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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안전하다던 ELS가 왜 손실 났나요

중앙일보 2016.01.20 00:42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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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어머니가 최근 “수익률도 높고 원금도 거의 보장된다고 해서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했는데 이젠 손실이 날 수 있다고 한다”며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ELS는 안전한 상품이 아닌가요. 왜 손실이 발생하는 건가요?

홍콩H지수 예상 밖 폭락…‘원금보장 경계선’ 깨졌기 때문



A 주가연계증권(ELS)은 Equity Linked Security의 줄임말입니다. 말 그대로 주가 변동에 연동해서 가치가 정해지는 상품입니다. ELS는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2014년 2분기이후 분기별 판매액이 10조원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1분기엔 19조원 어치가 판매됐습니다.

 최근에 발행되는 주가지수형 ELS의 경우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에서 원금이 거의 보장되는 상품이라고 홍보를 해왔습니다만 ELS는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실제 손실이 발생하지 않다 보니 별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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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선 홍콩H지수의 급락에 따라 더 이상 원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ELS 투자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ELS의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는 주식과는 다릅니다. 주식은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보는 거고,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를 봅니다. ELS도 특정 주식 종목이나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이익과 손해가 결정된다는 건 주식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상품은 주가가 내려가도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가가 약정된 기간 동안 특정 구간 안에 있으면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주식과 달리 만기도 있습니다. 만기 이전에 원금·수익금을 받을 수 있는 조기상환 기회도 3~6개월마다 부여됩니다만, 원칙적으로는 3년에서 3년 6개월 정도 보유해야 원금과 수익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해 4월 20일에 발행된 ELS 상품을 가지고 설명해보겠습니다. 이 상품은 홍콩H지수와 코스피200지수,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의 상품입니다.

3년 뒤 원금과 수익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최종 상환조건을 충족했을 경우입니다. 이 상품은 3년 뒤 3개 지수가 모두 가입시점 지수의 85% 위에 있으면 원금과 수익금을 받게 됩니다.

가입시점의 지수가 1000이라면 3년 뒤 850 위에 있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주가가 안정적으로 간다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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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S엔 원금보장 구간이라는 방어막도 있습니다.

위 상품의 경우 ‘55% 이상’이 원금보장 구간입니다. 기초자산인 3개 지수가 3년 동안 한 번도 가입시점 지수의 55%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만기 때 지수가 가입시점 지수의 85% 아래에 있다 하더라도 원금과 수익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거의 절반으로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손실을 입지 않는다는 거죠. 특히 최근 ELS의 주종이 개별 종목이 아니라 주가지수에 연동하는 구조라 손실 가능성은 더욱 낮아 보였습니다. 개별 종목과 달리 주가지수는 움직임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수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런데 상상하기 어려웠던 ‘주가지수 반토막’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장본인은 홍콩H지수입니다. 지난해 5월 26일 장중 1만4962.74까지 치솟았던 이 지수가 지난 15일 장중에 8222.39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때문에 1만4000선 위에서 발행된 ELS 중에서 원금보장 구간 아래로 추락한 상품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8222.39를 기준으로 할 때 손실을 보기 시작한 ELS 상품이 299개, 투자원금 규모로는 3506억원에 달합니다.

원금보장 구간을 이탈하는 것을 녹인(Knock In)이 발생했다고 부릅니다. 한번 녹인이 발생하면 원금을 회복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만기 때 최종 상환조건, 예시한 상품의 경우 가입시점 지수의 85% 위로 올라와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입니다. 상하이종합지수 등 중국 증시가 오르면 H지수도 함께 오르고, 중국 증시가 하락하면 H지수도 함께 하락합니다. 구성 종목 수가 더 적기 때문에 중국 증시보다 오르고 내리는 폭이 더 클 때도 있습니다.

 올 들어 중국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H지수의 하락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일 H지수가 8000으로 하락하면 원금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품은 347개로 늘어나고 투자원금은 8090억원으로 증가합니다.

7500까지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하는 투자원금은 2조4549억원으로 불어나고, 7000으로 하락하면 4조7023억원으로 급증합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손실을 볼 것인지 여부는 만기 때 확정이 됩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이라고 불리는 ELS도 이처럼 예상치 못 한 상황이 닥치면 손실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투자상품을 거들떠보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이자율이 연 1%대에 불과한 정기예금은 재산증식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랩니다. 투자가 불가피한 만큼, 많이 공부해서 위험도가 낮은 상품 또는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상품을 찾아내는 것이 정답입니다.

틴틴 여러분이 성인이 되는 시대에는 올바른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겁니다. 지금부터 틈틈이 금융·투자 공부를 해야 미래에 잘 대비할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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