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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 두 시인의 두 빛깔 산문집

중앙일보 2016.01.14 01:50 종합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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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左), 이영광(右)

체격에서나 ‘시적 무게’에 있어서나 나란히 중량급인 두 시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문집을 냈다. 공교롭게 같은 1965년생, 최고의 시 문학상인 미당문학상을 2010년, 2011년 차례로 받은 장석남, 이영광 두 시인이 잇따라 시집 아닌 책을 선보였다.

미당문학상 장석남·이영광
장, 시 없이 해설만 맛깔스럽게
이, 페북 글 가다듬어 묵직하게

 이 시대 대표적인 서정시인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을 두 사람이지만 시 세계는 사뭇 다르다. 정도의 문제겠으나 장씨가 파격을 마다하지 않는 천상 예술가 기질이라면 이씨는 세상과의 싸움에서 얻은 상처의 흔적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그런 특징이 두 사람의 산문집에서도 뚜렷이 보인다.

 먼저 장씨의 책 『시의 정거장』(난다)은 중앙일보 등 각종 매체에 발표했던 시 소개 칼럼을 묶은 것이다. 한데 시가 빠져 있다. 해설만 모았다. 책에서 소개한 수십 편의 시에 대해 일일이 수록료를 지불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지만 ‘앙꼬(시)’ 없이 ‘팥빵(시 해설)’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장씨의 파격에는 묘한 재미가 있다. 해설에 집중하게 된다. 읽을 시가 없으니 당연하다. 시 본문이 더 궁금해진다. 대개 시 소개 칼럼은 시 본문과 그에 대한 해설이 즉각 한눈에 들어와, 독자는 나름 느낀 인상과 해설자의 설명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 아쉬움이 장씨 책에는 없다. 해설 자체로 아름다운 산문이기도 하다.

 이씨의 산문집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이불)는 페이스북에 표출했던 순간적인 단상과 감정을 실은 짧은 글들을 가다듬은 것이다. ‘잠언’,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며 적은 글을 모은 ‘감시(感時)’, 자신의 시론(詩論)을 응축시킨 ‘시화(詩話)’, 세 갈래로 나눠 놓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되는 글이 많다. ‘모르는 것이 남아 있을 때, 나는 이해한 것 같다’ ‘죽고 싶은 것, 그것이 삶이다. 살고 싶은 것, 그것이 죽음이다’.

이런 글들이다. 주로 세상 사는 올바른 태도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씨의 글은 윤리적이다. 읽다 보면 인생과 세상에 대한 이씨 버전의 진실을 만나게 된다. 짧지만 묵직한 글들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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