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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초등생 최군 시신 훼손 사건 '6대 미스터리'

중앙일보 2016.01.17 16:32
 

"그동안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부천)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했다. 아내가 학교나 경찰이 찾아올지 모른다고 해 시신을 가방에 넣어 (인천)친구 집으로 옮겼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부천 원미경찰서 조사실. 오랫동안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된 아버지 최모(34)씨와 어머니 한모(34)씨를 조사하던 형사들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들이 살던 인천시 부평구의 집에서 최군(2012년 당시 7살, 초등 1년)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경찰도 "뭔가 큰일이 난 것 같다"는 의심을 하긴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자식의 시신을 훼손해 냉동고에 보관했을 것이라곤 경찰조차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사망한 초등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집 냉동고에 유기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경찰은 최씨에게 아동복지법 및 폭행치사, 사체훼손·유기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4시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열렸다. 어머니 한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앞서 구속됐다.

이들 부부에 대한 경찰 수사는 계속 진행중이지만 여전히 의문점도 많다. 최군이 학교에 나오지 않은 2012년 4월 이후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 데다 왜 시신을 냉동고에 보관했는지 등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다. 경찰은 이런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프로파일러(profiler, 범죄심리분석관) 2명을 투입해 조사하고 있다.

①최군의 사망 시점은?

경찰은 최씨와 한씨의 진술에 따라 최군이 2012년 11월 사망했을 것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2년 10월 씻기를 싫어하는 (아들을) 욕실로 끌어당기는 과정에서 아이가 다쳤지만 병원 진료 등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하다 한 달 뒤인 11월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군이 학교에서 사라진 시점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두 달 만인 2012년 4월 30일부터다. 당시 최군은 같은 반 여자아이의 얼굴을 색연필로 찌르고 옷에 낙서를 해 학교폭력자치위대책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였다. 그러나 회의에 출석하지도 않고 등교하지도 않았다. '아이를 보내달라'는 학교의 연락에 어머니 한씨는 "홈스쿨링(homeschooling· 재택학습)을 시키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훼손된데다 냉동 보관한 상태라 육안 등으로는 사망시점을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렵다"며 "정확한 사망시기를 알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부검 결과는 2주 뒤에 통보된다.

②사고인가, 살해됐나?

최씨와 한씨는 모두 살인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아이가 사고로 다쳤고 사망했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최군이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하고 있다. 아버지 최씨가 최군을 학대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평소 말을 잘 듣지 않아 반복적으로 체벌했다. 아들이 사고가 난 당일에도 실랑이를 벌이다 그랬다"고 진술했다.

어머니 한씨도 "남편이 주기적으로 아들을 체벌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최씨에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소견에서도 최군의 얼굴과 머리 부위에 멍이 든 것 같은 변색 현상이 발견됐다. 아직 폭행으로 인한 상처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다친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한 달간 방치하고 시신을 훼손한 만큼 학대나 살인 등 범죄를 숨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 부분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③왜 시신을 훼손했나?

최씨는 아들이 사망하자 시신을 훼손해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을 했다. 어머니 한씨도 "직장에 있다가 남편의 연락을 받고 집으로 가보니 아들이 숨져 있었고 남편의 권유로 친정에 다녀온 사이 남편이 시신을 훼손해 냉동실에 보관한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군의 시신은 지난 15일 심하게 훼손돼 검은색 운동용 가방 2개에 나뉘어 담긴 채 최씨의 중학교 친구 집(인천시 계양구)에서 경찰에 발견됐다. 최씨는 경찰에서 "시신이 부패할 수 있기 때문에 상온에 마냥 둘 수 없어서 냉동실에 넣기 위해 흉기로 시신을 훼손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3년 3월 부천시 원미구에서 인천시 부평구로 이사할 때도 최군의 시신을 챙겨온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왜 아들의 시신을 냉동 보관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범행을 숨기려고 시신을 유기했다고 해도 몇 년간 집 냉동고에 보관했다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은 최씨가 경미한 전과는 있지만 정신병력은 없다고 밝혔다.

④사라진 시신 일부는 어디에?

최씨는 "학교나 경찰에서 찾아올 것 같다"는 아내 한씨의 전화를 받고 지난 15일 최군의 시신을 가방 2개에 넣어 인천시 계양구에 있는 중학교 친구의 집으로 옮겼다. 친구에겐 "이삿짐을 일부 맡긴다"고 얘기했다. 따라서 친구에게는 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그러나 시신 일부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최씨가 당시 살던 부천시 원미구의 집에서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고에 보관한 만큼 일부만 바깥으로 옮겼거나 유기했을 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사라진 시신 일부에 대해 "쓰레기 봉투나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내용이 사실인지 최씨를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⑤아들만 학대했나?

최씨 부부는 2005년 8월 혼인신고를 했다. 그 해에 최군을 낳고 2년 뒤 딸(10)을 낳았다.
부부는 최근까지도 딸을 태연하게 학교에 보냈다. 딸이 입학 당시 학교에 제출한 가정환경조사서엔 '아빠·엄마·딸로 구성된 3인 가족'이라고 적었다.숨진 최군을 가족 명단에서 뺀 것이다.

가정형편은 그다지 좋지않았다. 최씨는 오락실이나 PC방 등에서 일하는 등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적인 수입은 아내 한씨가 전화상담일을 하면서 번 돈이었다. 하지만 딸을 피아노학원에 보내는 등 교육에도 힘을 썼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7~8개월 전 학원을 그만두게 했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딸에게서 별다른 학대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어머니 한씨도 경찰조사에서 "집에 가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딸의 양육 문제 때문에 (남편의 범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종종 부부가 다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딸은 성격도 밝고 인사도 잘했다"고 말했다. 딸은 현재 아동보호기관에 맡겨졌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딸을 학대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⑥주민센터 직무유기?

자칫 은폐될 뻔한 최군 사망 사건은 '인천 A양 학대 사건' 때문에 드러나게 됐다. A양 사건 이후 교육부가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군의 사례가 나왔다. 현재 부천교육지원청이 확인한 부천지역의 90일 이상 장기 결석자는 1명이고 오랫동안 등교하지 않은 정원외관리자는 최군을 포함해 5명이다.

학교 측은 최근 A양 사건 이후 최군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어머니 한씨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한씨는 "아들이 가출했다"면서도 가출 날짜를 정확하게 모르고 아이의 나이도 잘 모르는 등 횡설수설했다. 학교 측은 경찰에 "최군의 소재를 파악해 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학교 측은 2012년 4월 이후 최군이 등교하지 않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그해 5월 9일과 18일 출석 독려장을 두차례 보냈다. 담임교사가 몇차례 직접 최군의 집을 찾아갔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학교는 최군의 주소지가 있는 부천시의 한 주민센터에 "아이가 집에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5월 30일과 6월 1일 두차례 보냈다. 하지만 아이의 행방에 관한 결과는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시 관계자는 "해당 주민센터가 당시 업무를 제대로 처리했는지 감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부천=최모란·백수진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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