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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노총이 합의 파기했다고 노동개혁 미룰 순 없다

중앙일보 2016.01.20 01:22 종합 30면 지면보기
노사정 대타협이 결국 파국을 맞았다. 한국노총은 어제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했다. 명분은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된 정부의 2대 지침에 대한 반발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다가올 노총위원장 선거와 총선 등을 겨냥한 강경파의 주장에 휘둘린 탓이 크다. 정부는 즉각 “2대 지침은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곧 지침 제정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에 자랑한 ‘사회적 대화’요 ‘국민적 자산’이 왜 이런 꼴이 됐나. 일차 책임은 정부에 있다. 애초 정년 연장과 통상임금 같이 줄 것은 다 주고 논의를 시작했다. 얻을 것 다 얻은 노동계가 무슨 양보를 하겠나. 주고 받을 게 있어야 협상도 진전이 있고 협상 대표도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법이다. 그러니 애써 합의했다는 게 근로시간 단축,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정도였던 것 아닌가. 기간제법·파견법은 아예 합의가 안 됐고 양대 지침은 노동계의 의견을 충실하게 수렴한다는 게 합의라면 합의였다. 이런 헐거운 틀로 짜였으니 말만 대타협이지 사실은 유리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상태였다고 할 것이다.

 노동계의 책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양대 지침은 정부의 고유 권한이다.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만들어진 노동개혁법과는 별개다. 게다가 이 지침은 경영계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여기에 ‘쉬운 해고’라는 프레임을 덧씌워 파국으로 몰아갔다. 그렇다고 노사정 대타협의 효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노사정 대타협은 노사정위원회법에 따라 체결됐다. 사후에 파기 선언을 했다고 효력을 정지시킬 수는 없다. 무엇보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당장 피해는 비정규직과 청년들에게 돌아간다. 차별 해소와 처우 개선의 길이 막힌다. 수십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날아간다. 기업의 인력 운용도 엉망이 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노동계만 바라보며 노동개혁을 더 미뤄둘 수는 없다. 정부가 나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되 근로 현장에서부터 노동개혁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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