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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핵심과 구조 파악하면 해결 못할 문제 없어요"

중앙일보 2016.01.20 00:02 Week& 2면 지면보기
서울 경신고 2학년 고준석군 

국어, 그림 그려가며 전체 내용 이해
수학 틀린 문제는 일주일 후 다시 풀어
치밀하고 구체적인 계획 세워 실천 노력

서울 경신고  2학년 전교 1등 고준석군은 승부욕이 남다르다. 초등학교 때 수영·축구 등의 운동을 하면서 이런 성향이 생겼다. 경기에서 지거나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자신의 문제점이 뭔지 철저히 분석한 후 승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아 나섰다. 이런 경험은 학습에도 영향을 끼쳤고, 고등학교에 올라와 그를 전교 1등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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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군이 학교 자율학습실을 찾아 수능 모의고사 국어영역 기출문제를 풀고 있다. 고군은 매일 비문학 지문 두 개씩을 분석하며 푼다.


"뭔가 해냈다는 기분이 좋아서 공부"

그의 일과는 다른 학생에 비해 단순하다. 무엇보다 학원 스케줄이 적다. 학교에서 정규 수업이 끝나면 방과후수업에 참여하고, 오후 7시부터 11시30분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한다. 수요일과 토요일에 각각 3시간, 4시간씩 수학 학원 가는 게 그가 받는 유일한 사교육이다.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빠 고정재씨가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기 때문이다. 엄마 오문자(50·서울 보문동)씨는 “교사를 믿고, 학교를 열심히 다니면 굳이 학원을 여러 군데 다니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초등학교 때 영어 학습도 학교 방과후수업을 이용할 정도로 학원을 최소한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보다 운동에 집중했다. 보통 학생들이 국어·영어·수학 등 과목별로 학원 순례를 다닐 때 고군은 학교 수영부 선수로 활동하면서 4시간씩 수영을 했다. 하지만 수영을 그만둔 초 6학년 때까지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한 적은 없다. 받아쓰기 같은 사소한 시험도 철저히 준비했다. 방과 후 집에서 1~2시간 공부한 뒤에 수영장을 향할 정도였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고군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시험을 치르는 걸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으면 ‘뭔가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행복한 기분을 맛보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행학습을 한 것도 아닌데 그의 내신 성적은 전교 1등이다. 오씨는 “초등학교 때까지 수영·축구·피아노 등 하고 싶은 거 실컷 하게 해줬더니 중고등학생에 올라가 공부에 더 집중하게 됐다”며 “특히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웠고, 원하는 목표를 얻기 위해 끈기를 갖고 최선을 다하는 습관을 길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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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욕은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만들었다. 보통 학생들이 야간 자율학습 마치고 쉴 때 그는 독서실에서 새벽 1시까지 공부한다. 고2 때 겪은 일 때문이다.

화학시험에서 배점 10점짜리 문제의 오류가 밝혀지면서 모든 학생을 정답으로 처리한 사건이었다. 원래 정답을 맞혔던 그는 아무런 덕을 보지 못하고 전교 7등에서 8등이 됐고,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졌다. 보통 학생들은 억울하고 허무해 슬럼프에 빠졌을지도 모르지만 고군은 달랐다. ‘어떤 변수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확고한 최상위권이 되자’고 결심했고, 이후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공부하기 시작했다.


비문학 지문 단락별로 요약해 분석

고군에게는 우수한 성적을 받는 자신만의 공부법이 있다. 큰 줄기를 세운 후 머릿속으로 마인드맵을 그리면서 학습하는 게 핵심이다. 마인드맵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지도에 그리듯이 이미지화 하는 걸 말한다. 뼈대나 구조를 익힌 후에 살을 붙여 나간다. 특히 한국사 같은 암기 과목 공부할 때 유용하다. 교과서의 대단원, 소단원, 학습 목표 등을 머릿속으로 구조화시키고 난 후 관련 내용을 외우는 식이다. 큰 그림을 그린 후 세부 내용을 익히기 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물론, 역사의 흐름을 살피는 데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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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과목도 마찬가지다. 전체 내용을 한눈에 파악한 후 구체적인 부분으로 들어간다. 특히 소설은 인물 간의 갈등 관계나 대표적인 사건 등에 대해 그림을 그려가며 이해한다. 예컨대 소설 ‘나목’을 공부할 때 나(이경)와 옥희도, 황태수를 삼각 구도로 적어 놓고, 세 사람의 성격과 관계 등에 대해 정리하는 식이다. 고군은 “이 그림을 머릿속에 각인시켜 놓으면 관련 문제가 시험에 나왔을 때 전체 내용이 연달아 떠오른다”며 “얽히고설킨 소설 내용을 쉽고 간단하게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비문학은 지문을 분석하는 데 집중한다. 매일 꾸준히 모의고사 2개 지문씩을 푸는데, 각 단락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후 이 주제문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정리한다. 그는 “지문 내용만 제대로 파악하면 해결하지 못 할 문제가 없다”며 “비문학 지문을 분석하기 시작한 후 2~3등급에 머물던 국어 모의고사 점수가 1등급으로 껑충 뛰었다”고 말했다.

