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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그녀는 어떻게 남의 아기를 데려다 키울 수 있었나

중앙일보 2016.01.21 00:58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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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미
변호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아동 매매’가 일어나는 나라, 중국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20대 여성이 “아이를 키우고 싶다”며 인터넷을 통해 갓 태어난 신생아 6명을 사고팔아 충격을 줬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한국에서 도대체 어떻게 신생아가 거래 대상이 될 수 있었을까.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첫째, 아이가 출생신고에서 배제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현행법상 이 땅에서 아이의 출생신고는 부모에게 일임돼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아이의 존재를 공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 결과 아이가 불법 매매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우리나라가 1991년에 가입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출생신고가 바로 아동 인권을 위한 최소한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선진국에서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를 두고 있다. 병원과 같은 아이 출생기관에도 동시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해 아이들이 출생신고에서 누락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미혼모를 절망케 하는 사회안전망의 부재다. 임신한 여성이 홀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보장 시스템이 돼 있다면 온라인 공간에 미혼모의 고민이 올라올 이유가 없다. 한 설문 결과는 미혼모의 열악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설문에 응답한 미혼모의 절반이 직업이 없었고, 직업이 있는 경우에도 한 달 수입이 1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에게 지원되는 양육비는 월 최대 15만원에 불과하다. 미혼모 시설에 들어가지 않으면 출산과 생계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미혼모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영아 매매(유기)가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그 배경으로 2011년에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언급된다. 가족관계증명서에 자녀의 출산 사실을 남기고 싶지 않은 미혼모들이 입양을 기피한다는 주장이 뒤따라 나온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다. 우리는 2011년에야 비로소 입양특례법을 개정해 수십 년간의 비정상적인 입양 관행을 바로잡았다. 그때까지는 친생부모는 출생신고를 생략하고 양부모가 마치 친부모인 것처럼 허위로 출생신고를 하는 방식으로 입양이 이뤄졌다. 입양이 아동 복리에 최우선적인 조치인지 심사하는 공적 주체는 부재했고, 대한민국은 아동 매매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입양특례법을 고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법 개정을 통해 입양 절차를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도록 정비한 것이다. 최소한 아이의 출생신고는 하도록, 입양이 아이에게 최선인지 법원이 심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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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편견에 노출되지 않도록 미혼모의 사생활은 보호돼야 한다. 문제는 입양특례법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다. 가족관계법은 구(舊)호적을 대체한 가족관계증명서에 대한 법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가족관계증명서·기본증명서·혼인관계증명서를 포함해 수많은 증명서 제출을 요구받는다. 증명서에는 혼인·이혼·재혼 여부, 미혼 자녀가 있는지, 전혼 자녀가 있는지, 부모가 이혼했는지 등 굳이 제출할 필요가 없는 온갖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만약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도로 증명서 기재 항목을 제한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사생활 침해는 예방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법무부는 “개인정보의 지나친 공개로 고통받던 한부모 가정, 이혼·입양 경력자 등의 고통을 해소하고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미 가족관계법 전면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고 국회에 발의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온정적인 시선을 거둬야 한다. 아이를 데려간 여성이 아이를 되팔 의사가 없기 때문에 ‘선의’라고, 어린 나이에 엄마 사랑을 받지 못해 발생한 ‘안타까운’ 사연으로 소개돼서는 안 된다. 아내와 아이를 살해하고 자살한 가장의 스토리가 ‘가족 살해’가 아니라 ‘동반 자살’로 잘못 보도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살기 힘들었으면 가족까지 데리고 자살했을까 안타까워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다. 오히려 우리 안의 이런 삐뚤어진 온정적 시선이 자녀란 부모가 처분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확대 재생산한다. 인터넷을 통한 영아 6명의 밀매사건 역시 그 본질부터 정확하게 대면해야 한다. 바로 아동을 매매한 반인륜적 인신매매 범죄라는 사실이다. 더 이상 ‘선의’나 ‘안타까운’ 스토리로 포장돼선 안 된다. 그래야 우리 사회는 최근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아동 학대를 제로로 만드는 출발점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소라미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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