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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수상하니 금값이 꿈틀꿈틀

중앙일보 2016.01.14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금값은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척도다. 시장에 위기가 찾아오면 금 가격은 급등한다. 금은 주식처럼 위기 상황 때 급락해 휴지 조각이 되진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이달 들어 6거래일 연속 상승
거래 물량은 7배 넘게 늘어
채권 거래도 늘고 가격 오름세

실제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때 금값은 급등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달러 강세’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금값은 내려간다. 달러 역시 세계 어디에서나 유통되는 안전자산이라서다. 달러 값이 올라가면 금 대신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커져 금값이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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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이슈로 인해 달러화는 연일 강세를 보였다. 반면 금값은 지난해 12월 17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온스당 1049.60달러로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금값이 새해 들어 꿈틀거리고 있다. 연초부터 터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중국발 증시 급락 등 잇따른 국내외 악재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 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값은 이달 들어 6거래일 연속 올랐다.

지난 4일 g당 4만1080원이던 것이 12일에 4만2410원이 됐다. 거래량은 같은 기간 1.3kg에서 9.9kg으로 늘었다. 11일 하루에만 17.8㎏이 거래됐다. 거래대금도 5494만원에서 7억5284만원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제 금값도 상승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의 금값은 최근 2개월여 만에 최고가인 온스당 1107.70달러를 기록했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지난주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급락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부각되며 금값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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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중국 증시 여파로 세계 주요 증시가 급락한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갈등으로 국제 금 가격이 달러화 가치와 동반 상승하는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달러와 함께 또 다른 안전자산인 채권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장내 채권 거래량은 4일 8조1735억원에서 12일 10조257억원으로 늘었다. 12일 거래량은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량인 7조1070억원보다 41% 늘어났다.

채권 가격도 오름세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지난 7일 연 2.016%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올라간다.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야 채권 금리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운영팀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1%대 중반으로 낮은 상황에 주식시장까지 불안하면서 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과 채권의 선호 현상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불안한 국내외 시장 상황과 코스피 지수가 관건이란 전망이 나온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코스피 지수가 새해 들어 오랫동안 19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당분간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과 채권도 ‘가격하락’ 가능성에서 안전하지 않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시간이 흐르면 달러 값과 반비례하는 두 자산의 특징이 나타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값 상승은 대내외 불안 요인에 더해 시세 차익을 노린 수요가 들어왔기 때문”이라며 “달러 강세가 여전해 금값이 오랫동안 상승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유 등 위험자산의 가격이 조금이라도 반등하면 채권 수요는 다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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