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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재영입'이냐 '인재등용'이냐 놓고 다툰 새누리…도대체 뭔 차이기에?

중앙일보 2016.01.20 18:09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 “당 차원에선 ‘인재영입’이라고 하지 말고 ‘등용’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대학교에서 ‘교수초빙 공고’ 내는 것처럼 이번에 우리당에선 아예 ‘인재등용 고지’ 같은 것을 내는 것도 좋겠네요.”
 
▲김무성 대표: “좋은 말씀입니다. ‘등용’ 외에 ‘인재충원’이란 표현도 좋고….”
 
▲원유철 원내대표: “저는 반대입니다. 인재영입을 인재영입이라고 해야 왜 등용이라고 합니 까. 표현은 의원들이 각자 알아서 쓰도록 둬야 합니다.”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부문에서 오간 대화다. ‘인재영입’란 용어를 놓고 때 아닌 ‘용어전쟁’이 벌어진 현장이다. 

인재영입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늘 해온 정치신인 발굴 작업을 가리키는 용어다. 

그런데 어쩌다가 거대여당의 지도부 회의에서 이미 관행화한 이 용어를 놓고 신경전이 벌이진 것일까.
 
그 출발점에는 김무성 대표의 ‘상향식 공천제 100% 관철’에 대한 고집이 있다. 그는 2014년 7월 당권을 잡으면서부터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공언해왔다. 야당의 동시실시 거부로 지난해 말 오픈 프라이머리가 물건너간 이후에도 상향식 공천의 틀만은 지키겠다고 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뜻이 반영돼 최근 새누리당은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 70%와 해당지역 책임당원 투표 30%를 합산해 후보를 결정하는 새로운 공천제도를 확정지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전략공천제도 부활시키지 않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전략공천제는 특정 지역구나 특정 인물의 공천을 중앙당에서 전략전 판단 아래 일방적으로 결정짓는 제도다.
 
 문제는 인재영입과 전략공천이 정치권에서 그동안 ‘한쌍’이었단 점이다. 인재영입의 대상은 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사들이지만, 이들도 지역조직은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후보경선에 나가면 기존에 지역을 가꿔온 정치인들에게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요 정당들에선 영입인재들에게는 전략공천을 통해 본선진출권을 보장해주는 게 관행이었다.  이러다 보니 전략공천을 없애버린 새누리당으로서는 인재영입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총선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인재영입위원장 당직이 공석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의 기본전략 중 하나인 인재영입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까지 전략공천을 없애려고 해온 김 대표의 행보가 엉키는 일이 최근 발생했다. 바로 지난주 여권을 뜨겁게 달궜던 안대희 전 대법관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험지(險地ㆍ새누리당세가 약한 지역) 출마 권유’였다. 

김 대표는 각각 부산 해운대와 서울 종로 출마를 구상 중이던 이들에게 야당 현역의원이 있는 서울 강북지역 출마를 권유했다. 그리고 그 결과, 안 전 대법관은 권유를 받아들여 마포갑으로 지역구를 옮겼다.
 
그러자 다수인 비박근혜계 현역들을 ‘물갈이’하기 위해 전략공천제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친박근혜계가 이 틈을 파고 들었다. 

친박계 의원들은 “김 대표가 하는 게 사실상 명망가 인재영입이고, 그에 따른 전략공천 아니고 무엇이냐”고 따지고 나섰다. 김 대표의 권유를 받아들인 안 전 대법관도 “험지라고 해서 불러올려 놓고 당원협의장의 반발을 초래하면(서 경선까지 하라고 하면) 나로서도 힘든 일”(18일 라디오 인터뷰)이라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김 대표로서는 앞으로 인재영입을 할 때마다 “전략공천을 부활시켜달라”는 당사자와 친박계의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돼버린 셈이다.
 
하지만 이런 내홍이 벌어질 때마다 당 전체의 이미지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를 우려한 조동원 본부장이 20일 비공회에서 꺼낸 카드가 바로 ‘인재영입’을 ‘등용’이란 말로 대체하자는 제안이었다. 전략공천이 보장되는 기존의 인재영입과는 다르다는 점을 확실해두자는 취지였다. 

당연히 김 대표로서는 환영할 수밖에 없는 제안. 김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인재충원이라는 표현도 좋다”라는 식으로 쐐기를 박으려고 한 게 비공개 회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흐름을 제지하고 나선 게 바로 ‘신박(새로운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원유철 원내대표였다. 당 내에서도 "인재영입을 영입이라 못 부르다니,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전이냐"는 비판이 있어온 터였다. 

이런 만큼 원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이처럼 싸늘하게 제동을 건 데 이어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인재영입은) 책임이자 의무다. 당지도부로서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반면 비박계인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 당은) ‘인재영입’이 아니라 ‘등용’이란 말 쓴다”고 말해 김 대표의 입장을 옹호했다. 또 한번 양측의 입장이 충돌한 장면이다.
 
결국 종합하면, 이처럼 총선을 앞둔 ‘새 인재 수혈 작업’을 ‘영입’이라고 부를 것이냐 ‘등용’이라고 부를 것이냐 하는 논쟁의 본질은 전략공천을 부활 여부를 놓고 벌이는 김 대표 측과 친박계 사이의 신경전인 셈이다. 

새누리당의 공천룰은 결정됐지만, 여전히 계파 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이렇게 순간순간 타오르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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