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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선발, 지진' 가와지리 한화 인스트럭터의 추억들

중앙일보 2016.01.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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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지리 데쓰로(47). 90년대 중후반 일본 프로야구를 즐겨봤던 팬들에게는 낯익은 이름이다.

한신 타이거스 시절 개막전 선발로 나서고,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 등 활약했다. 사이드암이지만 시속 140㎞대의 빠른 공을 뿌리며 통산 60승을 올렸다. 하지만 그가 한국 팬에게 이름을 알린 사건은 따로 있다. 이종범(46)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팔꿈치를 맞힌 사건이다.

1997년 해태 우승을 이끈 이종범은 이듬해 주니치에 입단했다. 그는 시즌 초반 순조롭게 일본 무대에 적응하며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6월 23일 나고야돔에서 열린 한신전에서 가와지리가 던진 몸쪽 커브에 오른 팔꿈치를 맞고 골절상을 입었다. 3개월 가까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이종범은 이후 하락세를 거듭했고, 결국 일본 무대에서 성공를 거두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가와지리는 지난 16일부터 한화 인스트럭터로 서산 한화 2군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가와지리 코치 역시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는 '이종범을 맞힌 사건이 유명하다'는 말에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다음 날까지 집까지 찾아가서 사과했다. 사실 다음에 이종범과 대결할 때는 몸쪽으로 던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선발(227경기 중 163경기)로 활약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잠수함 선발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사이드암이 선발로 예고되면 상대는 왼손타자를 많이 기용한다. 결국 좌타자를 어떻게 상대하느냐가 선발로 살아남는 관건이다. 내 경우엔 몸쪽 직구와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공으로 승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사이드암 정재원의 투구를 살펴본 뒤 떨어지는 변화구인 커브 그립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사이드암 투수는 하체가 나가는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오버핸드도 마찬가지지만 상체가 먼저 나가지 않고 다리가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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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이색적인 경력이 있다. 한신, 긴테쓰 버팔로스, 라쿠텐 골든이글스를 거쳐 11년간 프로에서 활동하다 2005년 은퇴한 뒤 긴급지진속보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일한 것이다. 1995년 한신대지진을 경험한 것이 계기가 되서였다.

가와자리 인스트럭터는 "은퇴를 하고 나서 야구를 할 생각이 없어 완전히 다른 일을 했다"고 웃었다. 그가 다시 야구계로 돌아온 것은 2013년으로 독립리그인 BC리그의 군마 다이아몬드에서 코치를 거쳐 감독으로 일했다.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우연히 독립리그 경기를 보러갔다 지도자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복귀 이유를 설명했다.

비록 안 좋은 사건으로 한국과의 인연을 시작했지만 야구라는 매개체로 한국을 찾은 그의 표정은 밝았다. 사이드암 정대훈(31)과 정재원(32), 좌완 문재현(24), 우완 구본범(29)을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그는 "정재원은 팔스윙이 좋고, 문제훈은 각이 있는 공을 던진다. 정대훈도 구위가 좋다. 구본범은 처음 봤을 때보다 공을 길게 갖고 던진다"고 평했다.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2월 1일부터 고치에 있는 스프링캠프 본진으로 이동한다. 그는 "김성근 한화 감독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지만 한화에서 연락을 받아 오게 됐다"며 "짧은 기간이고 말이 잘 통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선수들에게 내가 가진 이론과 경험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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