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당뇨·고혈압도 OK' 유병자보험, 80% 비싼 보험료 따져봐야

중앙일보 2016.01.20 14:12
당뇨·고혈압 같은 지병 때문에 통원치료 중이어도, 수년 전 뇌졸중·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적 있어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건강보험. 이른바 '유병자보험'이 손해보험 업계의 최신 트렌드다.

이달 들어 삼성화재(간편하게건강하게)·흥국화재(행복든든간편가입보장보험)·KB손해보험(KB신간편가입건강보험) 등이 잇달아 간편심사 유병자보험을 출시했다.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간편심사 보험을 출시한 현대해상(모두에게간편한건강보험)의 경우 5개월 간 약 9만 건, 7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유병자보험 상품은 구조가 모두 비슷하다. 3개의 질문으로 된 '간편심사'만 통과하면 별도의 서류심사 없이 가입할 수 있다. 질문 내용은 ▶최근 3개월 이내 입원·수술·추가검사를 하라는 의사 소견이 있는지 ▶2년 이내에 질병이나 사고로 입원·수술한 적 있는지 ▶5년 이내에 암으로 진단과 치료(또는 수술·입원) 받은 적 있는지다. 세 질문에 해당되는 내용만 없으면 과거에 어떤 병력이 있든 따지지 않는다. 가입연령은 50~75세(흥국화재는 40~75세). 최고 100세까지 갱신이 가능하다.

기존의 건강보험은 병력이 있으면 깐깐한 서류심사를 거쳐서 보험료를 할증해 가입하거나 아예 가입이 거절되기도 했다. 유병자보험은 병력이나 나이를 이유로 일반적인 건강보험에 가입이 어려웠던 사람에게 가입문턱을 낮췄다. 보험사 입장에선 유병자·고령자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효과가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엔 간편심사 유병자보험이 대세상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자보험은 일본에선 2006년부터 판매된 일본 보험업계의 대표상품이다. 초고령화를 겪는 일본에선 ‘인수조건완화형보험’이란 이름으로 3~4개의 질문만 통과하면 가입되는 건강보험 상품이 고령자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병자보험에 가입할 때 유의해야할 점은 비싼 보험료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심사가 간단하고 지병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대신 보험료는 일반보험보다 60~80% 비싸다”고 설명했다. 보장 내용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실제 가입한 고객의 평균 보험료는 월 12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갱신형 상품이고 실손이 아닌 정액보장형임을 감안하면 꽤 높은 편이다.

유병자보험은 통원은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입원·수술하지 않는 경우엔 보험료가 고령층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단순히 ‘나도 보험 하나쯤은 들어야하지 않을까’란 막연한 생각에 가입하기보다는 비싼 보험료 대비 보장 내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또 서류심사를 거쳐 일반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건강상태인데도 ‘간편심사’에 이끌려 유병자보험을 선택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