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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 최수열, 서울시향은 여전했다

중앙일보 2016.01.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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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최수열 부지휘자 [사진출처=서울시립교향단 제공]


16일 밤 예술의전당. 서울시향 정단원과 객원단원 114명이 빈틈없이 무대를 채웠다. 서울시향 최수열(37) 부지휘자가 등장했다. 크리스토프 에셴바흐에 이어 올해 서울시향의 두 번째 대체지휘자다. 그가 정명훈이 지휘하기로 했던 말러 교향곡 6번을 이끌었다.

서울시향이 도이치그라모폰에서 11번째 녹음을 위해 준비해온 곡이다. 해석이 까다로워 서울시향 측에서 섭외하고자 한 해외 지휘자들은 프로그램 변경을 요구했다. 결국 그 동안 녹음을 함께 준비해오던 최수열이 지휘를 맡았다.

객석은 처음부터 격려의 분위기였다. 환호가 그치지 않자 한 번 더 객석에 인사한 그는 지휘봉을 들고 큰 동작으로 지휘를 시작했다.

트럼펫 객원 수석 다비드 게리에, 팀파니 객원 수석 장 클로드 장장브르, 호른 객원 수석 에르베 줄랭 등 프랑스 출신 세 용병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다비드 게리에는 막힘없이 시원한 트럼펫으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들과 더불어 타악기 수석 에드워드 최의 스네어 드럼, 초저역의 더블베이스군이 넘치는 에너지감으로 이날 연주를 견인했다.

거대한 곡을 홀로 이끄는 젊은 지휘자의 어깨가 무거워보였다. 1악장에서는 현과 관이 이따금 엉키기도 했지만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무대 밖에서 내는 소방울 소리는 말러의 의도대로 ‘세상에서 떨어진 고독감’을 자아내며 무대를 확장시켰다. 모든 악기들이 일제히 소리 내는 총주는 그동안 익숙한 서울시향의 소리였다.

말러 교향곡 6번은 2악장과 3악장 순서가 스케르초-안단테 혹은 안단테-스케르초로 지휘자마다 달라진다. 최수열과 서울시향은 1악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는 스케르초-안단테를 채택했다. 2악장 스케르초는 박진감 넘쳤다. 클라리넷과 실로폰 소리가 날카로웠다. 1악장보다 기복이 덜한 흐름이었다. 때때로 반 박자 먼저 혹은 나중에 나오는 악기들이 곡으로의 몰입을 방해했다.

느린 3악장은 평탄했다. 감미로운 목가에 가까웠고, 우수 어린 비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불안과 혼돈을 걷어낸 깔끔한 해석이었다.

4악장은 앞서 3개의 악장에 비해 확신에 차 있었다. 이 마지막 악장에는 말러의 세 가지 비극, 즉 ‘큰딸의 죽음’, ‘심장 이상’, ‘빈과의 이별’을 의미하는 세 차례 나무망치 타격이 있다. 에드워드 최가 커다란 나무망치를 떡메에 내려칠 때마다 흰색 분진이 올라왔다. 심장이 철렁한 그 순간마다 금관이 울부짖었다.

마지막 총주가 끝났다. 큰 브라보 소리가 정적을 깼다. 2천132명의 청중이 환호했다. 2층과 3층 청중들까지 다수가 기립박수를 보냈다.

휴식시간 전 1부에서는 김다솔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협연했다. 이 곡에서 최수열은 맨손으로 지휘했다. 평온한 1악장과 담담한 2악장을 지나 3악장에서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흔들리기도 했다. 김다솔은 앙코르로 슈만의 아라베스크를 연주했다.

공연 뒤 최수열은 “다른 때보다 더 큰 책임감과 소속감으로 공연에 임했다”며 “단원들, 스태프들과 함께 큰 산을 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은 최수열의 서울시향 풀편성 정기공연 데뷔무대였다. 최수열은 2014년 7월 서울시향의 부지휘자로 취임한 뒤 어린이날 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 등을 지휘했다. 아르스 노바 체임버 콘서트 ‘아메리칸 매버릭스’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30대 지휘자가 말러 교향곡 6번을 무리 없이 완주했다는 건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휘엔 시간이 필요하다.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간다면 그의 앞날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이다.

다만 이번 연주에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시리즈를 이끌었던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관성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 첼리비다케 사후 한국을 찾은 뮌헨 필을 주빈 메타가 지휘했지만, 첼리비다케의 숨결이 느껴졌던 것과 마찬가지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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