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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공작 총책이 대화 창구까지…남북 빙하기 맞나

중앙일보 2016.01.19 04:36 종합 3면 지면보기
매파인 김영철 북한군 정찰총국장이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됐다고 정보당국이 밝힌 가운데 향후 남북 관계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경색된 남북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영철이 전임 김양건과 달리 북한 군부 내 핵심 강경파이기 때문이다.

정보당국은 북한의 도발 때마다 이를 기획한 배후 인물로 김영철을 지목해왔다. 2010년 천안함 폭침을 비롯, 2014년 미국 소니 영화사 해킹 사건과 지난해 8월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서강대 김영수(정치외교학) 교수는 “군부의 대표적 강성으로 꼽히는 김영철이 통전부장이 됐다는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북관계를 당분간 냉랭하게 끌고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동북아연구실장은 “정찰총국은 대화보다 대결 구도로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곳으로, 김영철은 그런 조직 문화에 익숙해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남북관계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또 이번 인사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과 경색된 남북관계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그동안 정보당국은 김양건 후임으로 김영철은 1순위로 예측하지 않았다. ‘대남 분야 2인자’로 꼽혀온 원동연 통전부 제1부부장이나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이 더 유력한 후보였다.

정보 당국 관계자도 “김영철이 통전부장이 된 것은 의외”라고 했다. 박병광 실장은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경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4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굽히지 않고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김영철의 경력과 캐릭터를 높이 샀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경파로 대남 도발에 앞장섰지만 남북 협상에도 적잖이 참여한 김영철이 향후 남북관계를 요리하는 데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가 대남 공작과 대화를 적절히 구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남북관계 해빙이 단기간엔 어렵겠지만 5월 노동당 7차 대회이후 남북이 대화 재개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 시점에서 북한이 ‘변화무쌍한 협상 스타일’의 김영철을 유용하게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정은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는 김영철이 향후 남북 간 경색
국면이 완화될 때 ‘통 큰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긴장 국면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북한은 대남 협상의 카운터파트로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얘기할 수 있는 인물”을 요청했다.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협상에 참여하면서 8·25 합의를 전격적으로 성사시킨 바 있다.

새누리당에 제출된 관련 보고서에도 “북한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대북 정책 결정의 핵심처로 판단하고 김관진 실장의 파트너로 김영철을 등장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대목이 나온다.

 김영철이 김양건처럼 통전부장을 맡으면서 대남 담당 비서를 겸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오히려 김영철이 정찰총국장과 통전부장을 겸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정보 당국 한 관계자는 “이달 초 김영철이 군복을 입은 채 김정은을 만나는 장면이 노출됐는데 당시 통전부장에 임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복을 입는 통전부와 군복을 입는 정찰총국 두 기관을 총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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