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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연약한 아름다움이 공격 당할 때 …

중앙일보 2016.01.25 01:34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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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티 사말라티

작다. 여리다. 소박하다. 연약한 것들의 아름다움이 송알송알 사진으로 피어났다.

유랑하는 핀란드 작가 사말라티
‘여기 그리고 저멀리’ 국내 첫 사진전

핀란드 사진작가 펜티 사말라티(66)의 국내 첫 사진전 ‘여기 그리고 저 멀리’가 열리고 있는 서울 삼청로 공근혜갤러리는 방랑자의 뒤를 따라 걷는 고즈넉한 시골길 같다. 손바닥 크기 흑백 사진 속에서 눈과 햇빛과 생명체가 반짝인다.

10대초부터 사진가로 살아온 그는 바라본 것들을 받아들이는 몸 전체가 카메라인양 사물과 사진의 밀착도가 자연스럽다.

 사말라티는 “처음 찾아온 한국이 추운 때라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날씨가 나쁘고 추울수록 촬영에 좋다면서 “작은 섬들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늘 ‘여행 중’인 사진작가로 이름난 그는 유랑의 여정에서 잡아낸 특별한 감각으로 평범한 일상의 깨달음을 준다.

작가는 “하루 중 해질녘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 낮과 밤사이의 묘한 빛이 비추는 때, 세상의 가장 연약한 아름다움이 공격당하는 느낌이 들 때를 포인터 개처럼 기다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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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티 사말라티 ‘치와와 윈도우’, 그리스, 1975 ⓒ Pentti Sammallahti. [사진 공근혜갤러리]

 1992년 그를 핀란드 현대사진의 대표작가로 각인시킨 ‘러시아의 길(The Russian Way)’ 연작은 백해 지역의 혹독한 날씨 속에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과 풍광을 담은 일종의 자연 르포르타주다.

담담한 눈길이 훑은 사진기록물은 사진가가 결정해야할 한 지점, 시점, 관점의 ‘포인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그 한 예가 개의 시선이다.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동물인데 그의 사진 속에서 동물은 위엄있어 보이며, 특히 개가 걸어가는 길은 중심을 이룬다.

 평생 암실 인화작업을 홀로 해온 사말라티는 “모든 과정을 세밀히 들여다보면서 즉각적이며 상황에 맞는 최상의 상태를 찾아내는 걸 즐긴다”고 말했다. 은염 인화의 장인으로 불리는 그로서는 천천히 사색에 잠겨 하는 암실의 수공예를 크게 할 수도, 남에게 맡길 수도 없을 것이다.

미국 사진작가 필립 퍼키스가 일갈했듯 “머릿속에 든 생각이 점점 빈약해질수록 사진의 크기는 점점 커져만 간다”는 시류를 거슬러 오르는 사말라티의 작은 사진은 부드러운 망치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02-738-7776.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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