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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도 끝도 없는 결핍감 … 그냥 원하는대로 하세요

중앙선데이 2016.01.17 00:42 462호 23면 지면보기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가로 많은 꿈을 미뤄온 대한민국 남자들. 이미지 컨설턴트 허은아가 중년에 와인처럼 숙성된 매력을 지니려면 뭘 해야 하는지를 짚어준다.



<편집자 주>


[꽃중년 프로젝트 사전-1-] 채우다

 

일러스트 심수휘



인생은 한번인데 아내가 질투하는 애인이 있는, 애인이 질투하는 아내가 있는 그런 남자 정도는 되야 하지 않겠어? 중년 남자들에게 ‘더 멋져지면 어때’라고 다그치는 한 여자의 외침이다. 대부분 ‘제정신이야?’‘현실성이 없다고 전해라~’며 퉁명스럽게 대꾸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중년 남자, 그들은 ‘본인에게는 현실’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숨기려 퉁명스러움으로 가장한 것은 아닐까.



내가 만난 남자들은 늘 일탈을 꿈꾸었다. 일과 가정을 벗어난 새로운 세상, 나만의 아지트, 아름답고 섹시한 새로운 여자와의 연애, 자유로운 여행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일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중년 남자들에게는 역시 꿈일 뿐이다. 현실에서는 ‘진정한 남자라면 참아야 한다’며 꿈을 삭인다. 그러면서도 중년남자들은 ‘문 밖을 나오면 나는 싱글이야’ 라는 소심한 일탈로 시작한다.가정은 지키되 할 건 하고 싶다는 이중적 일탈에 십여 년 째 늘 생각으로만 도전 중이다.



솔직하게 이야기 해보자. 안되는 줄 알면서도 강용석을 부러워했던 순간이 있지는 않았는지. ‘왜 일탈하면 안되지? 새로운 삶을 살아보는 게 그렇게 문제인가?’에서 시작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많은 버킷리스트를 생각해본 적이 있지는 않은지. ‘지금 와서 무슨’‘이 나이에’ 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정신을 차려라. 지금은 100세 시대고 40, 50세는 아직도 살아야 할 날이 더 많은 청춘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하나둘 시작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10년 안에 분명 후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왜 여자를 만나고 싶은가? 당신이라는 남자가 속물이기 때문인가? 혹시 그동안의 당신의 노고를 위로받고 대화할 만한 그런 사람, 굳이 강하게 보이지 않아도 될 그런 존재가 필요한 건 아닌지? 당신의 일상에서의 결핍을 채워 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혼자 남는 것이 두려운 건 아닌지?



연애를 예로 들어보자. 남자들은 돈만 있으면 만사 해결이라고 말한다. 천만의 말씀! 돈과 권력, 그런 거 있어도 성추행으로 고소 당하는 세상이다. 자본력을 제외하면 모든 게 완벽한 남자라는 주장 자체가 너무 센 자신감 아닌가. 연애를 못하는 핑계는 많다. 내 눈엔 사랑받을만한 남자가 아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대단한 자신감은 그만큼의 결핍에서 오는 불안함이라 생각 한다. 그동안 자신에게 투자 하지 못했던, 채워 넣지 못했던 남자의 결핍이 주는 스스로에 대한 외면이다



아내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수백 가지가 넘는데 남편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딱 세 가지면 충분하다고 한다. 먹이고, 재우고, 가만히 내버려두기. 웃자고 하는 농담이긴 하지만, 나한테는 여기서 남자들이 가진 어떤 ‘쑥스러움’이 읽힌다. 적어도 나에게 컨설팅을 의뢰했던 고객들을 떠올려보면 남자들이 그렇게 단순하고 무딘 존재들은 아니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겉으로 일일이 드러내 보이지는 않지만 중년의 남자들 안에는 섬세한 소년, 뜨거운 청년, 불안한 중년의 복잡다단한 감정들과 욕구들이 가득 차 있다. 다만 그들은 지금까지 뜨거운 내면의 질풍노도를 처리하는 법에 무관심하거나 외면해왔을 뿐이다. 좀 더 당당하게 일탈해라. 당신의 결핍을 채워라. 당신 자신을 채우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은 이기적인 짓도 죄도 아니다. 오롯이 ‘나’를 제대로 보며 ‘내’가 설레는 원하는 것을 위해 채워라. 이제는 당신 앞에 중년의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채워 넣을 때가 되었다.



아내가 질투하는 애인이 있는, 애인이 질투하는 아내가 있는 그런 남자는 도대체 어떤 남자일까. 아마도 50대에도 혼자 우아하게 브런치를 먹는 남자가 아닐까, 자신 앞 비워진 잔에 여유롭게 캐모마일 차를 채워 넣으며 중년이 된 자기만의 향기를 내는 매력적인 남자 말이다.



 



허은아(주)예라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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