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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족캠프 … 교도소 ‘감성 교화’

중앙일보 2016.01.20 02:15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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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교도소 수용자들이 지난달 12일 가족과 함께 교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17일 전남 해남교도소. 건물 통로에 놓인 크리스마스 트리를 중심으로 양쪽 벽면에 그림 50여 점이 걸렸다. 교도소 측이 수용자들을 위해 한은혜(43·여) 작가에게 요청한 아크릴화 작품들이다.

해남교도소 예술작품 전시
수용자 노래자랑 이벤트도
광주선 출소자에게 격려금
정읍은 가족사랑캠프 열어

작품 주제는 ‘웃는 얼굴’. 어둡고 삭막했던 교도소 분위기는 꽃과 소녀를 표현한 화사한 그림들이 걸리면서 환하게 바뀌었다. 교도소에서 예술 작품을 구경할 기회가 없었던 수용자들은 8일간 건물을 오가면서 마음껏 작품을 감상했다.

한 작가는 “어두운 생각에 빠져 있던 수용자들의 정서를 순화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교도소 수용자들의 교화를 위한 교정 당국의 초점이 ‘감성’에 맞춰지고 있다. 딱딱하고 일방적인 교화 프로그램을 탈피해 문화·예술을 접목한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수용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노력이다.

 해남교도소는 그림 전시회를 열기 전인 지난해 11월 ‘떴다 히든가수’라는 주제로 수용자들이 참가하는 노래자랑 이벤트를 열었다. 수용자 9개 팀이 무대에 올라 열창하며 숨겨온 실력을 뽐냈다. 객석에 앉아 있던 수용자들은 손뼉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춘오 해남교도소장은 “수용자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연스럽게 정서를 순화하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수용자들을 다시 교도소로 초청해 격려해주는 곳도 있다. 출소 전 취업 지원에 이은 일종의 사후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9일 광주교도소에는 교도관들에게 낯익은 남성 5명이 찾아왔다.

출소 후 직장을 잡고 1년 이상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해온 사람들이다. 교도소 취업지원협의회는 이들에게 격려금을 건네며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웠다. 출소 후 직장을 잡고 결혼에 성공한 한 참석자는 “빨리 자녀를 낳고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과의 다양한 이벤트를 교화에 활용하는 교도소도 있다. 지난달 12일 전북 정읍교도소에는 형이 확정된 수용자 9명의 가족이 찾아왔다. 교소도 측이 마련한 ‘가족사랑캠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수용자들은 같은 색깔 티셔츠를 맞춰 입은 가족들과 풍선 빨리 전달하기 게임, 감사 영상 시청 및 노트 작성, 가족 케이크 만들기 등을 하며 가족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표현했다. “출소 후 재범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전국의 교도소 중에서도 감성 교화를 꾀하는 곳이 많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유명 연예인을 초청한 콘서트, 수용자들이 만든 한지공예작품 전시회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수용자들의 감성을 자극해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돕고 재범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프로그램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는 “수용자들의 성격이나 범죄의 종류, 전과 여부에 따라 각 그룹별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면 큰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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