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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속마음 편지' 주고받은 효녀연합과 어버이연합

중앙일보 2016.01.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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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과 효녀연합


한일 양국간 위안부 합의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던 효녀연합과 어버이연합이 편지를 통해 속마음을 주고받았다. 먼저 편지를 보낸 건 효녀연합의 홍승희(26)씨였다. 지난 13일 1313번째 수요집회에서도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홍씨는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써 어버이연합 측에 전달했다.

“얼마 전 소녀상 앞에서 뵈었던 효녀입니다”라는 말로 운을 뗀 홍씨는 “우리는 일제 강점기 때 소녀들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삶을 지켜주지 못했다면 진실이라도 지켜줘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역사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애국보수의 가치”라는 말도 덧붙였다. 효녀연합은 그동안 수요집회에 참석해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 ▶일본 총리의 공식적인 사과  ▶법적 배상을 요구해왔다.

홍씨는 또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풍경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서로를 이기기 위한 대결이 아니라 서로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하시겠지만, 청년들을 믿고 사회를 건강하게 바꿔보려는 움직임을 응원해달라”고 강조했다. 홍씨의 편지는 “이 편지에 있는 제 진심만 읽어주세요. 짧은 답장이라도 기다리겠습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홍씨의 편지를 받은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나흘만에 답장을 썼다. 추 사무총장은 편지에 “그날 소녀상 앞에서 우리를 바라보던 너의 그 눈빛과 일그러진 미소는 아버지를 공경하는 효녀의 그것은 아니었다”며 “아옹다옹 살아온 80년 인생이 문득 허망해졌다”고 적었다. 또 “극렬한 방식의 폭력시위를 하는 세력들이 소위 진보세력이 아닌가. 네가 몸담았던 통진당을 비롯한 소위 진보세력이 평화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추 사무총장은 홍씨를 비롯한 효녀연합을 ‘전문시위꾼’이라고 표현했다. “외부세력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선동하지 말라는 주장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일본군의 관여와 정부 책임 인정, 그리고 공식 사죄를 이끌어냈다. 소녀상 문제에 대해서도 철거 약속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 6일과 13일 수요집회가 끝난 뒤 어버이연합이 진행하려 했던 시위에 대해선 “일본 아베 수상 규탄 기자회견을 하려던 것”이라고 적었다.

◇‘효녀’와 ‘어버이’의 갈등은 여전=지난달 한일 양국간 위안부 합의 이후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선 매번 서로 다른 두 목소리가 충돌했다. 한 편에선 위안부 합의를 ‘굴욕’이라고 표현하며 전면 재협상을 요구했고, 다른 한 편에선 위안부 문제와 평화의 소녀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공세를 폈다. 효녀연합과 어버이연합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지난 6일 경찰의 저지선을 사이에 두고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처음 마주했다. ‘한일합의 인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온 어버이연합은 “전쟁을 겪어보지도 못한 어린 것들이 뭘 안다고 떠드냐”고 소리쳤다. 효녀연합은 “애국이란 태국기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것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맞섰다.

양측이 주고 받은 이번 편지에서도 감정의 골은 여실히 드러났다. 효녀연합은 “어버이는 눈앞의 도발에 맞서 맞불로 싸우는 게 아니라 가장 맨 뒤에서 평화를 지키는 분”이라고 말했지만, 어버이연합은 효녀연합에 대해 “순진함을 가장한 영약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어버이연합은…
2006년 5월 8일 한국전쟁에 참전한 700여명이 뜻을 모아 결성했다. 대표적인 보수단체로 2011년 FTA 비준 촉구 운동, 2013년 통합진보당 해체 촉구 운동 등을 펼쳤다. 현재 서울과 경기 지역 11개 지부에서 1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효녀연합은…
2015년 1월 6일, 1212번째 수요집회가 끝난 뒤 어버이연합의 맞불집회가 예정돼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홍승희 씨 등 청년예술가들이 모여 즉석에서 결성했다.  현재 ‘위안부 합의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며 활동하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관련기사 어버이연합·효녀연합 편지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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