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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저평가주

중앙선데이 2016.01.17 01:06 462호 18면 지면보기
요즘 금요일을 일컬어 ‘응요일’이라고들 부른다.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본방이 있는 날이라 그렇단다. 필자의 개인적 느낌으로는 대발이가 나왔던 ‘사랑이 뭐길래’ 이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드라마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국민 모두를 연애 탐정으로 만든 듯 하다.



주인공 성덕선 역할을 맡은 혜리는 전문 연기자가 아니라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다. 걸스데이는 2010년에 데뷔한 그룹이다. 2013년에 ‘기대해’라는 곡으로 빅히트를 했으니 무려 3년간 사실상 무명 생활을 했던 셈이다. 데뷔 이후 내내 걸스데이를 먹여 살린 건 귀여운 이미지에 가창력을 갖춘 민아였다. 4명 중 1명의 구성원에 불과했던 혜리는 2014년 ‘진짜 사나이’라는 병영 체험 예능에 출연해 조교에게 보여준 귀여운 애교 한 방으로 그야말로 확 떴다. 그리고 응팔의 성덕선 역할을 꿰차면서 대세가 됐다.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단기 실적, 솔깃한 인기 종목에만 관심돌이켜보면 혜리는 매력 포인트가 많은 아이돌이었다. 가수로 시작했지만 이미 2012년에 공중파 드라마에서 꽤 괜찮은 연기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진가를 인정 받는데 5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혜리의 데뷔 후 인생 궤적과 걸스데이의 역사를 보면 저평가된 종목이 인정받는 과정과 매우 흡사함을 알 수 있다.

강일구 일러스트



주식투자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촉매를 찾는다. 달리 말해 현재 시점에서 모멘텀이 가장 강해 보이는 종목에 투자하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니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이나 탁월한 경영진 같은 매력을 가진 종목을 배제하고 단기실적 변화폭이 두드러지거나 딱 들어 스토리가 솔깃한 당대의 인기 종목으로 관심을 돌리고 만다.



하지만 영원한 인기란 없다. 대중들이 늘 새로운 스타에 열광하는 것처럼 주식시장에서의 인기도 끊임없이 변한다. 심지어 연예기획사들조차도 누가 먼저 뜰지 몰라 여러 명의 아이돌로 구성된 걸그룹을 짜는데, 리스크에 민감해야 할 주식 투자자들은 솔로 한 명 내놓고 하루 이틀에 대박 치길 바라는 격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



재평가의 순간은 아무도 모르게 도둑같이 오는 경향이 있다. 과연 걸스데이의 소속사 대표는 병영 체험 예능에서 확 뜨게 될지 알고 혜리를 걸그룹 멤버로 채용했을까? 남자도 아니고 여자인데 과연? 사실 어떤 계기로 재평가의 순간을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문제다. 다음 타자는 다른 멤버인 유라나 소진일 수도 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필자 또한 20년 가까이 주식투자를 해오며 수많은 재평가의 짜릿함을 경험했지만 원하는 순간에 예견했던 촉매가 발현돼 일이 풀려간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마치 민아가 초기에 걸스데이를 먹여 살리다 우연한 기회에 혜리가 그 바통을 이어 받은 것처럼 분산해서 깔아둔 저평가 종목들이 번갈아 올라 일정 기간 수익률을 견인하며 포트폴리오 전체를 먹여 살리곤 했다. 투자자에게 분산투자는 진리다.



그리고 재평가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연예인의 인기는 대중이 만들어주는 것이고 주식의 인기는 시장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인기가 오르는 그 순간에 그 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비인기의 긴 터널을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기획사가 조급함을 참지 못하고 2012년에 걸스데이를 손절매 했다면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영광도 맛보지 못했을 테고, 이후 응팔에서 혜리가 국민 덕선이로 우뚝 서는 모습도 목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평가 주식도 담금질의 시간을 통과해야 제 가치를 인정받는 법이다.



불안할 때일수록 공포를 사야새해 벽두부터 답답하고 불안한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중국이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각국의 환율은 요동을 치며, 유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수준으로 추락 중이니 확실한 모멘텀이 없으면 주식을 사지 않는 양극화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저평가 된 종목이 더 깊은 저평가의 나락으로 떨어지다 보니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밸류에이션 지표의 무용성마저 거론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금은 버핏의 말처럼 공포를 사야 하는 순간이다. 싼 건 알겠지만 무슨 이유로 주가가 오를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극복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첫째, 어떤 이유로 뭐가 먼저 오를지 모르니 분산해서 사길 권한다. 그 중 혜리가 한 명만 나와도 두려움에 휩싸여 투자를 전혀 하지 않은 투자자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둘째,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현재의 어려움 또한 지나가는 바람으로 만들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기를 기대하길 바란다. 혜리가 덕선이가 되는데 5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최준철?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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