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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홍준표 지사 측 '불법 증거수집' 의혹 제기…검찰 "사실 호도"

중앙일보 2016.01.2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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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홍준표(62) 경남도지사가 21일 첫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 정혁준 기자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홍준표(62) 경남도지사가 21일 첫 공판에 출석해 “검찰이 불법으로 증거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를 받아 자신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지목된 윤승모(53)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홍 지사 측근 엄모(60)씨와 통화한 내용에 관해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는 검사와 변호사간 증거 수집 과정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기 전에 홍 지사의 측근인 엄씨가 윤씨에게 회유성 전화를 걸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 지사가 윤 씨를 통해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홍 지사의 변호인 측은 "통화 녹취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며 맞섰다. 검찰과 변호인의 다툼이 이어지자 홍 지사는 “피고인도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변호인의 끈질긴 요구에 못 이겨 제출한 수사보고서를 보니 김모 부장검사가 지난해 4월 13일 윤씨가 엄씨와의 통화를 녹취한 같은 시간대에 모 호텔에서 검사와 윤씨의 1차 면담조사가 이뤄졌다”며 “진술 신빙성이 없을 것 같으니 새로운 증거를 수집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윤씨와 상의해 엄씨와의 대화를 녹취로 남겼다는 주장이다. 홍 지사는 목청을 높이더니 이내 검찰을 훈계하는 듯한 태도로 변했다.

그러면서 “불법 증거 수집과 감청 기법은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정치자금법보다 몇 배나 무거운 것으로 돼있다"며 "새로운 검찰총장이 됐으면 수사 관행도 바꾸고 자체 감찰을 해야 할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이날 법정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정치를 오래 하다 보니 이런 참소(讒訴·남을 헐뜯어서 죄가 있는 것처럼 꾸며 윗사람에게 고하는 행위)를 당하는구나 싶다. 돈을 받은 적도 없고 성완종도 잘 모른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은 홍 지사 측의 주장에 대해 "사실을 호도하려는 것이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 발족 전에 윤씨 관련 언론 보도가 미리 나와서 김 부장검사가 이 사건을 본격 수사할 지 말지ㆍ윤씨 소환을 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외부 장소에서 처음 만난 것이며 그 당시 엄씨와 통화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고 받아쳤다. “진술회유가 있었다는 사실도 나중에 윤씨가 USB 제출하면서 알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홍 지사는 2011년 6월 자신의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 전 부사장을 만나 쇼핑백에 담은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되 22일까지 이틀 연속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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