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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18회] 성기웅 교수 “소아암 완치율 70~80%… 희망 잃지 말아야”

중앙일보 2016.01.12 18:04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소아암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소아암 환자를 위한 자선행사를 개최하고, 개인들이 모발 기부에 나서는 등 소아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오후 2시 10분에 생방송된 중앙일보 인터넷 방송 ‘명의가 본 기적’ 18회에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성기웅 교수가 출연했다. 성기웅 교수는 현재 소아암센터 센터장과 소아혈액종양학회 임상연구이사를 맡고 있다. 방송에서 성교수는 최근 소아암 완치율이 향상되고 있음을 소개하였고, 완치를 위해 환자와 부모가 지켜야 할 수칙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은 중앙일보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와 성기웅 교수의 일문일답 전문.

-보통 소아암환자라고 하면 몇 살까지를 말하나.
“보통 18세까지를 소아암 환자라고 하지만, 가끔 종양의 특성이 일반적인 성인 암과는 다른 소아암의 특성을 보이는 성인 소아암 환자도 소아청소년과에서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 33세의 소아암 환자도 소아청소년과에서 치료한 적이 있다.”

-아이가 암에 걸리면 더 마음이 아픈데, 국내 연간 소아암 발생 수는 얼마나 되나.
“연간 약 1,200명 정도다. 가장 흔한 것은 백혈병이며, 그 다음으로 뇌종양, 림프종, 신경모세포종 등이 비교적 흔하다. 매년 소아 1만 명 중 한 명 정도가 소아암에 걸린다고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암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소아암은 성인 암에 비해 완치율이 높은 편이다. 질환마다 다르지만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나 윌름스 종양 등 9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아직도 완치율이 50% 이하인 경우도 있다. 전체 평균을 본다면 약 70~80% 정도의 완치율을 보인다. 성인감 환자의 완치율(5년 생존율)을 대략 50% 정도로 잡는 것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 또한, 성인의 경우에는 암의 완치와는 관계없이 5년 생존율을 중요한 지표로 삼지만, 소아암의 경우는 5년 생존율보다 완치율을 중요한 지표로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수치상으로 같은 비율이라 하더라도 성인보다 더 높은 치료율을 보인다 할 수 있다.”

-소아암과 성인 암의 차이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성인 암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암이다. 성인의 경우 폐암, 간암, 대장암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암이 많이 발생하지만 아이들에게서는 이러한 암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신경모세포종, 횡문근육종 등 이름조차 생소한 질환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암의 발병기전도 성인과는 다르고, 암이 발생하는 나이 및 병리 종류도 다르다. 성인 암에 비해 소아암은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고, 같은 치료를 하더라도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치료를 더 잘 견디는 편이다. 소아암의 완치율이 성인 암보다 높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성인 암은 완치가 되지 않더라도 충분한 기간 동안 생명을 연장하는 것 역시 의미가 있지만 소아암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두세 살짜리 아이가 1~2년 더 사는 것의 의미는 어른의 경우와는 다르다. 그러므로 소아암에서는 완치를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또한, 어른의 경우 치료로 인한 후유증이 남더라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아이의 경우 치료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이 남으면 평생을 그 후유증을 가지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치료 개념에서 후기합병증 발생 여부가 성인 암보다 더 중요하다.”

-소아암의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
“성인의 경우 방사선 노출·발암물질 노출·흡연 등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져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아직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단계지만, 소아암의 경우 유전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 추정한다. 소아암 진단을 받은 아이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한 아이가 소아암에 걸리면 다른 아이, 즉 환자의 형제자매도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지 않나 하는 걱정을 한다. 실제로 유전적 요인이 있기 때문에 소아암 환자의 형제자매는 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고, 이에 따라 한 아이가 암에 걸리면 그 형제들은 한번쯤은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것을 권하고는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이 걱정할 정도로 높은 편은 아니다. 20년 넘게 소아암 환자를 진료하면서 형제자매가 함께 소아암에 걸린 경우는 두세 건 정도 보았다.”

-완치를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고 잘 견디기 때문에 항암 치료를 성인에 비해 더 강하게 하는 편이다. 어른의 경우 강한 항암치료를 잘 견디지 못할 뿐더러 치료 강도에 비례해서 효과가 높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들은 치료를 세게 할수록 더 큰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강한 치료를 할수록 부작용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부작용은 면역력 약화로 인한 감염이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가운데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은 감염을 방지하고, 혹시나 감염되더라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다. 환자의 부모님에게 감염에 대해 설명할 때 주로 봄철의 산불에 비유한다. 건조한 봄철에 산불이 발생하기 쉽고 일단 발생하면 빠르게 확산하듯이,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감염되고 쉽게 확산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며, 그래도 감염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진행되기 전에 빨리 발견해서 치료해야 한다. 감염의 경로는 크게 외부 경로와 내부 경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내부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글이나 항문 좌욕 등 개인위생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외부 감염은 주로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뜻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을 생활화해야 한다. 또한, 감염이 발생할 경우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종류의 감염이 있고 그 증상도 다양하지만, 모든 감염에서 공통적인 증상은 발열이다. 그러므로 아이의 발열 여부를 자주 확인한다면 감염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으며, 열이 날 경우에는 빨리 응급실에 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즉, 예방·조기발견·조기치료가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소아암 환자들은 주로 병원보다는 가정에서 생활하게 되나.
“가능하면 집에서 치료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감염은 접촉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유치원이나 백화점, 학교, 교회 등 사람이 많은 환경은 아이에게 좋지 않다. 병원도 가장 감염 환자가 많은 환경 중 하나다. 그러므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입원 치료보다는 통원 치료를 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아암 환자는 완치가 되기 전까지는 학교에 가기는 힘든 것인가.
“그렇다. 소아암 환자의 경우 정상적으로 학업을 지속하기는 어렵고, 완치 판정 이후 면역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야 학업을 계속할 수 있다.”

