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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 이철희 소장 20일 더민주 입당…"핫하게 붙고, 지면 쿨하게 사라지겠다"

중앙일보 2016.01.2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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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예능프로그램 <썰전>에서 정치평론가로 인기를 모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20일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핫(hot)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cool)하게 사라지겠다"고 말했다. [사진 중앙포토]


시사예능프로그램 <썰전>에서 정치평론가로 인기를 모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20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이 소장은 이날 입당기자회견에서 “정치가가 잘 해야 보통 사람의 삶이 바뀐다고 믿어 왔기 때문에 꿈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더민주는 이 소장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영입했다.

이 소장은 입당의 변에서 “방송인으로 어렵게 일궈낸 성과를 뒤로 하는 것도 솔직히 아까웠고, 제가 정치를 한다고 해서 정치가 바뀔지, 제가 비판했던 만큼 정치를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며 “그래도 한 번은 여한 없이 싸워봐야 비록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을 거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이 소장은 “국회의원이 목표는 아니다. 정치권에 몸담을 때나 밖에서 지켜볼 때나 국회의원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좋은 국회의원의 역할을 폄훼하지도 않는다. 제대로 한다면 국회의원의 역할은 참 많고, 소중합니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시민이 고생한다고 아메리카노 한 잔 사 주며 더 잘하라고 격려하는 그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핫(hot)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cool)하게 사라지겠다”라며 입당의 변을 마쳤다.

이 소장은 더민주에서 역할에 대해 ”정치의 심장은 전략이라는 말울 좋아 한다“며 “더민주에는 전략적 판단이 부족하다는 게 제 판단이라 거기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 소장은 “이번 결정은 문재인, 안철수 둘 중 한 사람을 선택하는 결정이 아닌 정당을 선택하는 과정이다”며 “좋은 정당이 있어야 좋은 정치가 열린다고 생각하는 만큼 더민주를 살리는게 지금의 과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한길 의원이 탈당했는데 여기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은 후에는 “부부간에도 정치적 선택은 존중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저도 김 의원의 선택을 존중하고 김 의원도 저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고 했다. 이 소장은 김한길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이 소장과 함께 더민주에 입당한 권 전 상임대표는 한국여성민후외 상임대표, MBC 방송문화 진흥회 이사 등 여성운동, 미디어 분야의 전문가다.

권 전 상임대표는 “더민주가 어린 여학생, 직장맘, 어르신여성들도 카페나 도서관처럼 친근하게 드나들며 자신의 차별을 상담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권 상임대표는 이어 “정책정당으로서 어떤 다른 당보다 우위가 있음에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음을 바로잡는 것, 일상과 더 밀착된 생활정치를 개발하는 일, 점점 경시되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당의 특장점으로 만드는 것”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 소장과 권 전 상임대표는 더민주 내 설치 될 ‘뉴파티 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 소장은 “당이 아직 완전히 혁신된게 아니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혁신운동을 풀어봤으면 좋겠다는 문제 의식이 있었다”라며 “문 대표와도 생각이 일치해 뉴파티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게 됐다”고 했다.

뉴파티위원회에는 이 소장과 권 전 상임대표 외에 금태섭 변호사,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이 활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이철희 소장 입당 기자회견 전문

다시 민주당에 돌아오며(2016년 1월 20일)

고민이 적지 않았습니다.

방송인으로 어렵게 일궈낸 성과를 뒤로 하는 것도 솔직히 아까웠고, 제가 정치를 한다고 해서 정치가 바뀔지, 제가 비판했던 만큼 정치를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흔쾌히 그렇다는 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은 여한 없이 싸워봐야 비록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을 거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정치가 중요하다고 한 그간의 제 말에 대해 이제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는 와이프의 조언도 와 닿았습니다.

아주 건방진 얘기지만, 국회의원이 목표는 아닙니다. 정치권에 몸담을 때나 밖에서 지켜볼 때나 국회의원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국회의원이 정치를 독점하는 것이 늘 불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국회의원의 역할을 폄훼하지도 않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놈이 그런 오만을 떨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대로 한다면 국회의원의 역할은 참 많고, 소중합니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시민이 고생한다고 아메리카노 한 잔 사 주며 더 잘하라고 격려 하는 그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밖에서 본 더민주는 참 부족하고 부실하고 부유하는 정당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유력한 개인보다 정당이 중요하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진보를 표방한 정치세력이 유능해야 한 사회의 질이 좋아진다는 건 제 소신입니다.

복지국가를 이룩한 모든 나라들에는 예외 없이 튼실한 개혁정당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좋은 정당이 있어야 진보가 정치적으로 유능해 지고, 그럼으로써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더불어민주당에 다시 돌아오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비록 많이 못났지만 이미 일상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정당을 바로 세우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누구의, 어느 계파의 정당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의 편을 드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바뀌기를, 그 속에 제 역할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평소 정치는 타협이고, 긍정이고, 민생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나만이 옳다는 자세가 아니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타협의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상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1원 1표의 시장원리에 신음하는 보통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1인 1표의 정치시스템으로 풀어줘야 합니다.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은 좌표일 뿐 무능을 변명하는 알리바이가 될 수 없습니다.

정치편론이 아니라 정치평론을 하자고 다짐했던 그 마음, 어떤 경우에도 대중의 눈높이로 보려고 했던 그 마음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 놈도 정치판에 들어가더니 다른 게 없다’는 소리만은 듣지 않도록 자계하고, 또 자계하겠습니다. 못난 놈이 될지언정 나쁜 놈은 되지 않겠습니다. 핫(hot)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cool)하게 사라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추워도 너무 추운 날 입당하는 불운을 아쉬워하며, 이철희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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