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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억명 유지 마지노선은 출산율 1.8”

중앙일보 2016.01.20 03:39 종합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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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인구 감소 현상에 대해 일찌감치 위기의식을 느꼈다. 1989년에 출산율 1.57명을 기록하자 이를 ‘1.57 쇼크’라고 부르며 국가적 차원의 저출산 대책을 세웠다.

일본 ‘1억총활약상’ 가토 가쓰노부 한국 언론 첫 인터뷰
저출산 극복이 2기 아베노믹스 핵심, 39조원 투입
다음 세대 명운 걸려…중국도 한 자녀 정책 포기
청년 고용?집값 지원 초점, 보육시설 대폭 늘릴 것


2003~2005년 초저출산(1.3명 이하, 2005년 1.26명) 국가로 전락했으나 3년 만에 벗어나 2014년 1.42명까지 회복했다.

문제는 인구수다. 전체 인구수는 2008년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해 지난해 말 1억2688만 명으로 떨어졌다. 현 추세대로라면 2050년 1억 명, 2100년 5000만 명을 밑돈다. 가임 여성이 감소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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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억 총활약상`으로 임명된 가토 가쓰노부. [사진 중앙포토]

이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지난해 9월 ‘1억총활약상’직을 신설하고 초대 장관에 최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61·사진) 전 관방부장관을 임명했다. 그는 저출산 담당도 겸임한다.

대장성 관료 출신인 그는 2단계 아베노믹스(아베 경제정책)인 ▶강한 경제 ▶양육 지원을 통한 출산율 1.8 달성 ▶고령자 돌봄을 위한 이직 제로(0) 등을 책임지고 있다.

일본의 이 같은 대응은 저출산 담당부처가 어딘지조차 분명치 않은 한국과 대조적이다. 한국 출산율(1.21명)보다 높은데도 정부의 대응은 우리와 차원이 다르다.

도쿄 집무실에서 가토 장관을 만나 일본의 저출산 대책을 들었다. 국내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1억총활약’은 아베 내각 간판 정책이자 캐치프레이즈가 됐다. 무슨 뜻인가.
1억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일본인 전원이라는 뜻과 남녀노소, 실패한 사람 등을 포함해 누구나 꿈과 희망을 갖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 장래에 1억 명의 인구를 유지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인구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문제의식은 뭔가.
지난 3년간 1단계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정책)로 기업 경상이익은 최고를 기록했고, 고용이 좋아져 일손 부족 현상까지 생기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인 과제에 대응하지 않으면 다음 시대를 열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1억총활약 정책이 나오게 됐다. 성장과 분배의 큰 엔진을 돌려 출산율이 올라간다면 2050년께 인구 1억 명 정도를 확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컨대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려는 야심 찬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출산율 목표를 1.8로 내걸었는데.
저출산은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점, 결혼한 부부의 아이가 10% 정도 준 점과 관계가 있다. 그런데 ‘결혼하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80~90%가 ‘그렇다’고 한다. 아이도 두 명 이상 원한다. 이런 희망에 따른 출산율이 1.8이다. 1.8까지 올라간다면 1억 명 정도로 안정될 것으로 본다.”
저출산이 어떤 문제를 초래했나.
지방의 인구 감소 현상이 두드러져 미래를 그려나가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연금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고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지면서 잠재성장률이 저하된다. 1인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역점을 둘 대책은.
젊은이들의 고용 안정과 소득수준 향상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본다. 이성과의 만남의 장이 없다. 지역 상공회의소와 여러 조직이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불임 치료를 지원하고 보육원(어린이집과 유치원 통합시설)을 많이 확보해 아이를 맡겨놓고 일하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대학 교육비 부담 경감도 도모하고 있다.”
주거 지원책이 있나.
지자체(시·정·촌)가 나서 젊은이들이 결혼할 때의 주택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그러한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출산 예산은.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약 3조7665억 엔(약 38조9000억원)을 투입했다. 출산율 1.8 실현을 위한 예산은 추가 경정예산과 2016년도 예산에 상당히 확보돼 있다.”(지난해 한국의 저출산 예산은 17조7000억원)
한국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데.
동아시아는 발전의 중심이다. 지금부터 50년, 100년 더 발전해나가는 데 저출산이 마이너스 요소임에 틀림없다. 중국도 한 자녀 정책을 포기했다. 저출산 대책에서 잘 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나 서로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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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가쓰노부(61)=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측근 정치인. 2012년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다시 취임하면서 총재 특보와 당 보도국장을 맡았다. 그해 아베 2차 내각 관방부장관에 올랐고 중앙 부처의 인사를 총괄하는 내각 인사국장을 겸임했다. 지난해 9월 아베 3차 내각 때 1억총활약상이 됐다. 현재 저출산대책·남녀공동참여·납치문제 담당 등도 관장하고 있다. 1979년 도쿄대 경제학부 졸업 후 대장성에 들어가 16년 동안 근무하다 장인인 가토 무쓰키 자민당 의원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현재 5선.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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