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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청두는 대륙의 서부 출입문…중소기업 진출 다리 되겠다”

중앙일보 2016.01.20 00:06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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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19일 중국 쓰촨성 청두 무협지부 개소식후 한국 기업 수출 상담회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무역협회]


소설 ‘삼국지’의 본향(本鄕)이자 유비가 이끈 촉나라의 무대였던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가 중국 서부 개발의 중심으로 입지를 키우고 있다. 13억 중국 소비자들을 하나라도 더 잡아야 하는 한국 산업계엔 새로운 기회다.

베이징·상하이 이어 청두에 지부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
‘5000위안 벌면 1만위안 쓰는 곳’?
쓰촨성은 지금도 8% 고성장
진출한 한국 기업 43개사에 그쳐
김회장 만난 쓰촨성 부성장
“창업혁신단지에 한국동 배정”


김인호(74)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청두까지 직접 건너가 ‘지부 설립’을 진두지휘한 이유다. 지난해 ‘무역 1조 달러’기록이 깨진 상황이라 더 각오가 비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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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19일 청두 국제금융센터(IFS) 35층에서 열린 지부 개소식에서 “하늘이 준 곳간이라는 뜻에서 ‘천부지국(天府之國)’으로 불린 청두는 옛부터 물산의 중심지였다”며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청두에서 한국 기업들을 위한 ‘종합무역컨설팅 기구’가 되겠다”고 밝혔다. 청두 지부는 베이징·상하이에 이은 중국의 3번째 수출 전진 기지다.

 그는 “청두 방문 전엔 촌(村)이라고 생각했지만 눈으로 보니 생각보다 발전한 모습에 놀랐다”며 “무협과 수출 기업들이 좀 더 빨리 진출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본 청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8일 저녁 청두 번화가 타이쿠리(太古里)엔 베이징에도 눌리지 않을 명품 상점들이 즐비했고 호화로운 조명을 뽐냈다.

시내 곳곳엔 폴크스바겐·아우디·BMW 같은 차들이 붐볐다. 청두에선 ‘5000 위안을 벌면 (이를 초과한) 1만 위안을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씀씀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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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두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약 4시간 거리다. 티베트 자치구·미얀마 등과 가깝다. 그렇다고 서부 시골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청두 인구만 1400만 명이다.

쓰촨성 전체는 9000만 명이 넘어 전국의 성(省) 가운데 4위다. 막강한 소비 군단에 힘입어 청두를 중심으로 쓰촨성은 지난해 상반기 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경제가 평균 6% 대의 성장률(바오류·保六)을 걱정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만큼 체력이 좋다.

 이런 신시장을 뚫기 위해 김 회장은 19일 청두 발전의 상징인 ‘가오신취(高新區)’지역도 찾았다. 청두는 중국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이다. 주변에 산이 많은 요새 같은 지형 때문에 정부가 과학자들을 불러 첨단기술을 연구했고, 수소폭탄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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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청두의 연구 유전자(DNA)를 물려 받은 게 바로 ‘가오신취 하이테크 산업단지’다. 1988년 출발해 130㎢ 땅에 2800개 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남부는 금융, 서부는 정보·생명공학 같은 첨단제조업 기지로 키우고 있다. 현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인텔·아마존과 중국 화웨이·폭스콘, 일본 소니·히타치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제품 생산과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롯데백화점·현대상선 등이 진출했지만 아직 43개사에 그친다. 김 회장은 “청두를 방문한 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드물다”며 “의사 결정자들이 현장을 보면서 정보를 취합한 뒤, 투자 여부를 검토하고 결단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에 이런 작업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가오신취 관리위원회와 업무협약(MOU)도 맺고 ▶시정정보·거래알선 등 협조 ▶상호 경제사절단 파견 ▶수출상담회 협력 ▶양국의 청년 사업가 교육 ▶공동상품 개발 뒤 제3국 수출 등에 합의했다.

특히 류지에(劉捷·59) 쓰촨성 부성장(副省長)은 김 회장을 만나 “오는 3월 문을 여는 고신구의 창업혁신단지 ‘롱창(蓉創) 광장’ 8개동 건물 중 2개동 전체와 1개동 일부를 한국에 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방한한 리커창 총리의 지시로 롱창광장에 ‘한·중 혁신 창업보육 파크’를 조성해 국내 벤처·정보기술(IT) 등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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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중국이 ‘과잉 투자’ 논란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보가 부족한 작은 기업들이 진출 여부를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는 이에 대해 “중국 경제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고, 과잉 투자 부분도 정리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이윤에 대해 면밀히 따져보고 확실한 전망이 있다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중국과는 경제 뿐 아니라 과학기술·문화 등 다방면에서 동시에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대기업 위주에서 벗어나 중소·중견 기업들 진출이 활발해야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회장은“이제 수출 증진은 전통적 방식 만으론 한계에 부닥쳤다”며 “새로운 산업 흐름과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정부가 만든 정책을 피동적으로 받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협이 올해 최대 주력 과제의 하나로 문화 콘텐트와 마이스(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 MICE) 등 ‘7대 산업’을 정해 정부에 업계의 정책요구 사항을 적극 건의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청두=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행정고시(4회)에 합격한 뒤 경제기획원에서 차관보까지 역임했다. 이후 철도청장·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김영삼 정부 말기인 지난 1997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시장경제연구원’을 직접 만들어 ‘국제화·자유경쟁’의 전령사 역할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중소·중견 기업의 글로벌화·수출증대를 지원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지난해 2월부터 무협 회장을 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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