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토끼가 호랑이를 몰 수 있나?

중앙일보 2016.01.20 00:49 경제 11면 지면보기
<본선 16강전 2국> ○·장웨이제 9단 ●·김동호 4단

 
기사 이미지
8보(72~88)=72로 흑 대마를 압박하긴 했는데 어쩐지 이상하다. 73, 74를 교환하고 75, 77로 웅크리니 78이 불가피하다. 이곳을 꽉 이어두지 않고는 싸울 수가 없다.

 다른 곳을 서두르다가 흑A를 먼저 얻어맞으면 좌상 쪽에서 흘러나온 백 대마의 안전에도 심각한 악영향이 생길 것이다.

 79로 젖혀갈 때 80으로 찔러 ‘너는 지금 미생(未生)으로 쫓기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데 흑 대마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다. 할 테면 해보라고.

 82는, 싱거운 선수. 차라리 이 수로는, 지금이라도 흑 대마를 내버려두고 시원하게 우변으로 달리는 게 좋았다. 83으로 잇고 나니 흑 대마를 위협할 후속수단이 없다.

 애초에 무리였다. 앞서 박영훈 9단이 ‘72는 아무리 봐도 방향착오다. 백B로 붙여 나가야 했다’고 설명한 이유가 여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84, 86은 억지몰이다. 검토실에서 지켜보던 누군가가 쓰게 웃는다.

 “토끼가 호랑이를 몰 수 있나?”

 비아냥거림도 이쯤 되면 통렬하다. 억지로 밀어붙이긴 했는데 87로 쑥 빠져 나가니 대책이 없다. 우상귀 88을 보고 다시 웃는다. 실컷 공격하다 기운 빠진 것은 고사하고 이제 거꾸로 살려달라는 건가? 손 빼면 ‘참고도’ 흑1, 3으로 끝이니까.

손종수 객원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