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론, 한국서는 규제 짓눌려 못 난다

중앙일보 2016.01.12 02:43 종합 1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국내 드론 생산업체인 엑스드론이 올 초 출시한 산업용 모델 XD-X8. 올해부터 산불 감시 임무에 투입된다. [사진 엑스드론]


지난 6일 세계 1위 드론 업체인 DJI가 중국 선전에 문을 연 세계 첫 드론 플래그십스토어(대형 단독매장). 지난해 12월 연 800㎡ 규모의 매장에서 사람들은 옷을 고르듯 드론을 쇼핑하고 있었다. 한 대에 4000달러가 넘는 고가 모델까지 보였다.

한국 신성장 동력 10 <2> 드론 (무인항공기)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기·전자제품 전시회 ‘CES 2016’의 드론 전시관. 미국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까지 중국 DJI의 부스로 몰렸다.

‘드론 전쟁(Drone War)’이다. 연평균 35%씩 성장 중인 민간용 무인항공기(드론) 시장을 두고 중국·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다. 민간용 드론 시장은 중국이 독식하고 있다. DJI의 점유율만 70%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재난 구조나 산불 감시 등에 쓰는 산업용 드론을 판매하는데 규모가 100억원에 불과하다. 전 세계 시장(12억 달러)의 0.5% 수준이다. CES 드론 전시관의 30여 개 업체 중에서도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바이로봇)뿐이었다.
 
기사 이미지

한국의 기술이 뒤지는 것은 아니다. 무인항공기가 애초에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됐던 만큼 분단 국가인 한국도 무인항공기 기술에 공을 들여 왔다. 한국의 무인기 특허는 세계 5위, 군용 기술로는 세계 7위급이다.

김인화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장(상무)은 “민간 전시회에서 보는 드론보다 훨씬 우수한 무인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안을 이유로 군사용 기술이 민간에 보급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또 센서·통신장비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더디다. 운용 소프트웨어도 전량 해외에서 수입한다.

과도한 규제 장벽은 국산 드론의 성장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당장 서울에서 드론 한 대를 띄우려면 국군기무사령부·국토교통부(서울지방항공청)·국방부에서 각각 허가를 받아야 한다. 취미용 드론도 함부로 날릴 수 없다.

관련 기사 선전 하늘은 드론 놀이터, 3만원이면 사서 띄운다

반면 중국은 규제가 거의 없다. 6일 선전시내 곳곳에서 드론을 날리고 있는 젊은이와 마주쳤다. DJI 비행전문팀의 엘라 장은 “사전 허가 없이 어디서든 드론을 띄울 수 있다”며 “공항 반경 5㎞ 이내, 군사용이나 정부 시설 정도가 비행 제한구역”이라고 했다. 아이디어가 실제 시제품으로 연결되기까지 기간도 6주에 불과하다. 실리콘밸리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이 주춤한 동안 중국 DJI는 ‘드론 세계 1위’를 넘어 ‘드론 생태계 조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의료·농업·재난구조·가상현실 등의 분야에서 업계 1위 기업의 제품을 자사의 드론에 얹겠다는 전략이다. 케빈 온(36) DJI 상무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애플처럼 DJI식 드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무인기 개발 10개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승환(드론프레스 대표)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는 “드론 산업은 단순 제조(1차)에서 열상카메라 등 관련 장비의 장착(2차), 교육·서비스·파이낸스 등 연관 서비스(3차)로 진화한다”며 “아직까지 한국은 1차 산업 육성책을 논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선전=곽재민 기자, 라스베이거스=이현택 기자
jmkwa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