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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아이 두뇌 발달의 관건

중앙일보 2016.01.20 00:02 Week& 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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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때 부모나 교사가 잘 반응해 주면 아이의 기억 능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자녀를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건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대부분 사람은 아이 지능을 높이는 데 부모의 지능이나 학력, 경제적 환경 등이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가 영아기 때 아이의 행동에 잘 맞춰 반응하면 아이 지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모의 양육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솔교육원구원 4년간 162쌍 추적 조사

블록 던지는 아이에게 “안 돼” “하지마” 대신 함께 놀아주기
영·유아기 양육 따라 7~13세 기억 담당 뇌 부피도 달라져
생후 42개월 아이도 동작·언어 지능 10점 이상 차이 보여


김정미 한솔교육연구원 원장(발달심리학 박사)은 이런 내용을 담은 ‘어머니의 반응성 상호작용이 아동의 중심축 행동과 지능 및 다중지능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지난해 한국심리학회지에 발표했다. 4년간 162쌍의 어머니와 아이를 관찰해 어머니의 반응이 아이 지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추적 조사한 거다. 18개월 때 어머니가 아이와 장난감이 있는 방에서 노는 장면을 녹화해 상호작용이 좋은 집단과 안 좋은 집단으로 분류한 후 42개월 때 지능검사, 48개월 때 다중지능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부모의 상호작용이 좋은 집단이 월등히 높은 점수가 나왔다. 지능검사는 동작성 지능과 언어성 지능에서 10점 이상 차이를 보였다. 상호작용이 좋은 집단의 동작성 지능이 102.13점일 때, 상호작용이 안 좋은 집단은 90.83점이었고, 상호작용이 좋은 집단의 언어성 지능이 111.27점일 때, 상호작용이 안 좋은 집단은 101.18점이었다. 다중지능검사 중에서는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보다 논리수학지능, 언어지능, 대인지능, 개인이해지능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아이의 행동에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가 지능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다.

반응성 상호작용(Resposive Teaching)은 부모가 아이의 흥미와 관심사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말한다. 아이 스스로 학습에 대한 동기를 갖고 주도적으로 학습하게 돕는 거다. 예컨대 아이가 블록을 쌓지 않고 위로 던지면서 놀 때 “안 돼” “하지마”라고 아이 행동을 제지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한 후 같이 블록을 던지거나 주고받는 등 반응을 보이는 게 상호작용의 좋은 예다. 김 원장은 “2012년 미국 워싱턴대 조안 루비 교수도 3~5세 때 부모로부터 지지적 양육을 받은 아동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7~13세 학령기에 기억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의 부피가 더 크게 자란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부모뿐 아니라 아이를 정기적으로 만나는 학습지 방문교사의 태도도 지능 발달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전문 교육기업 한솔교육이 생후 5~27개월 영아 44명에게 3개월에 거쳐 영아 통합 발달 프로그램인 ‘핀덴베베’ 연구수업을 진행한 결과다.

아동 발달의 근본이 되는 중심축 행동(pivotal behavior)에서 문제 해결, 주의 집중, 주도성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활동에 끌어들이는 공동주의와 협력 능력에도 변화가 있었다. 수업은 3개월 동안 주 1회, 30~40분 동안 이뤄졌다. 짧은 기간 교육을 통해 변화가 일어난 건 부모나 교사가 함께하는 물리적인 시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최근 한솔교육은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반응성 상호작용(RT) 교사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방문교사가 아이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수업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론 교육 후 수업 장면을 녹화해 방문교사의 상호작용을 평가한 후, 개별 피드백을 통해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실제 핀덴베베 연구수업 방문교사들은 교육을 받은 후 아이의 흥미와 관심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반응성은 3.11점에서 3.52점으로, 효율성은 2.89점에서 3.67점으로 올라갔다. 김 원장은 “영유아기는 학령기 이후 발달을 위해 기초 능력을 다지는 민감한 시기”라며 “부모와 교사의 반응성 상호작용이 아이의 뇌 발달에 분명한 영향을 주는 만큼, 반응성 상호작용을 배우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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