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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짜리를 30만원에 강매…노인들 울리는 ‘떴다방’ 기승

중앙일보 2016.01.20 02:17 종합 21면 지면보기
지난해 9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노인복지관. 건강식품업체 사장이라는 김모씨가 찾아와 “세종시 관광을 무료로 시켜 드리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응한 노인 20여 명은 세종시를 구경하고 점심까지 공짜로 먹었다.

노인들을 태운 관광버스는 “잠시 쉬어 가자”며 충남 금산의 한 건강식품 홍보관에 들렀다. 김씨는 “달팽이중탕에 직접 키운 사슴녹용을 첨가한 보약”이라며 “나이가 들면서 닳은 연골과 허리에 좋고 피가 맑아져 상처의 염증도 잘 낫는다”고 홍보했다.

제품은 1박스에 30만원 고가인 데도 절반 이상이 구입했다.

 이 건강식품의 실제 가격은 박스당 5만~6만원에 불과했다. 김씨는 이런 식으로 4개월간 550여 명의 노인들에게 1억6000만원 어치를 팔았다. 전주완산경찰서는 건강식품을 허위·과장 광고해 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김씨와 모집인·안내책 등 12명을 사법처리했다.

 노인을 상대로 단순 건강식품을 의약품인 것처럼 속여 비싸게 파는 ‘떴다방’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2~3개월씩 반짝 영업을 한 뒤 상호를 새로 달거나 사업자를 바꿔 사라져 버린다.

 전북지방경찰청은 19일 “지난해 노인들을 상대로 한 떴다방 20건을 단속해 67명을 입건하고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전국적으로 4000여 명에게 62억여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떴다방은 단순 건강식품을 중풍이나 치매·관절염에 효험이 있는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하고 있다. 홍보관과 체험방을 차려 놓고 무료 단체관광이나 노래교실 강좌, 무료 경품을 미끼로 내걸고 노인들을 유혹한다.

이들은 “가격을 대폭 할인해 준다”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며 건강식품을 시가보다 몇 배 비싸게 구매하도록 부추긴다. 판매 후에는 사업장과 사업체를 변경해 환불이나 반품을 받기도 어렵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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