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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순방 관례 깨고, 연초부터 중동 3국 찾아간 시진핑

중앙일보 2016.01.21 01:54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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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19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으로부터 사우디 최고 훈장인 압둘아지스 메달을 받았다. [리야드 신화=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중동 순방길에 올랐다. 높아진 국력을 앞세워 전방위 외교를 펼치고 있는 시 주석이 올해 첫 순방지로 중동을 고른 것이다.

미 영향력 약화 틈타 위상 높이기
사우디·이집트·이란 차례로 방문
일대일로 경유지 협력 다지기 나서
국교 단절 등 지역 갈등 중재도 관심


방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집트 등 3개국. 모두 중동의 대국들이다. 미국의 대 중동 영향력이 날로 약해지고 있는 틈을 타 중동 대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위상을 드높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방문이다.

 통상 중국 지도자의 해외 순방은 춘절 장기 연휴와 국내 정치일정인 양회(兩會)가 끝난 뒤인 3∼4월 경에 시작되는 것이 관례이고 지난 2년간 시 주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신년초부터 의욕적으로 해외 순방에 나섰고 그 행선지로 중동을 골랐다. 중동은 중국에 있어서도 전략적 이해가 걸린 지역이다. 중동 국가들은 중국의 최대 원유공급처이자 7번째 교역 상대다. 또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경제권 구축 전략에서도 중동은 핵심 경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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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방문지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국가 중에서도 원유 수입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19일 리야드에 도착한 시 주석은 살만 국왕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시 주석은 현지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랜 교류 역사를 가진 형제국가”라고 썼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는 14개의 협약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했다고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중에는 일대일로 협력 계획과 고에너지형 원자로 건설 협력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시 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걸프협력회의(GCC)와 이슬람협력기구(OIC) 등 이 지역 국제기구 지도부와도 회동한다.

 이어 시 주석은 중국 지도자로선 12년만에 이집트를 방문한다. 그동안 외자 유치에 애써온 이집트는 시 주석 방문기간에 중국으로부터 10억 달러(약1조2000억원) 상당의 차관을 지원받는 방안을 제기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양국은 이밖에 철도 사업 등 인프라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도 체결할 예정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방문국은 마지막 행선지인 이란이다. 16일 국제 경제제재가 풀려 서방 국가들의 진출 붐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발빠르게 이란을 방문하는 선수를 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제재를 강화하는 중에도 중국은 이란과의 교역을 계속 확대해왔다.

양국 교역액은 2014년 51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31.5% 증가한 수치다. 이란은 중국에 석유를 팔고 각종 공산품을 수입해 제재를 견뎌왔다. 덕분에 이란은 중국에 대해 각별한 우호감정을 갖고 있으며 관계도 끈끈한 편이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에 함께 해 준 친구를 잊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중국의 경제전문지인 21세기경제보도는 “시 주석은 취임 후 지금까지 모두 여섯차례 로하니 대통령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문길에선 이란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육로를 거쳐 중국까지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건설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갈등이 고조된 끝에 단교를 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함께 방문지에 포함된 사실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시 주석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해 긴장을 완화시킴으로써 지역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 들어 이란핵 문제 협상과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중동의 주요 현안에 적극적으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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