-후기합병증 감소를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부모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완치가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는 하지만 완치 이후에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치료를 받고 종양은 완치가 되더라도 치료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후기 합병증을 잘 관리해야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이를 위해 부모님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완치 이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러 다니는 것이다. 치료가 끝난 후 3년, 5년, 10년이 지나도 병원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고, 혹시나 문제가 있다면 빨리 발견해서 치료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평생 운동을 열심히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소아암 완치 환자들이 겪는 가장 흔한 후기합병증이 대사증후군, 즉 성인병이다. 어려서 힘든 치료를 받은 소아암 환자들은 운동이나 비만 관리를 소홀히 하기 쉽기 때문에 대사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높고, 더 이른 나이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치료가 끝난 후에도 정기적인 검진과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기합병증은 재발과는 다른 개념인가.
“후기합병증과 재발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종양은 완치가 되었지만 치료 과정에서 받은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로 인해 나중에 여러 문제가 나타나는 것을 후기합병증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의료진의 소아암 치료 성적이 전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하던데.
“임상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소아암 치료 성적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외국에 비해 앞선 부분도 있다. 그러나 소아암 기초연구 분야는 이전보다는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이 미흡하다.”

-소아암의 최신 치료경향은 어떠한가.
“지난 10~20년 동안 완치율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20년 전만 해도 고위험 신경모세포종의 우리나라 5년 생존율은 10% 미만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70~80%까지 향상되었다. 임상 분야에서는 굉장한 발전을 이루었다. 이렇듯 완치율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고, 최근에는 두 가지 새로운 연구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는 재발한 종양이나 아직까지 완치율이 낮은 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 특히 종양 발병 원인과 관련된 종양유전체에 근거한 표적항암제 개발 등 맞춤식 치료를 바탕으로 미흡한 종양의 완치율을 높이는 것이다. 둘째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완치율을 획득한 종양에 있어서는 완치율을 유지하면서 치료 강도를 약화시켜 후기합병증을 완화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에 시작된 양성자 치료를 들 수 있는데, 이는 같은 방사선치료이지만 방사선치료의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환자마다 치료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다른데 이는 그 사람이 가진 DNA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진단 당시 환자의 유전적인 특성에 따라 치료 강도를 조절하여 한편으로는 완치율을 높이면서도 후기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소아암 치료가 더 발전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성인에게 암은 가장 중요한 중증 질환이자 사망 원인이다. 따라서 국가적으로도 성인 암 치료를 위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굴지의 제약회사에서도 활발한 성인 암 치료 신약 개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된 많은 임상실험과 국책과제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소아암의 경우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신약 개발이 매우 미미하여 오래된 약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개발된 성인 대상의 표적항암제의 경우에도 제약회사에서 소아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소아를 대상으로 한) 판매가 허용되어 있지 않다. 이렇듯 민간 부문에서 새로운 소아암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는 힘들고, 공적인 부문, 즉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실태는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기부 문화가 발달해 있어 소아암 연구 단체나 소아암 병원에 많은 기부금이 주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기부문화가 부족해 연구를 진행할 만한 자원이 제한적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실정에서는 공적 분야에서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소아암 환자의 진료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다행스럽게도 진료비용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보험적용이 되는 영역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낮은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의료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분야에서는 아직 문제가 많아 비용 문제 때문에 꼭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뼈암으로 좌절을 겪었던 박찬호 야구 장학생이 암을 극복하고 일류대에 진학한 뒤 행정고시도 합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환자도 직접 진료하지 않았나.
“그 환자는 유망한 야구 선수였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소아암의 일종인 골육종 판정을 받고 야구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 환자는 치료과정도 힘들었고, 치료 이후에도 합병증으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지만 이를 잘 이겨내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도 진학하고 행정고시도 합격하였으며, 현재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 이런 친구들이 외래에 다녀갈 때면 많은 보람을 느낀다.”

-그 환자의 치료기간은 어느 정도였나.
“1년여의 치료를 받았다. 대부분의 소아암 환자들이 그 정도의 치료기간을 거치게 된다. 처음부터 수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화학요법을 5~6개월 한 후 수술을 받고, 수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추가로 수개월의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아암 환자 부모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지금도 내 병실에는 새로 진단받은 소아암 환자들이 있다. 대부분의 소아암 환자 부모들은 처음 입원할 때 좌절하고 참담해 한다. 그렇지만 소아암은 성인 암에 비해 훨씬 완치율이 높고 아이들이 치료를 잘 견딘다. 희망을 놓지 말 것을 부탁하고 싶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치료 중 감염 관리와 완치 이후 후기합병증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리 이지운 인턴기자 lee.jeeun@joongang.co.kr
촬영 김세희·이진우·공성룡·장지윤·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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