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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왔능교" "오는 사람 막나"···안철수 봉하마을 가니

중앙일보 2016.01.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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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창당을 준비중인 안철수 의원과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12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 송봉근 기자]

12일 오전 9시 50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 입구.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일행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김해 시민 4~5명이 막아섰다. ‘친노 패권주의는 낡은 진보라며 아직도 '간' 덜봤냐?’라고 적힌 손글씨 피켓을 들고서다.

이도영(51ㆍ김해시 동상동)씨는 “그렇게 친노 욕하드만 이기 왜 왔능교”라고 소리쳤다. 

안 의원 측 지지자가 "우리는 형제"라고 하자 이씨는 "형제 좋아하네. 야권 분열해 놓고 무슨 형제”라고도 했다. 

안 의원과 한 위원장은 봉하마을 묘역관리 직원이 ‘질서를 지켜달라’며 이들을 해산할 때까지 2~3분 가량 멈춰 입을 굳게 다문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안 의원측에 합류한 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을 찾기 전인 이날 오전 7시 전남 여수의 숙소를 나서면서 "오늘은 권양숙 여사의 레이저를 맞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오전 10시 10분부터 30여분 간 안 의원과 한 위원장 등 일행을 면담했다. 면담 후 한 위원장은 "권 여사가 차와 송편을 내주시며 따뜻하게 맞아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이 있어야만 더민주와 같이 동지로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국민의당을 준비하고 있다. 그 과정에 여사님께 뭔가 서운한 점이 있을까 몹시 걱정된다고 말씀드렸다"고 면담 내용을 소개했다.
 

권 여사는 국민의당 창당과 관련해 직접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새누리당 정부가 너무 과거로 퇴행한다"고 우려했다고 한 위원장은 전했다. 

권 여사와 안 의원의 개별 면담은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지난 4일 서울 동교동 자택으로 새해 인사를 온 안 의원과 20분 가량 독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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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 일행을 맞은 김경수 더민주 경남도당위원장은 “봉하마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온다는 사람을 막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안 의원은 '친노 패권주의 비판을 많이 해왔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정 세력을 비판한 적은 없다"며 "원론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다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하고 다시 신뢰를 얻어 정권교체할 수 있는 지 지난해 9월부터 혁신논쟁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호 의원은 “내 사무실에는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근태 전 의원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노무현 정신’은 친노 세력만의 독점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라고 말했다.
 
면담 전 노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 때 ‘안철수 의원이 먼저 헌화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하지만 안 의원은 전날 국립묘지 참배 때와 마찬가지로 한 위원장에게 ‘먼저 참배하시라’고 권했다. 이어 안 의원이 분향한 뒤 동행한 문병호ㆍ임내현 의원이 분향했다.

방명록에는 한 위원장은 ‘대의를 위해 헌신하시고 희생하신 대통령님의 숭고한 뜻을 가슴에 깊히 새겨 실천하겠습니다’라고 쓰자 안 의원은 ‘안철수’라고 이름만 써넣었다. 묘역에 놓은 추모화환에는 ‘국민의당 국회의원 안철수, 공동위원장 한상진’ 순서로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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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창당을 준비중인 안철수 의원과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12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 송봉근 기자]


봉하마을 주민들의 반응이 차갑기만 한 건 아니었다. 봉하마을에서 해설사로 일하는 김영희(51)씨는 "국민을 위하는 정치, 깨끗하고 청렴한 정치를 소신있게 해나간다면 누가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안 의원 지지자인 신일우(86ㆍ경남 양산)씨는 "열린우리당 창당 때부터 노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현재 친노 세력은 정권교체의 의지가 안 보여 대안은 안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김해 진행읍에서 지지자모임인 경남 내일 포럼회원들과 오찬을 하고 귀경했다.

봉하마을=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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