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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풀리자 취업 훈풍 일본 대학 문과의 부활

중앙일보 2016.01.20 02:42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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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인문·사회계가 부활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 정책)로 경제가 살아나 취업 시장이 되살아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계열별 대입 응시생 ‘문고이저’
취업내정률 95% 넘어 엇비슷
인문계 학과 축소 움직임 주춤

 지난 16, 17일 양일간 일본 전역에서 치러진 대입 시험에서 인문·사회계 학과의 인기가 이공계 학과보다 높은 문고이저(文高理低) 현상이 뚜렷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전했다.

이런 현상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대입 시험부터다. 지난해 1월 실시된 2015년도 입시 결과 국립대 인문·사회계 학과 응시생 수는 전년 대비 사회·국제대 101%, 법·정치대 107%로 증가했으나 이공계는 공대(98%), 의대(95%), 약대(87%) 등 치대와 간호대를 제외한 모든 학과에서 응시생이 줄었다.

 지난해 11월 대형 입시학원인 가와이주쿠가 발표한 전국 모의고사 결과에선 문고이저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국립대 인문·사회계 전공 응시생이 인문대(106%), 사회·국제대(111%), 법·정치대(109%), 경상대(110%) 등 모든 부문에서 지난해 대비 증가한 반면 이공계는 자연대·농대에서 응시생이 98%로 줄었으며 공대·의대·약대가 전년도와 동일한 수치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가와이주쿠는 이같은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 회복을 꼽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취업률이 높은 이공계 학과에 몰렸던 학생들이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들이 인문·사회계 채용을 늘리면서 과거보다 취업을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전공을 선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가이세이(開成)교육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인문·사회계 대졸자의 취업내정률(졸업 전에 기업으로부터 채용되는 비율)은 91%에서 96.5%로 꾸준히 상승했으나 이공계의 경우 95.2%에서 97.2%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가와이주쿠 교육정보부의 도미사와 히로카즈(富?弘和) 부장은 일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수험생은 진로를 결정할 무렵인 고교 1·2학년 때 경기 회복세를 경험한 세대”라며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줄어들면서 인문·사회계 지원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5년도 입시부터 시행된 입시제도 개편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시하라 겐이치(石原賢一) 슌다이(駿台) 진학정보센터 센터장은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도 개편 이후 이공계 과목의 시험 범위가 2배로 늘고 이공계에서 인문계로 중도에 전환하기가 어려워져 학생들이 예전처럼 이공계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문·사회계 전공의 인기가 지속됨에 따라 인문·사회계 학과 축소·통폐합을 추진하던 일본 정부와 일부 대학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문부과학성은 지난해 6월 전국 86개 국립대학에 “인문·사회계 학과를 폐지하거나 사회의 필요에 부응하는 학과로 개편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기업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학문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와테(岩手)국립대학은 이 권고를 받아들여 2016년 4월부터 인문사회과학부 내 학과를 4개에서 2개로 줄이기로 결정하고 올해 정원을 지난해 대비 10% 줄였지만 11월 발표된 가와이주쿠 모의고사 결과에서 이 학부엔 지난해보다 32%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회복 기미가 보이는 일본과 달리 한국의 인문·사회계 전공은 여전히 사정이 좋지 않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내놓은 2014년 대졸자 계열별 취업률을 보면 인문계가 57.3%, 사회계가 63.9%로 평균 67%에 못미친 반면 공학계(73.1%)와 의약계(80.8%)는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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