수학 과목은 문제를 많이 푸는 데 힘을 쏟는다. 2학년 1학기 때 수학 성적이 떨어진 후 스스로 공부법을 돌아본 결과 ‘문제풀이 양이 적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후 ‘풀 수 있는 수학 문제는 모두 다 풀고 시험장에 들어가자’는 목표를 세웠고, 시중에 나와 있는 웬만한 수학 교재는 전부 다 섭렵했다. 이전까지 대충 훑어봤던 오답 문제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1학년 때까지는 꼭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해답지를 보거나 교사의 도움을 받더라도 개념과 유형을 완벽하게 익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오답은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 다시 풀었을 때 막히는 부분이 없이 술술 풀릴 때까지 반복 학습한다.

지금은 수학 과목을 좋아하지만, 초등학교 때는 수학을 싫어했다. 중학교 때 공학도에 대한 꿈을 갖게 되면서 수학에 대한 관심도 올라갔다. 이때부터 수학에 집중했고, 중3 때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으면서 자신감도 올라갔다. 그는 “공부를 즐겁고 재밌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공부법은 없다”며 “재미없는 과목도 열심히 노력해서 한 번만 100점을 받으면 해당 과목에 대한 흥미도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부 안 될 땐 글 쓰며 마음 다잡아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짜는 것도 우수한 성적을 받는 비결이다.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다. 당시 담임교사가 자신의 자녀 교육법을 설명하면서 ‘계획을 세운 후 실천하게 돕는다’는 얘기를 한 게 영향을 끼쳤다. 당장 그날부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계획을 세우는 방법도 발전했다. 초등학교 때는 ‘수학 문제 풀기’ ‘국어 공부’처럼 단순했지만, 이제는 무슨 과목을 어떻게 공부할지에 대해 대략 정해 놓는다. 내신시험 한 달 전에는 평소보다 좀 더 치밀한 계획을 짠다. 출제성향을 분석한 후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 방안을 정하는 식이다. 예컨대 사회 과목은 ‘대부분 시험 문제가 교과서에서 출제된다’고 분석하고, ‘교과서 내용을 완벽하게 암기하자’는 목표를 세운 후, 한 달의 시험 준비 기간 동안 시험 범위를 어떻게 쪼개 외울지 구체적인 방법을 정한다.

그는 “계획을 수립해 공부하면 놓치거나 빠뜨리는 내용 없이 철저하게 시험에 대비하는게 가능하다”며 “또 목표를 제대로 실행했을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공부가 좀 더 재밌어진다”고 말했다.

계획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집착하지는 않는다. 계획을 세우는 건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된 후 공부할 양이 많아진 것도 이유다. 중학교 때는 ‘집합 단원 풀고, 틀린 문제 다시 한 번 풀자’는 목표를 수행하는 데 1~2시간이면 충분했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온 뒤에는 계획대로 실천이 안 될 때가 많다.

이때는 하루 이틀 정도 자유시간으로 정해놓고 할 수 있는 공부에 최선을 다한다. 그는 “무엇보다 공부를 재미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자신을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집중이 안 되거나 힘이 들 때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방법도 있다. 공부하다 떠오르는 생각이나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의미 있는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독서실 책상이나 다이어리에 붙여놓고 틈틈이 보는 거다. 그의 방 책상 벽면에는 ‘하고 싶은 걸 하려면 하기 싫은 걸 먼저 해야 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 아빠한테 보답하자’는 등의 내용을 적은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그는 “특히 고3은 한창 예민한 시기기 때문에 스스로 마음을 잘 다독여야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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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시간표
평일

6시50분 기상
6시50분~7시30분 아침 식사, 등교 준비
7시30분~7시50분 등교
7시50분~8시20분 아침 자율학습
8시20분~16시 학교수업(금요일은 15시30분)

16시30분~18시 방과후학습(월·목 국어, 화·금
영어, 수·금 수학)
18~19시 석식
19시~23시30분 학교 야간 자율학습(수요일은
19~22시 수학 학원)
23시30분~23시40분 이동
23시40분~익일 1시 독서실 자율학습
익일 1시~1시30분 귀가 후 취침 준비
익일 1시30분 취침


주말

8~13시 거점학교 수업
13~14시 점심
14~17시 자율학습
17~18시 저녁 식사
18~22시 수학학원
22시~22시20분 이동
22시20분~24시 독서실에서 자율학습
24시~24시30분 귀가 후 취침 준비
24시30분 취침



10시 기상
10~12시 휴식(음악 감상, 피아노 연습 등)
12~13시 점심
13~18시 독서실에서 자율학습
18~19시 저녁 식사
19~24시 독서실에서 자율학습
24시~24시30분 귀가 후 취침 준비
24시30분 취침

책상 위 교재
국어: EBS수능기출플러스(EBS), 손쉬운 현대
문학(미래엔), 일사천리 최근 4개년 전국연합학력평가(매쓰원), 꿀특강 국어영역(좋은책신사고)

영어: 자이스토리 영어독해(수경출판사), 신사고 특작 영어영역 고난도유형편(좋은책신사고), EBS 수능특강 라이트 영어독해(EBS)

수학: 수학의 정석 기본편 미적분Ⅰ·확률과
통계·기하와 벡터(성지출판), 블랙라벨 미적분Ⅰ·확률과 통계·기하와 벡터(진학사), 자이스토리 미적분Ⅰ·확률과 통계·기하와 벡터(수경출판사), 일품 고등 미적분Ⅰ·확률과 통계·기하와 벡터(좋은책 신사고), 쎈 수학 미적분Ⅰ·확률과 통계·기하와 벡터(좋은책신사고)

과학: 자이스토리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수경출판사), EBS수능특강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EBS)


글=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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