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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하늘은 드론 놀이터, 3만원이면 사서 띄운다

중앙일보 2016.01.12 02:38 종합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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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 선전에 문을 연 DJI의 세계 첫 드론 플래그십스토어의 전경. DJI 관계자가 스토어 내 드론 플라잉 존에서 ‘인스파이어’ 기종으로 시험 비행하는 모습을 방문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선전=곽재민 기자]


‘윙윙~’ ‘윙윙-’. 벌처럼 웅웅거리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지난 6일 오후 중국 선전(深?) 시내는 드론의 놀이터였다. 거리에서도 공원에서도 ‘윙윙’ 소리를 내는 드론이 시도 때도 없이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행인들은 도심 곳곳을 곡예 비행하는 형형색색의 드론 움직임을 눈으로 쫓느라 걷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세계 드론 1위’인 DJI 본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샤오미·알리바바도 못 이룬 ‘세계 1위의 꿈’을 실현한 최초의 중국 기업 DJI는 선전 시민들의 자부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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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에 있는 DJI 본사 외부 전경. 건물 외벽엔 지난해 출시된 ‘팬텀3’의 대형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 DJI]

 DJI 본사 건물은 거대한 연구개발(R&D) 센터를 방불케 했다. 사옥 대부분이 기술 보안을 위한 통제구역이었다. DJI의 한국지역 담당인 문태현 매니저는 “본사 근무자 1500여 명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이 약 70%”라고 했다. 본사 21층 사장실 문 앞에는 중국어로 ‘두뇌만 출입 가능, 감정은 뺄 것’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창업자인 왕타오(36) 사장의 ‘기술 제일주의’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DJI는 드론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플라이트 컨트롤러(Flight Controller·FC)’와 기체 움직임에 관계없이 카메라를 일정한 기울기로 유지시켜 주는 기구인 ‘짐벌’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신성장 동력 10 <2> 드론 (무인항공기)
DJI 세계 1위 업체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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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론 제조업체 DJI의 창업자인 왕타오가 본사 14층 드론 전시관 앞에 앉아 있다. [사진 DJI]

 왕 사장은 홍콩과학기술대(HKUS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던 중 조별 과제로 ‘헬기 제어 시스템’을 연구하다 2006년 DJI를 창업했다. 동업자 대부분이 회사를 떠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DJI 기술을 집약해 만든 보급형 드론 ‘팬텀’으로 창업 7년 만에 성공 가도에 올랐다. 2014년에만 전 세계에서 40만 대가 팔리면서 드론 열풍을 이끈 제품이다.

이에 힘입어 2011년 420만 달러(약 50억원)였던 DJI의 매출은 2014년 5억 달러(약 6046억원)로 120배가 넘게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1년 90명이었던 직원 수도 지금은 4000명을 넘는다. 투자도 쏟아진다. 초창기 페이스북 투자사로 유명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액셀파트너스’가 지난해 7500만 달러를 DJI에 베팅했다. 시장에선 아직 상장하지 않은 DJI의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약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DJI의 성장 동력인 ‘자체 기술력’을 뒷받침한 것은 본사가 있는 ‘선전 실리콘밸리’다. 선전엔 전자부품 및 장비 제조 공장이 몰려 있다. 선전에선 아이디어가 실제 시제품으로 연결되기까지의 기간은 6주. 3~4개월 걸린다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절반 수준이다. 최신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만들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부품을 빨리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이 DJI의 기술력과 더해지면서 시너지를 낸 것이다.

6일 저녁 선전 실리콘밸리의 중심이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상가 화창베이(華强北)를 찾았다.

5~10층 높이의 대형 전자제품 판매 빌딩 70여 동이 밀집한 화창베이에선 ‘인공위성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곧이들릴 정도로 온갖 부품과 전자제품이 넘쳐났다. 그런 화창베이의 거리도 드론이 점령 중이었다. 200위안(약 3만5800원)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드론을 파는 매장들이 늘어섰다. 화창베이의 별칭은 ‘드론의 메카’다.

 중국 정부의 지원도 드론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선전뿐 아니라 중국 대륙 어디서나 드론을 날릴 수 있다. 정부시설, 군사기지, 공항 인근 지역 정도만 규제한다. 그래서 중국은 드론의 활용도가 높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베이징과 상하이·광저우 등 9개 도시에서 드론을 이용한 상품 배송 시범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또 스모그 제거를 위해 대기 중에 화학물질을 살포하거나 대학입시에서 전파탐지를 통해 금지된 무선장비가 부정행위에 사용되는지 찾아내는 용도로도 사용됐다. 중국 드론 시장 규모는 2013년 5000만 달러에서 2022년엔 3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탄한 내수시장이 드론 사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상업용 드론 시장을 제패한 DJI의 궁극적 목표는 ‘드론 생태계’ 조성이다. 단순 하드웨어 개발보다는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통한 응용 분야에 공들이고 있다.

DJI는 지난해 말 농약이나 씨앗을 뿌리는 데 사용하는 농업용 드론 공개에 이어 소방관이 화재 진압 전 경로 분석 등이 가능한 열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선보이면서 산업용 드론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왕 사장은 열상카메라를 장착한 드론 공개 자리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농작물의 성장에 대한 전략적 통찰을 얻게 될 것이고 불이 난 곳에선 불길 확산에 대한 효율적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드론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향후 10년 동안 드론을 둘러싸고 흥분되는 시간이 펼쳐질 것이다. 미래가 기다려진다.”

선전=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드론계의 ‘애플’DJI는

● 설립자 겸 CEO: 왕타오(36)
● 설립: 2006년
● 매출: 2011년 420만 달러/ 2013년 1억3000만 달러
            2014년 5억 달러/ 2015년 10억 달러(추정)

● 연간 상업용 드론 판매량: 40만여 대(2014년 기준)
● 민간 드론 시장 점유율: 70%

자료: Frost & Sulli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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