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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사이트] 출산율 높이려면 '난리과정' 치닫는 누리과정부터 해결하라

중앙일보 2016.01.2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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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교육청·지자체·지방의회 끝없는 정파적 갈등
- 엄마들 분노케 하고 아이 낳을 생각 없게 만들어 
- 대란 봉합하고 예산체계와 책임 주체 재설계해야 


386조4000억원 대(對) 4조225억원. 올해 정부의 총 지출예산과 누리과정 예산입니다. 전체 예산은 누리과정 예산의 96배나 됩니다. 그런데 4조원 때문에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가까이 온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격입니다. 전체 예산 중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23조4000억원으로 32%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만 3~5세 무상 교육·보육인 누리과정 예산 4조원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교육예산 53조2000억원에 두루뭉수리 포함시켰습니다. 전체 교육예산 중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은 41조2000억원, 일반예산은 12조원입니다. 17개 시·도별 지원 대상 아동 수에 따라 누리과정 소요액을 콕 짚어 지정하면 문제가 없을 텐데 교부금 중 일부를 떼 알아서 쓰라고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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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개 교육청은 내국세의 20.27%를 교부금으로 받습니다. 교육청은 교부금과 해당 광역단체의 전입금, 자체 수익을 합해 한 해 예산을 짭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중앙정부는 "올해는 교부금을 1조8000억원 더 배정했는데 왜 누리예산을 편성하지 않느냐"며 압박했고, 교육청들은 "교사 월급도 모자란다"며 진보 교육감을 중심으로 예산 편성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다가 서울·경기 등 야당이 지방의회를 장악한 지역에서는 교육청이 편성한 유치원 예산마저 국가가 책임지라며 전액 삭감해 난리과정으로 치달은 것입니다. 갈등 조정능력을 상실한 중앙정부, 수수방관만 하는 정치권, 무책임한 진보 교육감, 이념 싸움에 뛰어든 지방의회, 안일한 지방정부가 빚어낸 참극 입니다. 그 이면에는 정파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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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은 여야 합작품, 문제는 어설픈 예산 설계
우리나라는 15년째 출산율 1.3명 이하의 초저출산 국가입니다. 지난해 출산율은 1.21명에 불과합니다. 정부와 정치권도 위기위식을 느끼고 짝짜꿍을 했습니다.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었습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아이 마음 놓고 낳으십시오. 제가 키워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민주당이 무상복지로 재미를 봤고, 2012년엔 여야 합의로 로 0~2세 무상보육을 시행했습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후보는 나란히 0~5세 무상보육을 공약했습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2013년 만 3~5세 무상보육을 전격 시행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누리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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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로그램만 통합했을 뿐 전달체계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남겨둬 태생적으로 결함이 있었습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복지부 소관입니다. 지자체 입장에선 유치원은 지역교육청, 어린이집은 지자체 관할이어서 전달체계가 사분된 격입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누리과정 담당이 교육청이 되면서 기존에 중앙정부(복지부)의 지원 대상이던 어린이집이 교육청으로 넘어갔고, 그에 따른 지자체의 매칭 책임이 생겨 지역교육청과 지자체에 추가 부담이 생긴 겁니다. 중앙정부와 각 교육청, 지자체 간 예산 갈등이 예견됐는데도 예산 전달체계 통합과 담당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아 화(禍)를 부른 것입니다.

◇'네 복지''내 복지' 따로 있나…소모적 책임 공방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합친 전국의 누리과정 지원대상은 130만 명입니다. 올해 총 4조225억원이 필요한데 21일 현재까지 전체의 40%인 1조6000억원만 확보된(기편성액과 편성 계획 포함) 상태입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예산을 전액 편성한 곳(계획 포함)은 대구·대전·울산·경북·충남·세종 등 6곳뿐이고, 부산·충북·인천·전남·경남·제주 등은 몇 개월 분만 확보했습니다. 특히 서울과 경기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예산이 모두 '0'원이고, 광주·전북·강원은 어린이집 예산이 없습니다. 준예산 사태를 맞은 경기도는 남경필 지사가 두 달치 어린이집 예산 910억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또한 땜질 처방일 뿐 근본 대책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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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명확한 책임 소재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올해 예산안에 누리과정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처음엔 전국 17곳 중 13곳을 차지한 진보 교육감들이 주축이 돼 반발했습니다. 개정된 시행령이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교부금법은 교육기관만 지원하게 돼 있는데 법체계상 하위법인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통해 보육기관인 어린이집 비용을 교육청에 부담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입니다. 또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 경비로 지정한 것도 예산평성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교육기관이나 교육행정기관에 대한 개념도 문제입니다. 교부금법에 구체적인 정의가 빠져 있어, 교육감들은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으로 보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교육부는 영유아보육법에 보육의 개념을 교육을 포함했으므로 당연히 지원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법리적 공방 과정에서 처음에는 진보 교육감들이 무책임하게 유치원 예산은 편성하고 어린이집 예산은 뺐지만, 야당이 지방의회를 장악한 서울·경기·광주·전남 등에서는 유치원 예산마저 삭감했습니다. 무상보육은 박 대통령 공약이므로 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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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국민 세금, 유보 통합으로 예산·시행 일원화 검토를 
어차피 다 국민 세금인데 정부와 교육감들이 '네 복지' '내 복지' 타령을 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누리 예산이 정권·교육감·단체장·지방의회의 성향에 따라 파행을 겪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서로 "예산이 충분하다" "모자란다"며 치킨게임을 하는 걸 보는 국민은 울화통이 터집니다.

