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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워치] 북한 핵, 어떻게 풀어야 하나

중앙일보 2016.01.18 01:16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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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

북한의 4차 핵실험은 허를 찔렀다. 한국은 물론 미국·중국 등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것은 완전한 성공이었다. 북한의 ‘정부 성명’과 북한 내에서 전개된 대대적 축하행사를 보면 첫 수소탄 시험은 잘 준비된 계획에 따라 여러 목적을 위해 진행된 것이다. 당연히 한국·미국·일본은 강경대응에 나섰다. 중국·러시아가 긴장 고조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으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보다 강화된 제재 결의가 채택될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을 막으려던 지난 20여 년의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행세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독자적 핵무장론, 전술핵 재배치론 등의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의 현실적 해결책은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강력한 대북 제재가 국제 연대 속에서 제대로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관건이 될 것이다. 중국·러시아는 핵보유국이자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핵심 국가로서 북한의 핵 보유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각각 한국과 북한의 동맹국이자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더욱 그러하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무시 내지는 무관심’이었으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은 ‘위장 선호’였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보인다면 그들의 속셈은 북핵 문제를 활용해 자국의 전략적 이해를 도모하는 데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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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재와 압력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후원국이다. 국제정치학자 케네스 왈츠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떠한 외부 국가도 핵무기 개발을 결정한 국가의 핵무장을 막는 데 성공한 사례는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핵 개발 성공 후 핵을 포기한 유일한 경우다. 그런데 이는 민주정권의 등장으로 가능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NPT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됐다. 북한은 NPT를 탈퇴한 후 핵실험을 하고 핵 개발에 성공했다. 이란은 평화적 핵 이용을 보장받았다. 리비아는 북한이 핵 포기를 경계하는 사례다.

  북한 지도부가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북한이 민주정권으로 바뀌지 않는 한 자발적 비핵화의 가능성도 없다. 현실적으로 국제 연대를 통한 강한 압박으로 북한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는 ‘기대치’나 북한 ‘조기 붕괴’의 ‘비용과 효과’에 대한 냉정한 계산에 자신이 없다면 북한을 6자회담의 틀로 복귀시켜 협상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은 핵실험 직후 정부 성명의 대부분을 미국에 대한 메시지 전달에 할애했다. 한마디로 북한의 핵 억제력 증강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압박 증대는 북한의 맞대응 위기 고조 전술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현실 가능한 접근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 체제 안전 보장과 한국·미국 등이 추구하는 북한 비핵화를 맞바꾸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공포정치의 현실 때문에 민주화와 정권교체 방식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통일을 하면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는 ‘비현실적’ 주장도 계속 제기될 것이다. 통일이 당장에 이뤄지는 것인가. 북한 체제의 붕괴 상황이 반드시 통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또 그러한 상황을 순탄하게 수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우리에게 구비돼 있는가.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 상황에서 협상의 구조와 6자회담의 운영은 달라져야 한다. 북한 핵 능력의 지속적인 증강을 중단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북한의 핵 능력이 증대하면 할수록 한국의 대미 안보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접근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미·중 간 경쟁 구도가 심화되면 한국은 더욱 딜레마에 처하게 될 수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조와 격변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 핵심 주변국들의 한반도 정책, 북한 체제의 내구력과 시장화, 한국의 정책 능력과 정치 현실 등 제반 조건을 고려하면 북한 체제의 성격 변화는 비핵화와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다. 이러한 목표를 향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여 상호 작용을 늘려나가도록 해야 한다.

 핵심은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안정감을 가짐으로써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남한의 상호작용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하는 것이다. 동시에 핵무기가 그러한 과정의 핵심 걸림돌이자 부정적 요인이라는 것을 깨달아 핵무기에 대한 전략적 변화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포괄적 관여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관여는 일방적 포용이 아니다. 방어를 위한 공격을 펴는 북한에 변화의 손은 한국과 미국이 먼저 내밀어야 한다. 평화 공존 없는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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