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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발 ELS 원금손실 걱정

중앙일보 2016.01.14 00:08 경제 7면 지면보기
홍콩H지수 기반의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울상이다. H지수가 4년 9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원금보장 구간을 이탈한 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H지수 8500선 깨져, 5년 만에 최저
3200여 개 상품에 25조원 투자
작년 가입 149개 원금 보장 못받아
“7000 전까진 환매 서둘지 말아야”

증권업계에서는 “H지수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손실액이 계속 커질 수 있다”는 우려와 “진짜 위험구간까지는 아직 다소간의 여유가 있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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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는 만기 때 기초자산의 가격이 가입시점과 비교해 일정 폭 이상 등락하지 않으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다. 하락폭에 따라 손실 여부가 결정되는 유형의 경우 만기 때 가격이 가입시점 가격의 40~60% 이상이면 원금과 수익금을 준다. 하지만 이 구간을 이탈하면 원금보장 조건은 사라진다. 업계에서는 이 때 ‘녹인(Knock In)’이 발생했다고 한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기업들로 이뤄진 H지수는 지난해 ELS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기초자산이었다. 중국 증시의 급등에 힘입어 지난해 3월 말 1만1000대였던 지수가 5월 26일 장중 1만4962.74까지 상승했다.

자연스럽게 인기도 높아졌다. 지난해 6월 발행액 기준으로 전체 ELS의 38%가 H지수를 기초자산에 포함시켰다. 3200여 개 상품에 투자 원금만 25조원이 넘는다.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 증시 하락과 함께 H지수 역시 내림세를 보이더니 지난 12일에는 8439.31로 장을 마감했다. 1만4000선에서 60% 녹인 조건으로 ELS에 가입한 투자자의 경우 지수가 8500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보장 구간을 이탈한다. 한번 이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 회복은 어려워지고 손실 발생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1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일 종가를 기준으로 할 때 이미 149개의 ELS상품에서 원금손실이 발생했다. 이들 상품의 투자원금은 1565억원이다. 문제는 중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들을 감안할 때 H지수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ELS 투자자의 손실은 더욱 커진다.

H지수가 8000으로 하락하면 원금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품은 347개로 늘어나고 투자원금은 8090억원으로 증가한다. 7500까지 떨어지면 대상 상품은 729개에 투자원금 2조4549억원으로 불어난다. 7000으로 하락하면 1232개, 4조7023억원으로 증가한다. ELS는 만기 이전에 손실액을 산정할 수 없는 상품이다. 다만 지수 7000일 때의 평가손(評價損)은 2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 지금이라도 환매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ELS를 환매하면 지수 하락에 대한 손실분과 환매 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받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지수가 70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가기 전까지는 손실이 제한적인 만큼 성급히 환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위기 수준의 사태가 터지지 않는다면 H지수가 8040선은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3일 홍콩 증시에서 H지수는 8494.49로 전날보다 0.65% 오르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녹인(Knock In)=ELS에서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주가 구간에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녹아웃(Knock Out)은 수익률이 확정되면서 조기 상환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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