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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가봤습니다] 1년 곶감 농사 가른 나흘의 선택

중앙일보 2016.01.21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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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상북도 상주시 용하농원의 선별 건조장에서 주민들이 곶감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이마트]

지난 19일 찾은 경상북도 상주 농가에선 설 대목을 앞두고 겨우내 말린 곶감을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십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작업장에 모여 설 선물용 상자에 곶감을 채우느라 분주히 손을 움직였다.

국내 최대 산지 경북 상주 르포
수퍼 엘니뇨에 지난해 11월 장마
일찍 수확해 건조 시작한 농가들
날씨 피해 없이 설 대목 맞아 분주
때 놓친 농가들은 곰팡이 피해

상주는 국내 최대 곶감 산지다. 3800여 농가에서 국내 전체 곶감 연간 생산량의 절반 정도인 1만 톤 이상이 만들어진다. 1월은 공들여 만든 곶감을 시장에 내놓는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하지만 상주 곶감 농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곶감이 부패하면서 덕장 내 건조 걸이에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해서다. 때아닌 장마가 이어지며 곶감에 곰팡이가 피는 피해도 생겼다.

‘호랑이도 반한 곶감’의 김성부 대표는 “따뜻하고 습한 겨울 날씨 때문에 감이 꼭지에서 떨어져 덕장 바닥이 붉은 홍시로 물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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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지난해보다 약 30% 생산량이 줄었다. 떨어져 터진 홍시를 볼 땐 가슴이 찢어질 것 같더라”고 하소연했다.

 곶감 만드는 작업은 매년 10월 감 수확과 동시에 시작된다. 수확한 감은 10월 15일쯤부터 껍질을 깎은 뒤 실에 엮어 덕장에 건다. 이 후 자연건조 60일의 시간을 거친다.

상주에선 4일 차이로 곶감 농가의 희비가 갈렸다. 지난해 이상 기후를 파악해 대처했던 일부 곶감 농가는 생산량이 늘었다.

이마트에 납품하는 상주시 서곡동 용하농원의 전용하 대표는 “수퍼 엘니뇨 영향을 예상한 바이어가 조금 일찍 감을 깎자고 해서 예년보다 4일 일찍 수확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농가보다 4일 먼저 감을 깎아 말렸더니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곶감이 반 이상 건조돼 피해를 피해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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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농업 분야의 피해가 크다. 수퍼 엘니뇨 현상이 발생해 11월 한 달 동안 20여 일이 비가 왔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작목은 곶감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곶감 생산계획량 2만7800톤 가운데 45%인 1만2500톤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액은 1253억원에 이른다.

겨울 딸기도 잦은 비와 적은 일조량으로 수확량이 줄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일조량 감소 현상으로 예년에 비해 딸기 수확량이 20~30% 정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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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감귤 농사도 수확기인 11월 중순부터 내린 장마 때문에 망쳤다. 수확기의 비는 감귤의 당도를 떨어뜨리고 과육을 무르게 한다.

올 들어 날씨가 개면서 시장에 물량이 쏟아졌다. 하지만 무른 감귤의 부패율이 높아 품질이 떨어져 가격은 평년 대비 50~60%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월동 배추와 배도 따뜻한 겨울날씨 때문에 병충해 피해가 속출했다. 배의 경우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20% 정도 올랐다.

 유통업계와 농가는 이에 따라 이상 기온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격 안정을 위해 기존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곶감처럼 날씨에 따라 수확 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추는 식이다.

이마트는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고’를 운영한다. 산소와 질소 농도를 조절해 농산물의 노화를 억제하는 저장고다. 수확 때와 같은 본래의 맛을 최대한 오래 유지시키는 저장 방식이다. 여기에 과일이나 채소를 저장하면 길게는 6개월까지 신선함이 유지된다.

 롯데마트의 경우 해수 온도가 평년 대비 2도 이상 높아져 김이 덜 자라자 김을 기르기 위한 원초부터 매입하고 있다. 수확시기를 늦춰 최대한 김을 키워 생산량을 늘리는 전략이다.

롯데마트 심성보 건해산물팀장은 “어민에겐 선급금을 줘 수익을 미리 확보해주고, 고객에게는 출하시기를 늦춰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김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 따라 대형 마트들은 각 지역을 대표하던 특산물의 매입 지역을 다각화하는 노력에도 나서고 있다.

한라봉하면 제주도가 특산지였는데, 롯데마트는 충북 충주에서 생산된 한라봉을 매입해 지난해 말 판매했다. 제주도산 열대과일 애플망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어류 조달 지역도 다각화하고 있다.동해안 오징어만 판매하는 대신, 서해산 오징어 매입도 늘리고 있다.

 이마트의 전진복 과일 바이어는 “날씨 예보를 알기 위해 일본의 기상 정보까지 챙겨보고 있다”며 “주요 산지 농가들과 기상 정보를 공유하고, 수확 시점 조절 등으로 날씨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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