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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사이트] 득보다 실이 큰 원화 약세

중앙일보 2016.01.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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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12일 달러 당 1200원을 돌파해 5년 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원화값은 13일 6.3원 오른 달러 당 1204.0원으로 마감했다. 사흘만의 상승이지만 지난해 연말에 견주면 2% 넘게 하락했다. 달러 대비 원화값은 석달 전과 비교해 5% 가량 내린 상태다. 중국 위안화나 인도 루피아화보다 하락폭이 크다.

사실 원화가치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현상이다. 미국이 2014년 이후 금리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원화가 포함된 신흥국 통화는 약세 기조를 이어왔다. 지난해 12월 막상 미국이 금리를 올려 제로금리에서 벗어났음에도 원화가치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가 시장에 미리 선반영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금융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원화가치는 예상보다 크게 떨어졌다. 중국의 위안화 약세와 중국 증시 급락이라는 예기치 않은 변수의 영향이 컸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8일 연속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올초 첫주에만 하락률이 1.07%에 이르렀다. 이를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진작책이라고 판단한 증시는 급락했다. 외환시장에서도 추가하락을 예상한 투기거래가 급증했다. 당황한 인민은행이 8일부터 위안화값을 올렸지만 시장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당국의 시장 통제력에 대한 의문만 커졌을 뿐이다. 결국 중국 경기 둔화가 부른 위안화 약세가 달러 강세로 증폭돼 원화를 출렁이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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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에선 달러 당 1200원선을 둘러싼 치열한 등락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중장기 전망은 쉽지 않다. 한국 내부가 아닌 미국과 중국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기관과 증권사들의 전망치도 달러 당 1100원대 중반에서 1300원까지 큰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원화 약세가 예전처럼 반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엔 원화 약세가 수출 물량을 늘리고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달러는 임금과 투자를 통해 내수 활성화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금의 원화 약세는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교역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나타났다. 가격 경쟁력 상승이 수출 확대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달러 강세로 수입이 줄어든 산유국들의 내수가 위축되고 건설 발주가 줄어드는 게 대표적이다. 게다가 우리 수출의 4분의 1이 침체의 중심인 중국으로 나가고, 위안화도 함께 약세를 보이고 있어 원화 약세의 이점을 흐린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주요 수출기업의 해외생산 비중이 최근 5년새 15%포인트나 높아진 것도 환율 효과를 반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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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반면 국민들이 감수할 부작용은 훨씬 커졌다. 지난해 해외관광 등을 위해 출국한 사람은 일년 전보다 5.5% 증가한 1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원화값이 떨어지면 이들로선 손해다. 해외 유학 중인 자녀나 가족을 위해 정기적으로 송금해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달러 강세 흐름을 타고 이어져온 외국인 투자 유출이 늘어나는 것도 걱정거리다. 원화값이 달러 당 1165.4원에서 1200원 이상으로 뛰어오른 지난해 12월2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원화 약세로 기업이 누릴 이익보다 국민들이 부담할 비용이 더 크게 다가오는 상황이다. 예전과 달라진 원화 약세의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나친 변동성을 완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View & Another >>> 원화값 전망이 크게 다른 이유는
 
원화값이 내년까지 약세를 띌 것이라는 게 연구기관이나 증권사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흐름이 그때까지 이어지리란 예상에서다. 하지만 그 속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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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상대적으로 원화값이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산업연구원이 내다본 원화값은 연간 평균으로 달러 당 1150원으로 가장 높다. 반면 금융연구원은 1201원으로 가장 낮다. LG경제연구원은 1175원, 한국경제연구원은 1157원을 제시했다. 증권사들은 원화값 전망치를 좀 더 낮게 잡는다. 삼성증권이 1270원, KDB대우증권이 1260원이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1180원)에 이어 신한금융투자가 1130원으로 가장 높다.

해외 투자은행들도 원화 약세에 강하게 베팅하고 있다. 연말 원화값이 달러 당 1200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모건 스탠리는 올해 미국 금리 인상과 유럽중앙은행의 추가 양적완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아시아 통화와 유로화가 달러에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원화값이 달러 당 130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은행과 바클레이스·노무라 등도 달러 당 1200원 이상을 전망한다.

이런 차이는 원화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하느냐에서 생긴다. 상대적 안정을 점치는 쪽에선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는 점을 꼽는다. 무엇보다 한국의 대외 신인도는 지난달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상향해 사상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비록 불황형이긴 하지만 올해 980억 달러로 예상되는 무역흑자와 3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도 이를 뒷받침한다. 외풍이 거세도 이를 버틸 체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중국 경기와 미국 금리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국 경기 둔화는 원화 약세 요인이지만 미국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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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DB]


반면 해외 투자은행들은 중국 경기의 둔화속도와 중국 정부의 시장 통제력 약화에 주목한다. 골드만 삭스는 올해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환율 전망치를 1달러당 6.60위안에서 7위안으로 올리며 " 지난해 8월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외국 자본의 유출이 시작되면서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물 경제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며 중국 위안화가 흔들리면 원화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취지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수출 경쟁국들의 동반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해 연쇄적인 환율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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