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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호남 빼앗기고도 제1야당 유지할까

중앙일보 2016.01.12 02:39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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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상임고문. [사진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이 1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한다. 

권노갑 오늘 탈당 “안철수 쪽으로”
박지원·정대철 등 10여 명 떠날 듯
96년 지역기반 포기 통합민주당
15대 총선서 대거 낙선 후 쇠락
지역+가치 조합이었던 제1야당
“호남 없이 총선 승리 표 못 얻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뒤 55년간 몸담아온 제1야당을 제 발로 떠난다. 

문재인 대표가 만류했음에도 그는 안철수 의원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권 고문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이했던 당을 떠나는 건 처음이다. 착잡하다”고 말했다. 

권 고문은 “신당 세력의 통합에 노력하겠다”면서도 “결국 안철수 신당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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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두·이훈평·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10여 명도 함께 탈당한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이르면 14일 탈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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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두·이훈평·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10여 명도 함께 탈당한다. [사진 중앙포토]


DJ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의 탈당도 임박했다. 

김영록(해남-완도-진도) 의원은 11일 수석대변인에서 사퇴했다. 전북 군산이 지역구인 김관영 의원은 11일 탈당했다. 이미 안 의원의 국민의당에 합류한 호남 의원만 6명이다.

동교동의 이탈은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한 DJ 세력이 제1야당과 결별한다는 의미다. 

안 의원이 탈당하기 전 새정치민주연합은 DJ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세력이 결합한 정당이었다. 지역과 가치의 결합이었다. 그중 한 축인 지역 기반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훈평 전 의원은 지금의 제1야당을 DJ가 정계에 복귀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던 당시에 비유했다. 이 전 의원은 통화에서 “야당 60년 역사의 상징인 권노갑·정대철 두 분이 신당으로 가면 1995년 DJ가 국민회의로 간 뒤 민주당의 정통성이 없어졌던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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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3당 합당을 거부한 통일민주당 잔류파(이기택·노무현 등)와 DJ의 평화민주당은 민주당으로 합쳐져 92년 14대 총선을 치렀다. 

97석을 확보하며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의 과반을 저지했다. 

하지만 96년 15대 총선에선 DJ가 정계에 복귀하면서 국민회의를 만들자 대부분 옮겨갔으나 남은 인사들은 통합민주당으로 출마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길·이철·원혜영·이강철·유인태·김부겸 등 추후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를 결성한 이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총선에서 낙선했다. 

이강철 전 청와대 수석은 “96년 총선 때 지역주의를 거부하는 강력한 명분이 있었지만 지역의 벽이 너무 두터워 성공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 등 통추 세력은 97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회의에 합류하고 만다.

당시처럼 지역 기반의 붕괴는 더민주의 제1야당 지위를 위협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문 대표와 친노 세력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면서 호남이 안철수 신당으로 쏠리고 있다”며 “과거 열린우리당도 DJ 대북송금 특검 등으로 호남 기반을 잃으면서 실패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호남만으로는 안 되지만 호남을 빼고 총선 승리를 위한 표를 얻긴 힘들다”고 했다.

호남의 이탈은 수도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원식(인천 계양을) 의원이 12일 탈당하는 것을 필두로 몇몇 수도권 의원이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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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사진 중앙포토]

민병두(서울 동대문을) 의원은 “지금의 여론조사와 현장 민심을 보면 국민의당은 거품이 아니고 현실”이라며 “호남에선 해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권의 뿌리가 호남이고, 그 위에 개혁 세력과 노사모 등이 줄기와 가지가 돼 두 차례의 정권교체를 이루고 지금의 야당 세력을 만들었는데 그 뿌리가 떠나려는 형국”이라며 “특히 호남 50~60대의 변화가 수도권으로 북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의 한 의원은 “수도권에서도 호남 유권자가 많은 지역 의원들은 탈당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하는 인사들이 대부분 호남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 자리를 놓고 대체재 관계에 있는 더민주의 총선 전략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그간 호남에 공을 들인 안철수 의원은 다음달 2일 창당대회는 대전에서 할 계획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충청의 김종필 전 총리와 손잡았던 DJP 연대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이화여대 유성진(정치학) 교수는 “총선에서 더민주가 호남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민의당도 노동 개혁과 재벌 개혁 등에서 비전을 보여야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소장은 “더민주는 ‘안철수 대 문재인’이 아니라 ‘안철수 대 정통 야당’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호남의 젊은 인재를 발탁해 앞세우고, 호남에서 거부감을 보이는 친노와 운동권 인사들 대신 새 사람을 당의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글=김성탁·강태화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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