이참에 누리과정 설계를 다시 해야 합니다. 땜질식 돌려막기나 소모적 갈등을 차단하기 위해 예산 전달체계를 통합하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교부금법과 지방재정법의 충돌 여부도 가려 소모적 공방을 불식시켜야 합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유보(유치원 교육과 보육)통합도 시급합니다. 교육부와 복지부가 밥그릇 싸움만 하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합니다. 서울대 이봉주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두 부처의 이해관계로 통합이 진전되지 않았다"며 "차제에 통합 서비스와 출산정책을 담당할 독립 부서를 신설하는 것도 검토하라"고 제안합니다. 일본은 인구 1억명 사수를 위해 '1억총활약상'직을 신설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없습니다. 부처별로 산재된 유치원과 어린이집 인력과 예산을 통합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중장기적으론 무차별적 무상보육을 가구소득 등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선진국형 지원 모델을 고민해야 합니다.

◇외국은 어떤가
복지 선진국들도 전 계층 무상보육은 하지 않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문희 연구위원은 "자녀수와 소득 수준, 부모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전 계층을 대상으로 0~5세 무상 보육을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했습니다. 보육은 서비스이고 당연히 수요에 맞춰야 하는데 수요와 상관없이 무조건 제공하는 바람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입니다. 복지천국 스웨덴도 셋째 자녀부터 보육료를 면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육료 상한제를 적용해 부모 부담 비율을 유아학교 8%, 레저타임센터 16%, 가정보육 10%로 정해 결과적으로 정부가 80% 이상을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영국은 3,4세 아동에게 연 38주, 주당 15시간 무상교육을 제공하는데 하루 2~3시간 수준이라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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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올해부터 세 자녀 이상을 둔 저소득층 가정은 셋째 자녀부터 어린이집(보육원)과 유치원 학비를 국가가 전액 부담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첫째가 초등 입학 전이면 둘째는 반액, 셋째는 무료입니다. 그리고 첫째가 입학하면 둘째는 반액이던 것이 전액이 되고, 셋째는 무료에서 반액으로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올해부턴 첫째 학년과 무관하게 연봉 330만엔(3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둘째 보육료가 반값, 셋째부터는 무료입니다. 유치원은 첫째가 초등 3학년 이하일 땐 둘째 보육료가 반값, 셋째부터 무료였지만 앞으로는 연봉 360만엔(약 3500만원) 이하 가구는 첫째 학년과 관계없이 부담이 줄어듭니다. 결론적으로 부모 소득이나 자녀수 등을 종합 고려한 차등 보육이 선진국의 일반적 시스템입니다.

◇View & Another
누리과정 대립이 정치권의 4월 총선용 프레임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여야가 보육대란의 책임을 서로 떠넘겨 총선의 유불리를 저울질하며 기(氣)싸움을 벌인다는 겁니다. 사실 보육만큼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템도 없습니다. 여권은 작금의 파행을 진보 교육감과 야당이 다수인 지방의회, 또 야당 소속 단체장 탓으로 돌리려 합니다. 반면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청와대와 중앙정부 책임이라며 정권 심판론을 제기하는 상황입니다. 설혹 이런 정치적 프레임이 사실이라도 어느 쪽이 유리할 지는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국회의원은 물론 단체장, 교육감, 시·도의원 모두 선출직이어서 선거 때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권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성난 국민들의 화살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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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논설위원·기자 가 정성껏 답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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