존의 분말 형태 대신 액체 소재를 사용한다. 이 중 액체금속에 대한 특허는 현재 애플이 독점 라이센싱을 받아 스마트 기기에 일부 적용하고 있다.

- 박용삼·민세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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