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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끊긴 누리예산…“애 못 보내요” “월급 못 줘요” 아우성

중앙일보 2016.01.21 02:22 종합 1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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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20일 서울·경기와 광주·전남 지역 유치원에는 지원금이 나오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유치원에서 학부모가 아이를 등원시키고 있다. [사진 전민규 기자]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A유치원. 수업이 시작된 뒤에도 유치원 입구의 신발장엔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였다. 애초 등록했던 원아 240여 명 중 26명이 개학 사흘째인 이날 나오지 않았다.

이종희(57) 원장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을 수 있냐’는 문의 전화가 몰렸다. 비용 부담 때문에 아이를 보내길 포기한 듯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A유치원은 이달분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지 못한 서울·경기도 유치원 3076곳 중 한 곳이다. 유치원은 교육청에서 주는 누리과정 지원금에 학부모로부터 받은 원비를 보태 인건비·급식비 등을 충당한다.

A유치원 역시 매달 20일께 받은 지원금 6000만원으로 보육교사·조리사·운전기사 등 30여 명의 월급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 이날 입금돼야 할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 원장은 보육교사에게 “아무래도 이달 월급은 늦어질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유치원 교사 최모(33)씨는 “당장 월급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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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유치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10시 수원시 영화동 B유치원 권모(56) 원장은 아이들을 데려오는 학부모에게 일일이 “끝까지 책임집니다. 부모님에게 추가 부담을 드리지 않겠습니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문제가 불거진 이후 B유치원에선 12명이 입학을 취소했다. 권 원장은 “ 일단 원비를 올리는 대신 지인들에게 운영비를 빌려 충당하려 한다”고 말했다.

 유치원들은 “지원금 지급이 어려우면 은행 대출이라도 받겠다”고 교육청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부정적인 답변만 들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유치원장은 “유치원을 그만두고 주민센터에 월 10만원의 양육수당을 신청하는 부모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의회 앞에서는 유치원장·학부모 500여 명이 항의 집회를 벌였다. 이명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부장은 “정부·교육청·시의회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아 학부모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시의회에 예산을 편성할 것을 요구했다.

 학부모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의 A유치원 입구에서 만난 정성희(31)씨는 각각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니는 두 딸을 뒀다.

정씨는 “어린이집까지 지원금이 끊기면 자녀 원비로 매달 50만~60만원이 더 든다. 직장을 관두고 집에서 키워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의 C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이모(39)씨는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할 때는 언제고 책임만 떠넘기느냐 ”고 비판했다.

 보육대란은 시작됐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21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부산에서 열리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참석해 교육감들과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경기도는 한두 달치 예산을 먼저 편성한 후 대책을 세우자고 하지만 벌써 1월이 지나가고 있다”며 “이제 교육부는 못 믿겠다. 대통령이 나서야 해결될 것 ”이라고 말했다. 

글=백민경 기자, 수원·성남=임명수·박수철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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