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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소송펀드·녹색채권…투자영역을 해외로

중앙일보 2016.01.22 00:12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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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대
삼성증권 CPC전략실장

지난 연말 해외상품 시장을 조사하다 흥미로운 펀드를 하나 발견했다. ‘소송펀드’였다. 이름도 생소한 이 펀드가 미국에서는 버젓이 판매되고 운용되고 있었다.

 궁금해서 내용을 들여다 봤다. 이름 그대로 소송에 투자하는 펀드다.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소송 비용을 대고 승소할 경우 배상금을 나눠 갖는 구조다. 막대한 규모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타깃으로, 주로 기업 소송이나 지적재산권 소송 등에 투자한단다.

  패소할 경우에는 가져 오는 것이 없기 때문에 리스크도 크다. 그래서 펀드 운용의 개념을 도입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소송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이다. 연평균 목표 수익률은 12~18% 정도라고 한다. 최근 3년간 누적으로 34% 정도 수익률을 올렸다고 하니, 연간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꽤 짭짤한 수익이 아닐 수 없다.

 이 펀드를 조사하면서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정말 다양한, 돈이 될 만한 모든 곳에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웠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은 투자의 천국이다.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수익이 커지는 재해채권(Cat Bond)은 이미 일반화된 상품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신생기업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스타트업’ 기업 초기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도 활성화하고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수익에 투자할 수 있는 녹색채권(Green Bond)이나 일드코(Yield Co)도 흥미로운 상품이다. 녹색채권은 환경 개선,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 녹색 산업과 관련한 용도로 사용처가 제한된 채권이다. 일드코는 자산을 바탕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수익의 대부분을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회사를 말하는데, 주로 에너지 기업의 자회사로 설립된다. 헤지펀드는 너무 활성화돼 독특한 투자라고 명함을 내밀 수도 없다.

 투자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수익 기회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국내 투자자들은 어떤가. 저성장·고령화·저금리·일본화 등의 단어가 주변을 지배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산의 90% 이상을 국내에 투자하고 있다. 해외투자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소수의 공모 펀드가 전부인 줄 안다. 환전을 해서 해외에 투자해야 한다고 하면 겁부터 먹는다. 안 해봤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도 다양한 해외상품을 발굴하고 공급하는데 있어서 적극적이지 않다.

 일본 투자자들은 장기 침체기를 해외투자 확대를 통해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지난 5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코스피만 보더라도, 이제는 해외투자 확대가 절실한 시기다. 다행히 글로벌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한 해외투자에 대해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새해에는 더 많은 해외투자를 통해 국내에서 살 수 없는 ‘성장성’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투자기회가 넘쳐나는 미국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기회도 딱 그만큼 뿐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해외투자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외환도 투자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상대 삼성증권 CPC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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