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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압박은 역효과 가능성” “남·북·미 3자 협의체 가동을”

중앙선데이 2016.01.17 01:15 462호 11면 지면보기

한·미·일 3개국은 16일 도쿄에서 열린 3국 외무차관협의회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철저하고 포괄적인 대응”을 통해 실질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시급히 취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3국은 이와 함께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할 것을 함께 촉구했다. (오른쪽부터)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AP=뉴시스]



4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한 제재 수위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국제공조 제재와 함께 북한에 대해 실질적인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중국의 대북제재 전략의 고민은 뭔지, ‘전략적 인내’를 앞세운 미국의 대북정책은 바뀔 것인지, 또 한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어떤 전략으로 돌파해나가야 할지를 외교안보 전문가의 대담으로 풀어봤다. 지난 14일 중앙SUNDAY 회의실에서 열린 대담에서 김흥규 아주대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는 “중국을 적으로 돌리거나 압력을 가하는 대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어떻게든 협력해서 북한을 압박하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중국의 외교안보 분야, 미·중 관계, 동북아 국제정세와 관련한 200여 편의 논문 및 기고문을 발표한 중국 전문가다. 청와대·국회 등의 정책자문역을 맡고 있다.


[미·중 전문가 대담]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해법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두고 미국과 중국 간에 책임론 공방이 오갔다.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미국은 2012년 2·29 북·미 합의 직후 북한이 이를 깨고 장거리 로켓 발사실험을 하자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로 돌아섰다.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지만 북핵을 저지할 효과적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워 한때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도 했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지 못했다. 중국은 당분간 대화와 제재 투 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북한은 핵을 가지겠다는 의지가 굳건하다. 그래서 미국이든 중국이든 북한과 협상하기가 쉽지 않다.김흥규 아주대 교수=북한의 핵 개발은 주변 모든 국가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것은 공동책임이지만 결국 가장 부담스럽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국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할 수 있다. 국가는 정의나 도덕, 이런 것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가 미국·중국의 국익이 뭔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접점들을 잘 맞추면서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그 역할을 하는 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 외교정책, 한·미 동맹, 북·미 관계, 미·일 동맹, 동북아 정세를 연구하는 외교안보 전문가다.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 등을 역임했다.



-중국의 스탠스는 이번에도 변하지 않을까.김흥규=미·중 관계 변화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한 고민을 읽는 노력이 중요하다. 최근 한·일 관계 복원이라든가 한·미·일 협력 강화 분위기도 상당히 고려가 돼야 할 것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 내 상황이 그렇게 간단치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중국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시 주석은 2013년 3차 때와는 달리 이번 4차 북한 핵실험 때는 제재에 매우 신중해 보인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요구하는 대북제재를 했을 때 그 결과가 과연 자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 같다. 중국의 고민이 깊은데 여기서 우리가 “역시 중국은 똑같다”는 판단을 너무 조급하게 내리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김현욱=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3차 핵실험 때는 미국의 국력이 쇠퇴하고 있던 시점이다. 그래서 당시 출범한 시진핑 정부는 강한 제재를 들고 나올 수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의 경제력과 리더십이 회복 단계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선 지금 이런 상황에서 핵실험을 해도 중국이 예전처럼 강하게 제재를 하지 못하고, 북한을 홀대하거나 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중국도 북·중·러 3각 공조 구도의 판을 깰 수 없기 때문에 대북 강경책을 들고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



