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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욕심 내는 손연재, 회전의 여왕이 돼라

중앙일보 2016.01.20 17:35
"하나, 둘, 셋…."

곤봉을 양손에 든 손연재(22·연세대)가 포디움에서 회전하자 팬들은 큰 소리로 회전수를 함께 셌다. 왼발을 축으로 오른발을 쭉 뻗어 허리까지 올린 손연재는 날렵한 동작으로 쉼없이 몸통을 돌렸다. 왼발 축은 흔들림이 없었고, 공중에 떠 있는 오른발은 처지지 않았다. 그렇게 10회전. 손연재의 특기 난도 '포에테 피봇'을 지켜본 관중들은 큰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손연재가 20일 태릉선수촌 리듬체조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016 리우올림픽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손연재는 후프(17·850점)·볼(17.750점)·곤봉(18.000점)·리본(17.700점) 등 4개 종목 합계 71.300점, 1위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리듬체조에서 세계적인 톱클래스에 드는 손연재는 각 종목마다 18점대 후반 점수를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이날은 종종 수구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하며 4개 종목 가운데 곤봉을 제외한 3개 종목에서 17점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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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쇼에서 탱고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는 손연재. [중앙포토]

특히 손연재가 가장 열심히 준비한 '리베르탱고(Libertango)'를 배경음악으로 한 리본 종목에서 17점대 후반에 그친 게 아쉬웠다. 손연재는 빠른 템포와 강렬한 선율이 돋보이는 탱고를 연기하기 위해 강사를 따로 초빙해 춤을 배웠다. 손연재는 "보통 2월말에 시즌은을 시작한다. 1월에 경기하는 건 처음"이라며 "아직 프로그램 수정 단계라서 연기가 익숙하지 않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면 오늘 경기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최근까지 러시아에서 훈련하며 프로그램을 짰다. 2주 정도 새 프로그램을 연습한 뒤 지난 17일 귀국해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섰다. 의상이 아직 갖춰지지 않아 후프와 볼 연기 때는 분홍색과 연보라색인 섞인 똑같은 의상을 입었다. 손연재는 "보통 2~3월에 종목별로 의상이 준비된다. 프로그램 컨셉트에 맞는 의상이 하나도 없어서 예전 의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음악도 미완성이다. 원래 곤봉 음악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돋보이는 클럽 데스 벨루가의 '올 어보드(All Aboard)'였지만 더 경쾌하고 강렬한 에드문도 로스의 '오예 네그라(Oye Negra)'로 교체했다. 손연재는 "연기에 맞게 음악을 편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연재가 올 시즌 성공을 위해 핵심 난도로 꼽은 '포에테 피봇'은 완벽에 가까웠다. 지난해 말 코어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다진 손연재는 10차례나 회전을 하면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몸의 중심인 허리가 단단해지면서 10회전을 힘차게 돌았다. 체력이 달려 회전축이 흔들리는 예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손연재는 "포에테 피봇이 난도 중에서 점수가 가장 높다. 점수를 더욱 잘 받기 위해서 오른다리를 굽히지 않고 펴서 회전하는 동작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포에테 피봇은 다리를 펴서 돌면 회전 하나씩 0.2점을 받고, 다리를 굽혀서 돌면 0.1점을 받는다. 손연재는 곤봉과 볼은 10회전, 후프와 리본은 9회전을 준비했다. 10회전 성공시 2.0점을 받고, 9회전 성공시 1.8점을 받는다. 변해심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연구위원장은 "손연재는 균형감각이 뛰어나 회전을 잘한다. 몸에 힘이 붙어서 회전이 더 빠르고 매끄러워졌다"고 평가했다.

리우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그의 목표는 커지고 있다. 손연재는 "후회 없는 무대만 만들자고 생각했는데 이제 욕심이 난다. 상위권 선수들이라면 올림픽 메달을 욕심내는 것도 당연하다. 하늘이 내려준다는 올림픽 메달을 꼭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다. 양 발목과 종아리에 테이핑을 하고 나온 손연재는 "발목 통증은 고질병이다. 강화운동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아프다. 올림픽까지는 무조건 참고 뛰겠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수정은 다음달 26일 열리는 핀란드 리듬체조 월드컵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소 밋밋한 후프와 볼에 댄스 스텝을 더 넣어 풍성한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다. 손연재는 "2012 런던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인 만큼 내가 가장 잘하는 기술들을 모두 보여주겠다.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며 "한 종목 당 1분30초 연기를 펼치는데 1초도 빈 곳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연재는 25일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 연기를 가다듬을 계획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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