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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당한 시진핑 ‘축구 굴기’…중국 3전 전패로 올림픽 탈락

중앙일보 2016.01.20 01:53 종합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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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천문학적인 투자로 주목 받는 중국 축구가 굴기(우뚝 섬) 대신 굴욕(屈辱)을 겪었다. 2016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최종예선에서 졸전 끝에 일찌감치 탈락해 자존심을 구겼다.

등록선수 71만, 인구 비해 저변 얕고
‘소황제’로 자란 선수들 투지 약해
월드컵팀도 조 3위, 본선 진출 암울

 중국은 19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이란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겸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최종예선 A조 최종전에서 2-3으로 졌다. 앞서 카타르와 시리아에 각각 1-3으로 패한 데 이어 이날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조별리그 3전전패를 기록했다.

 중국 축구는 올림픽 무대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23세 이하’로 출전 자격이 정해진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지난 2008년 베이징 대회에 개최국으로 출전한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1992년 이전도 마찬가지다. 1936년(베를린)과 1948년(런던)에 이어 1988년(서울)에 본선 무대를 밟은 게 전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도전 상황도 암울하다. 한 수 아래로 여긴 홍콩과의 홈&어웨이 맞대결에서 모두 비긴 것을 비롯해 아시아 2차예선 C조에서 3승2무1패, 승점 11점으로 카타르(18점), 홍콩(14점)에 이어 조 3위에 머물러 있다. 급기야 프랑스 출신 사령탑 알랑 페렝(60) 감독을 전격 경질하기에 이르렀다.

 수퍼리그(중국 프로 1부리그)에 연간 1000억원 이상 쓰는 팀이 7~8개나 되고, 시진핑(習近平·63) 국가주석이 ‘축구 굴기’를 부르짖는 중국이 각종 국가대항전에서 맥을 못 추는 가장 큰 이유는 ‘저변 부족’이다.

중국축구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등록선수 수(아마추어 포함)는 71만명으로 전체 인구(14억명) 대비 0.051%에 불과하다. 일본(480만명)은 물론 우리나라(109만명)에도 못 미친다. 저변 확보의 중요성을 깨달은 중국축구협회는 2025년까지 등록 선수를 5억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경험도 모자란다. 광저우 헝다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등 클럽대항전에선 중국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주인공은 유럽과 남미에서 거액의 몸값을 받고 이적한 외국인 선수들이다.

대부분의 중국 클럽들이 핵심 포지션을 외국인 선수에게 맡기다보니 자국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기회가 부족하다. 월드컵과 올림픽 등 메이저급 대회의 본선 무대를 경험한 선수와 스태프가 거의 없어 자신감도 떨어진다.

 프로 의식 결여를 지적하는 분석도 있다. 지금은 사라진 산아제한 정책(1가구 1자녀) 탓에 가정에서 ‘소황제’로 성장한 선수가 대부분이라 그라운드에서도 궂은 일을 기피하는 풍조가 자리잡았다.

중국 축구 사정에 능통한 한 에이전트는 “중국 일부 프로구단은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에게 ‘부상 당하지 않게 살살 뛰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력에 비해 몸값이 터무니 없이 높은 수퍼리그의 왜곡된 연봉 구조 탓에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꺼리는 것도 실력 정체의 원인이다.

  한편 중국 축구팬들은 올림픽팀이 탈락하자 분노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이 18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네티즌의 72.4%가 “조별리그 전패 탈락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고 답했다.

부진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실력이 부족했다”는 답이 64.7%로 가장 많았다. “감독의 용병술과 전술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이 25.9%로 뒤를 이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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