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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사자 같은 기업가 정신이 있는가

중앙일보 2016.01.21 00:53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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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흔히 사자를 밀림의 제왕이라 부른다. 사자가 아프리카 생태계의 제일 윗자리를 차지한 건 바로 무리 생활 덕분이다. 하지만 사자가 왕국을 건설하는 일은 순탄치가 않다. 사자 무리에서 어린 수사자는 덩치가 커지고 어른이 되면 무리를 떠나야 한다. 그 무리엔 이미 ‘1인자’ 수사자가 있기 때문이다. 무리에서 나와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는 수사자에겐 모든 게 도전과 시련의 연속이다. 사냥에서 실패하기 일쑤이고 자신의 영역이 없다 보니 남의 영역을 침범했다가 번번이 쫓겨나곤 한다. 수사자의 커다란 갈기는 대결 땐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하지만 사냥할 땐 거추장스러운 존재다. 큰 갈기 탓에 움직임이 느릴 뿐만 아니라 먹잇감에 쉽게 노출된다. 사자 무리에서 대부분의 사냥을 암사자가 전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떠돌이 수사자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다른 떠돌이 수사자와 힘을 합쳐 인근의 사자 무리에서 ‘1인자’를 몰아내든가, 또 운이 좋다면 어른 수사자가 없는 암사자 무리를 만나 새로운 무리를 꾸릴 수 있다. 수사자가 이렇게 제국을 일굴 발판을 마련했다고 해도 끊임없는 외세(떠돌이 수사자)의 도전을 물리쳐야 하고 역할 분담 체계를 갖춰야 한다. 수사자는 제국을 지켜내고 암사자는 사냥 때 매복·기습·포위 등의 역할을 나눈다. 이 과정이 모두 성공해야 사자 왕국은 탄생한다.

 사자의 왕국 건설은 사람으로 치면 벤처창업과 같다. 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즉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치밀한 역할 분담을 통해 왕국을 건설한다. 무언가 기어코 이루어 보겠다는 열정 속에서 창의와 혁신은 피어오른다. 만약 한 나라에 이런 기업가정신이 없다면 그 나라 경제는 얼마 가지 않아 사라질 ‘식물 경제’나 마찬가지다. 전문가가 중진국까지의 성장은 효율성이 주도하지만 선진국 진입은 기업가정신이 주도한다고 진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학생의 창업 선호 비율은 6.1%로 중국(40.8%)보다 훨씬 낮았다. 게다가 한국 청년의 3분의 1가량은 창업을 원하는 이유로 ‘취업의 어려움’을 꼽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은 더욱 암울하다. 20세 이상 818명을 조사해 보니 ‘자녀의 창업에 반대하겠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창업을 하려는 사람 중에서도 단독으로 창업하겠다는 사람이 10명 중 9명(87%)에 달했다.

 제국을 건설하려면 혼자의 힘만으론 버겁다. 기업가정신은 협업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빌 게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동업을 통해 꿈을 이뤘다. 독특한 경영방식을 고집했던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내 사업 모델은 비틀스다. 비틀스의 네 명은 상대방의 부정적 성향을 통제했다. 이들은 균형을 이뤘고 총합은 부분의 합계보다 컸다. 사업에서 대단한 일은 결코 한 사람이 아니라 팀이 해낸다.”

 함께하는 기업가정신 없인 한국 경제도 없다.

김창규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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