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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혐의 재판, 망신 당한 공주님

중앙일보 2016.01.13 02:34 종합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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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스페인 크리스티나 공주 가 탈세 및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남편 이냐키 우르당가린과 스페인 팔마의 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팔마 AP=뉴시스]

탈세 혐의로 왕위 계승 서열 6위의 공주가 법정에 섰다. 같은 사건 연루자 17명과 함께였다. 특별 대우는 없었다.

스페인 국왕의 누나 크리스티나
남편이 자선단체 공금 78억 횡령
특별대우 없어…유죄 땐 최고 8년형

 11일 오전 스페인 동부 마요르카섬의 팔마 법원에서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48)의 누나 크리스티나 공주(50)가 탈세 혐의로 법정에 섰다. 크리스티나 공주는 1975년 스페인 왕정이 복고된 후 형사 재판을 받는 첫 왕실 인사가 됐다.

공주는 이날 재판정으로 향할 때나 나올 때뿐 아니라 재판정 안에서도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판결이 어떻게 나든 공주로선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셈이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고 8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주범은 공주가 아닌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 출신인 공주의 남편 이냐키 우르당가린이다. 그가 16명과 공동 운영하던 스포츠 자선단체 누스연구소를 통해 공금 600만 유로(78억원)를 횡령하는 등 사기·탈세 행각을 벌였다는 게 수사 당국의 판단이다.

공주의 경우엔 연구소의 이사로 등재된 만큼 남편의 불법 행위를 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공주는 “몰랐다”고 맞선다.

 공주는 나머지 17명과 달리 탈세 혐의로만 기소됐다. 공주 측 변호인은 “공주에 대한 혐의는 세무당국이나 검찰이 아닌 민간 반부패 단체(클린핸드)에 의한 것이므로 기소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스페인이 유럽 재정 위기의 한복판에 있던 2011년 불거졌다. 공주 부부는 횡령한 돈으로 저택을 호화롭게 꾸미고 사치스런 휴가를 보내며 자신들과 네 자녀를 위한 개인 살사춤 레슨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샀다.

공주의 부친 후안 카를로스 국왕이 초호화 사파리 여행을 다녀온 사실까지 드러났다. 카를로스 국왕이 아들에게 양위를 결정해야 할 정도로 반감이 커졌다.

 2014년 6월 왕위에 오른 펠리페 6세는 크리스티나 공주의 작위를 박탈했다. 자신의 즉위식에 공주를 초청하지도 않았다. 누나라도 봐주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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