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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손 안 벌리게 장기전세주택 늘리고 대출금리 1%로 낮춰야

중앙일보 2016.01.20 03:22 종합 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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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사는 박모(57·여)씨는 4년 전 둘째 아들(34)이 3억원대 신혼집을 살 때 1억원을 보태줬다. 20년 넘게 미용실을 운영하며 모은 돈에 남편 퇴직금을 보탰다. 나머지 2억여원은 아들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전문가·신혼들의 제안
모은 돈과 대출로 집 못 구해
58%가 부모에게 도움 받아
“신혼 특화단지 조성” 목소리도


박씨는 “남편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재취업했고 나는 미용실에서 용돈이나 버는 정도여서 여유 있는 편이 아니다”며 “노후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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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인 정소희(28)·박성균(31)씨가 지난 8일 한 웨딩박람회에서 웨딩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집값 3억원 중 40%를 대출받았고 매달 30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 [신인섭 기자]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부모가 자식의 신혼집 비용을 대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신혼부부(예비 부부 포함) 100명 중 58명이 “모은 돈과 대출만으로는 신혼집을 구할 수 없어 부모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답했다.

회사원 백모(31·여)씨는 “보증금 5500만원은 둘이 모은 돈으로 내고 시부모님이 월세 35만원을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58명 중 19명은 부모가 전적으로 신혼집을 마련해줬다. 3명은 형편이 안 돼 아예 부모 집에 들어가 함께 산다.

올 11월께 결혼할 예정인 김모라(31·여)씨가 그런 사례다. 예비 신랑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소득이 없다. 김씨는 “신혼집을 구할 형편이 안 돼 당분간 시댁에서 지내기로 했다”고 했다.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적극적인 주거 대책이 가장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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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결혼 예정인 이영우(28·회사원)씨는 “신혼부부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입주 조건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시 SH공사의 장기전세주택에 지원하려 했지만 결혼 3년 내 둘째 자녀를 임신했거나 낳았어야 당첨권에 들더라”며 “일단 입주부터 가능케 해주고 아이 둘을 낳으면 거주 기간을 늘려주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손정빈(29)씨는 “집값을 내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 아이 낳을 생각이 있는 부부가 쉽게 들어갈 수 있게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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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이지은(35·여·서울 양천구)씨는 “신혼부부에게 장기전세주택 문턱을 대폭 낮춰주고 아이를 낳을 때마다 입주 기간을 늘려줘 아이 셋만 낳아도 집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버팀목 대출) 이자를 대폭 낮춰달라는 요구도 적지 않다.

경기도 군포시에 1억3000만원짜리 신혼집을 마련한 회사원 박모(29)씨는 “전세 대출 금리를 무이자에 가깝게 낮춰달라”고 주문했다.

박씨는 “자녀를 낳아 기르다 보면 원금은커녕 이자만 갚기도 힘들 것 같다”며 “신혼부부 대상 전세대출 금리를 1% 밑으로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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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32·회사원)씨는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내려가야 하며 단기적으론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의 소득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대기업에 취직해 몇 년 일하면 전세자금대출 소득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그러면 저축한 돈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집값이 워낙 비싸 그게 불가능하다”며 “이런 현실을 대출 기준에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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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부부를 위한 맞춤형 주택 단지를 만들어달라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부산에서 응급구조사로 일하는 한성민(31)씨는 “국제스포츠대회 선수촌처럼 신혼부부만을 위한 주택 단지를 대거 조성해 주면 좋겠다”며 “그 안에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를 짓고 놀이터·공원 등을 곁들여 아이 키우기 좋게 꾸며주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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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림 부연구위원은 “전셋값이 오르면서 젊은이들이 자력으로 집을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이 때문에 결혼이 늦어진다”며 “자력으로 전세를 마련하려다 안 될 경우 부모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고 나중에는 부모의 노후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이에스더·김민상·서유진·황수연· 정종훈·노진호 기자, 김준승(동국대 신문방송4)·서혜미(세명대 저널리즘2) 인턴기자 ssshin@joongang.co.kr
공동 기획=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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