-미국의 대북정책도 안 바뀔까.김현욱=핵협상에 성공한 이란과 달리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상당 수준 개발했고, 대화를 해도 잘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거기다 고립된 북한은 제재에 대해 맷집이 있는 나라다. 이란에 비해 전략적 가치도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로 나올 수 있는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인내’의 최근 버전이라고 보여진다. 이를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중국의 대북제재 허점을 줄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유엔에서 과거와 다른 강력한 대북제재안이 마련될까.김흥규=중국도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더 강력한 유엔 제재를 취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엔 제재 논의 과정에서 중국에 책임과 부담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저항감과 우려를 가지고 있다.김현욱=최근 미 하원은 안보리 제재와 별도로 자체 대북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특이한 점은 북한의 핵 개발에 도움을 준 제3국의 기업이나 개인도 제재에 포함시키는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을 필수가 아닌 재량사항으로 못 박았다는 것이다. 1순위 대상일 수 있는 중국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직까지는 조금 기대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관건은 중국의 제재 수위에 있다.김흥규=중국은 일단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돈줄을 죄는 데 상당히 노력할 것이다. 외환을 통제하는 수단들을 강화할 수 있다. 중국 내 북한 노무자 철수 혹은 북한 사업 제한, 이중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물자에 대한 검열 강화, 밀무역 통제 강화 등도 옵션이 될 수 있다. 북·중 국경지대에서의 방사능 오염실태를 조사한 후 이에 대한 경고 및 배상조치 요구, 북 핵실험에 따른 중국 접경지역의 시설이나 경제적 손실에 대한 배상요구 등을 놓고 고민할 수 있다. 제재 수위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는 중국의 입장을 잘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입장에서 중국을 압박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다.김현욱=중국이 제재 수위를 높이면 북한 내부에 아노미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제재가 북한 정권의 불안정 또는 한반도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에 제재의 수위를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 안보리 제재와 중국의 제재는 달리 봐야 한다. 중국이 안보리 제재에 참여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중국은 비공식적이고 은밀한 자체 제재 수단을 통해 북한을 컨트롤하려는 심리가 있다고 본다.



-이래저래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다.김흥규=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석유·식량 금수(禁輸)는 가장 수위가 높은 제재다. 중국은 이를 집행했을 경우의 결과를 예측해본 것으로 안다. 그렇게 해도 북한 정권은 여전히 살아남고 그 비난은 중국에 돌아올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북한 정권은 엘리트 그룹과 군부만 먹여살릴 수 있으면 생존이 가능했고 또 그것을 추구해왔다. 식량 금수조치를 취해도 외곽만 피해를 보지 핵심은 전혀 지장을 안 받는다.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북한 정권의 결심을 되돌리게 할 수단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는 확신이 서야 하는데 오히려 비용과 불확실성은 커지고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이런 수단들을 사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김현욱=북한이 표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위협을 없앨 수 있는 평화체제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남·북·미 3자협의체를 시동해 보는 건 어떨까. 북·미 양자 대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원하지만 미국은 잘 응하지 않을 것이다. 북·미 대화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 까다롭지만 한국이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 3자협의체를 통해 한·미 간의 전략적 목적에 통일을 하나 더 추가할 수도 있다.김흥규=일단은 우리가 조급증을 좀 탈피했으면 한다. 실질적인 전략과 행동은 부재하면서 목표만 달성하려는 인상을 주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위기의식에서 나오는 격앙된 감정을 가지고는 북한에 말려들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김정은을 오히려 돕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압박과 평화공세, 둘 다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평화공존을 강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북·미 대화나 남·북·미 3자 대화를 같이 하자고 먼저 제시해야 한다. 이게 기반이 돼야 중국과 북한 및 북핵 문제에 대해 협력하기가 용이해진다.



-결국 미·중의 협력을 얻어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김흥규=우리의 지혜를 모아서 정세를 잘 판단하고, 우리의 역량과 시간적 요인을 고려한 안보전략을 만들면서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미·중을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리 급해도 이를 다 같이 고려하면서 깊고 무겁게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양자적·다자적 협력을 결합시키는 전략이 돼야 한다. 일방적이고 단견적인 사고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이번 핵실험으로 한·미·일 vs 북·중 구도가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김현욱=지금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이 한·미·일 vs 북·중 구도로 가는 것이다. 이건 우리 이익에 부합하는 패턴이 아니다. 남북관계가 이런 구도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미국을 좀 더 많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이 나서서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좀 더 많이 떼어놓고, 북·미 대화를 함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좀 더 유효해질 수 있다는 논리를 미국에 펼 필요가 있다.김흥규=새로운 냉전 구도가 김정은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것일 것이다. 북한은 중국만 잡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이 조금만 도와주면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고 군을 현대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바라는 핵·경제 병진 노선은 달성이 가능해진다. 북·중 근접 구도를 도와주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치명적이고 앞으로 우리가 게임을 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비용은 엄청 늘어나면서도 우리의 입장은 취약해진다. 중국이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를 무너뜨리는 수단은 너무 많다. 중국은 우리가 적으로 돌리거나 압력을 가하는 대상이 아니다. 어떻게든 끌어들여 협력하고 북한을 압박하는 전선에 함께 세워야 하는 게 우리의 과제다. 이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대러시아 외교도 강화해야 한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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