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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붙는 ‘바둑의 전설’ 누가 웃을까

중앙일보 2016.01.21 01:22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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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한국 바둑은 참으로 대단했다. 조훈현 9단이 89년 제1회 응씨배에서 우승한 것을 기점으로 변방국에 불과했던 한국 바둑은 화려하게 꽃피기 시작했다.

‘2016 전자랜드배’ 23일 스타트
우승상금 5000만원 풀리그 방식
모든 대국 바둑TV 통해 생중계
후배들 “우승후보 1순위 이창호”


이후 기라성 같은 영웅들이 한국 바둑에 대거 등장했다. 조훈현(63)·서봉수(63)·유창혁(50)·이창호(41)의 ‘4대 천왕’ 시대가 열린 것이다.

 먼저 한국 바둑 황금기의 포문을 연 조훈현 9단은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모든 기전(棋戰)을 독식하며 ‘바둑황제’로 군림했다. 이에 맞선 ‘토종 승부사’ 서봉수 9단은 끈질긴 생명력과 승부사 기질로 조 9단의 독주를 견제했다.

조·서 투톱 시대를 지나서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통하는 ‘일지매’ 유창혁 9단이 등장했다. 여기에 조훈현 9단의 제자인 이창호 9단이 스승을 꺾고 1인자로 떠오르면서 한국 바둑은 일대 부흥의 역사를 쓰게 된다.

여기에 조치훈(60) 9단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조 9단이 일본 바둑까지 제패하면서 한국 바둑의 위세가 전 세계를 아우르게 된 것이다.

 그 다섯 명의 전설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23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열리는 ‘2016 전자랜드배 한국 바둑의 전설’에서다. 전자랜드가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이 대회에서 다섯 명은 풀리그로 우승자를 가린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씩 주어진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2000만원이다. 3~5위는 각각 1200만원, 800만원, 600만원을 받는다. 동률일 경우 승자승, 3인 이상 동률이 나올 경우에는 공동 순위로 상금을 똑같이 분배한다.

 전설적 대국의 승자는 누구일까. 강력한 우승 후보로는 이창호 9단이 꼽힌다. 일단 40대로 나이가 가장 어리다. 상대 전적도 크게 앞서 있다.

이 9단은 조훈현 9단을 상대로 191승119패, 서봉수 9단에게 51승17패, 유창혁 9단에게 95승47패, 조치훈 9단에게는 10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최철한 9단은 “이창호 9단이 다른 프로기사들보다 많이 젊고 아직 현역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우승 가능성이 크다” 고 전망했다.

 하지만 승부는 뚜껑을 열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 대회마다 컨디션이나 기세에 따라 승패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

서봉수 9단은 “2006년 역대 국수 초청전에서 내가 우승한 것처럼 이번에도 운이 따라 준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도 우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패를 떠나 이번 대회는 바둑 팬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대국은 한국기원이 운영하는 바둑TV에서 생중계된다. JTBC에서도 30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7시30분에 특집 방송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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